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이태원 참사 사망자가 156명에서 2명 늘어 158명으로 알려진 14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더탐사와의 협업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155명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달 29일 참사가 발생한 지 16일 만이다.

민들레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해 출범한 독립언론으로 15일 창간을 하루 앞두고 이날 호외로 '10.29참사' 희생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유수의 매체들은 국내외 희생자 상당수의 사진과 사연을 유족 취재를 바탕으로 실명 보도하면서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만들었다.

민들레는 희생자 명단 공개와 관련해 “지금까지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과 언론은 사망자들의 기본적 신상이 담긴 명단을 국민들에게 공개해 왔으나, 서울 이태원에서 단지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를 걷다가 느닷없이 참혹한 죽음을 맞은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인재이자 행정 참사인데도 사고 직후부터 끊임없이 책임을 회피하며 책임을 논하는 자체를 금기시했던 정부 및 집권여당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참사는 그 과정과 규모면에서 내각이 총사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안이지만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적 책무를 지닌 윤석열 정부에서는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등 고위직 누구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았다. 여당 소속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 또한 마찬가지이며,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마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민들레는 "이처럼 참사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데 급급한 여권과 이에 맞장구치는 보수언론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명단 공개 목소리를 맹렬하게 공격하고 정쟁 프레임으로 몰아가며 여론을 오도하려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데 호명할 이름조차 없이 단지 '158'이라는 숫자만 존재한다는 것은 추모 대상이 완전히 추상화된다는 의미다. 이는 사실상 무명(無名)이고 실명(失名)"이라고 성토했다.

민들레가 공개한 명단은 얼굴 사진은 물론 나이를 비롯한 다른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 없이 이름만 기재해 희생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는 않는다. 한국인 사망자는 한글로, 외국인 사망자는 한글과 영어 알파벳을 혼용해 이름이 적혀있다. 이름 외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매체는 "위패도, 영정도 없이 국화 다발만 들어선 기이한 합동분향소가 많은 시민들을 분노케 한 상황에서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위령비 건립 등 각종 추모 사업을 위한 후속 조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라고 명단 공개 유를 설명했다.

민들레 상임고문으로 위촉된 강기석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반만 년 우리 역사에서, 최소한 조선시대 이래, 우리 민족은 제사를 지낼 때 죽은 이들의 이름을 적은 위패(신주, 지방)를 모시고 절을 했다"라고 했다.

이어 "신령을 모신 위패가 없는 제사는 제사일 수가 없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언론이 그 역할을 해왔다"라며 "큰 사건 사고가 터질 때 마다 누가 죽고 다쳤고 어느 병원에 있는지를 알려 사회적인 슬픔을 모으고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10.29 참사'에서는 어떤 언론도 그 당연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지금의 대다수 언론이 권력을 두려워하고 자본에 비굴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민웅 목사는 이날 초혼제(招魂祭) 제목의 페이스북 입장문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이 귀합니다. 그 안에는 2022년 10월 29일, 그 생애가 멈추기 전까지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한 분 한 분 불러 위로하고 그 명복을 절절히 빌어야 할 이름입니다. 이 초혼(招魂)은 사랑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 이 이름을 지우고 그 사연이 드러나지 않게 막으려고 유가족의 뜻을 자기들 마음대로 내세워 이 이름들을 부르는 걸 패륜이라고 공격하는 자들이 있습니다"라며 "‘유가족의 뜻’을 과연 전부 확인했을까요? 무엇 때문에 이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되는 건가요?"라고 따져 물었다.

김 목사는 "이 자들은 국민을 속이고 있습니다. 기만입니다. 자신들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국민들이 생생하게 알게 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라며 "공개되면 유가족이 수치를 겪고 이름을 알게 된 우리는 인륜을 저버리는 것처럼 협박하는 이 자들이야말로 패륜범들입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 나이도, 성별도 모릅니다. 사연도 알지 못합니다. 그 얼굴도 모릅니다. 그것도 이제 알아가야 하겠습니다. 어떤 생떼같은 목숨이 꽃처럼 지고 말았는지"라며 "이름이나마 알게 되어 감사하고 있습니다. 소중하게 부를 것입니다. 온 세상이 마음을 모아 눈물과 사랑으로 초혼제를 지낼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도 고통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가족 누군가가 세상으로부터 잊혀진 무명의 존재가 아니라, 가슴 뜨겁게 부르며 위령하는 존재가 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처벌받아야할 자들의 이름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할 것입니다"라며 "그래야 이 초혼의 의미가 완성되어갈 수 있습니다. 그 처벌 명단의 첫 자리에 누가 있는지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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