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까지 북촌 페이지룸8 2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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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화려한 색을 내세워 자신을 보호하는 생물의 경계색을 모티프로 유약의 발색을 탐구하는 신소언 작가. 언어로 규정하거나 표현하기 힘든 어떤 경계 지점에서 존재하는 상상력을 회화를 통해 실현하는 유리 작가. 두 작가의 2인전 ‘불완전한 세계에서 완전한 경계로’가 27일까지 북촌 페이지룸8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품 속 드로잉 요소를 중심으로 기획한 페이지룸8 프로젝트 ‘쉐도우 에스키스(Shadow Esquisse)’ 여섯 번째 전시로 작품에서 인상 깊게 드러내는 색채 감각과 과정에 주목한다. 색(color)은 예술의 강력한 구성 요소이며 일반적으로 언어나 제스처로 할 수 없는 상상력을 표현하기에 탁월하다.

신소언 작가는 동물의 ‘경계색’을 주제로 도자를 다룬다. 경계색은 주로 피식자가 포식자에게 자신이 독성이 있거나 공격에 대해 매우 방어적이라는 것을 경고하는 색깔이다. 작가는 유약을 활용하여 경계색을 만든다. 자신이 원하는 색채를 찾기 위해서는 철, 구리, 코발트 등 산화 금속 화합물의 적절한 배합 비율을 찾고, 1250도 이상의 고온에서 혼합되어 흘러내리는 결과물을 예상해야 하는 철저한 탐구 과정이 필요하다.

신소언 '수집가의 알'
신소언 '수집가의 알'

도자의 형태는 최대한 유약의 흐름과 발색이 효과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구상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주요 작품 중 ‘날개’ 시리즈는 나비 날개 문양을 모티프로 삼아 주로 오목한 기둥과 안으로 담기듯 흘러내리는 도판 작업으로 구성된다. ‘수집가의 알’은 과거 ‘에그 아트’에서 착안한 볼록한 ‘알’ 형태를 진열대 위에 올려놓은 모습이다. 연약한 생물이 강인함을 시각적으로 표출하는 경계색은 작가가 다루는 깨어지기 쉬운 도자 표면을 강화하고 고온에서 화려한 색채를 유약으로 구현하는 과정과도 닮아있다.

유리'무한한 사랑을'
유리'무한한 사랑을'

유리 작가는 눈에 보이는 현상이나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의미 외에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그 사이 경계 지점, 즉 ‘불완전’한 것을 회화로 표현하는데 흥미를 두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불완전’이라는 키워드는 누군가에게는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지만 작가에게는 시각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세계로의 진입과도 같다. 작품 속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은 형상들은 한시적인 신기루 안에서 발굴되듯 빠른 필치로 잡아둔 것처럼 보인다. 채도를 낮춘 보색들의 조화는 감정과 공기 등의 어렴풋한 느낌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 ‘무거운 날개와 텅 빈 몸’과 ‘날개의 역할’ 연작에서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하는 단서들을 볼 수 있다. 바퀴 달린 새와 무거운 날개에 기대어 올린 사다리 등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유의 역할과 관념을 잠시 덮어두고 그 반대의 상황이나 생경함 등에서 나올 수 있는 개인의 상상력이다. 유리 작가만의 색채는 ‘불완전’함의 사이를 비집고 진입하는 경계 지점의 파노라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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