[서울 =뉴스프리존]손지훈 기자= 8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이하 피학살자 전국유족회)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등 8개 관련 단체 그리고 개혁연대 민생행동 등 12개 연대단체와 함께 국회 행정안전 위원회에 상정·계류 중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하 ‘진실화해 기본법’) 개정안을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범국민추모문화제를 잇달아 열었다.

이들 총 21개 단체는 “73년 동안 감춰진 원통한 죽음! 국회는 진실이 밝혀지고, 국민이 화해하도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라!”로 시작되는 ‘회견문’에서 유족이 ‘진실화해 기본법’을 다시 개정하라고 요구하면서 “국회 앞에서 펼친 1인 시위가 어제 월요일로 975차를 기록했다. 조만간 1,000회가 된다. 기자회견 등도 수십 차례 개최했다”라고 밝혔다. 

또, “이를 안타깝고 죄송스럽게 지켜본 연대단체 회원들과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유족들은 오늘 이 자리에 비장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함께 섰다”라면서 국회와 정부를 준엄하게 질책했다. 특히, 지난 6월 9일 방한한 유엔 특별보고관 ‘파비안 실비올리’의 권고는 물론 우리나라가 최근 유엔인권위원회 이사국 연임에 실패한 것 등을 근거로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유족을 더 이상 피눈물을 흘리게 하며 죽어가게 하지 말라!”면서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 ‘진실·화해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라!”라고 촉구했다. 

이날 행사는 전국각지에서 상경한 70대 이상 초고령 유족 약 200여 명이 조국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순국하신 애국열사와 한국전쟁 전후 학살당한 백만 원혼 및 10.29 (이태원) 참사 등으로 생명을 빼앗긴 젊은 넋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원불교 서울교구 인권위원회 위원장과 교무가 직접 백만 원혼 해원(解怨) 위령제를 거행했다. 

이날 윤호상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 의장은 ‘개회사’에서 “1.2기 진실화해 위원회 문을 두드린 민간인 희생자 유족 숫자가 채 2만 명이 되지 못한다. 국가는 이것마저 진실규명을 지연시키며 축소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라고 질타하면서 “당신들의 조부모 형제가 비무장 상태에서 학살당했다면, 이렇게 하겠는가?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라!”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날 직접 참석하기로 했던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과 신정훈 의원은 각각 보좌관을 보내 진실화해 기본법 개정안 처리 현황과 향후 민주당의 강력한 국회 통과 의지 등을 전달했다. 그 뒤를 이어 백경진 ‘제주 4.3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이사와 최경필 ‘여순 10.19 범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이 잇달아 발언대에 올라 각각 “이미 제정되어 시행 중인 관련 특별법 때문에 그동안 은폐된 사실 등이 하나씩 둘씩 밝혀지고 있으며, 국가가 그 책임을 인정하게 되었다면서 피해자로서 늘 아픔을 함께하고, 늘 함께 연대하겠다”는 취지로 단체 입장을 천명했다. 

이어서 발언한 송운학 ‘촛불계승연대’ 상임대표는 “과거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기만하는 사기극이다. 한국전쟁과 그 시기 및 그 전후에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집단학살은 현재진행형이며, 아직도 우리나라를 자유와 평등이 꽃피고, 평화가 흘러넘치는 나라로 만들지 못하게 만드는 질곡이다. 반드시 이 족쇄를 풀어내야만한다”고 강조하면서, “민간인 집단학살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처럼 공직자가 직무를 유기하여 발생한 것과 달리 국가가 직접 저지른 흉악한 범죄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대통령이 국가책임부터 인정하고, 일일이 피해자를 찾아 충분하게 배상하겠다고 약속하고, 즉각 시행하라!”라고 역설했다. 

한충목 ‘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역시 “진상규명과 배·보상은 국가의 의무이고, 국민명령”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 의무를 즉각 이행하라!”라고 촉구하는 등 작심 발언했다. 김명희 ‘국가보안법 철폐 거리 행동’ 대표와 이자훈 ‘여순 항쟁 서울유족회’ 대표 등도 한결같이 ‘국가책임 인정’과 ‘진실화해 기본법 개정’ 등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그 밖에도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각 권역 회원 의견을 대변하는 이춘근 부산 경남 상임대표, 이성수 경북 상임대표, 이창준 광주 전남 상임대표가 각각 간절한 마음을 담아 진실화해 기본법 개정을 호소했다. 특히, 이창준 상임대표는 “한시적인 국가기구가 아니라 동사무소와 같이 구체적인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상시조직이 피해자 조사와 확인 등을 일상적인 행정업무로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박명수 운영위원이 국회의장과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과 전체 국민에게 드리는 공개서한과 같은 성격을 갖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행사 제1부가 끝나자 잠시 휴식한 후 제2부 범국민추모문화제를 시작했다. 

제2부는 김옥심 간사의 고유문 낭송, 사윤수 시인의 자작 추모시 낭송 등으로 시작되었고, 구구절절한 그 내용에 초고령 유족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최도은 민중가수가 ‘누가 그 여인을 모르시나요’라는 노래를 불렀다. 또, 백만 원혼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을 부를 때 한대수 아시아 1인극협회 대표가 해원굿을 추는 방식으로 합동공연이 이루어졌다. 노래와 춤사위가 어우러진 이 합동공연은 보기 드문 열연과 열창이었고, 최도은 민중가수는 ‘늙은 군인의 노래’ 곡조에 맞춰 가사를 바꿔 백만 유족의 열망을 담아 ‘진실화해 기본법’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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