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유경근님이 ‘이태원참사’에 대해 쓴 글을 뒤늦게 접했다. 장문의 글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모든 것을 유가족 중심으로, 유가족 뜻대로 처리해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도 그 무거운 직책을 갖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세월호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다.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얼마 후, 한명숙 전 총리 모시고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 그를 처음 만났다. 그때는 대표가 아니고 대변인인가, 뭔가 다른 직책을 맡고 계셨는데 굉장히 샤프하고 사려깊은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세월호참사’ 유가족 분들이 모두 목에 목걸이 같은 전자기기를 차고 있어서 궁금해 했더니 비화기(도청을 방지하는 장치)라고 했다.

유가족들이 모이면 모임시간, 장소, 대화내용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경찰, 기무사 등이 파악하고 있더란 것이다. 도청 뿐 아니라 미행까지 있었다.

나는 무능하고 무도한 박근혜 정권의 몰락은 ‘세월호참사’가 일어났을 때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그 중심에 유가족들이 있었다. 그런 생각은 비단 나만의 억지가 아닐 것이다.

박근혜 정권보다 훨씬 무능하고 무도한 윤석열 정권은 ‘이태원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지거나 책임져야 할 자에게 책임을 묻는 일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참사 희생자들을 사고 사망자로 격하시키고, 희생자들을 인격화하는 것을 막고, 유가족들이 서로 연락하지 못하게 하고 파편화시키고 분열시키는 작업에 결사적으로 매달릴 것이다.

유경근님의 제언은 바로 그 지점을 지적한 우려이며 시민사회가 마련해야 할 대책이다.

그는 또 이번 참사를 ‘10.29’참사로 부르는 것이 유가족 입장에서 무슨 뜻이 있겠느냐며 자신은 유가족들이 결정할 때까지는 계속 ‘이태원참사’로 부를 뜻을 비쳤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유가족들의 뜻과도 상관없이, ‘이태원참사’도 아닌 ‘용산참사’로 부를 생각이다. 중의적(하나의 단어로 여러 뜻을 표현함) 의미로 그러하다.

세월호 유가족이 이태원 참사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는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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