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글에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철에 맞지 않거나 쓸모없는 경우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쓸모없는 물건을 어떻게 쓰느냐 에 따라 인생도 달라집니다.

어느 젊은이가 무더운 여름날 어떤 어르신께 화로를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그 노인은 “무더위에 화로가 무슨 소용이 있느?” 며 화를 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어르신께도 여름에 화로, 겨울에 부채를 선물한 후 똑같이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분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그래, 고맙네. 잘 사용하겠네.” 의아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여름에 화로를 또 겨울에 부채를 어떻게 쓰시려고요?” “화로는 여름 장마에 젖은 물건들 말리는 데 사용하고, 부채는 겨울에 불 지필 때 쓰면 얼마나 좋은가?”

그렇습니다. 맑은 아침이슬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고,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됩니다. 내가 어떻게 마음먹고 어떻게 가치를 따지느냐 에 따라 매우 요긴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아주 값진 것도 쓰레기 취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역경이나 순경이나 대하는 사람에 따라 그 운명이 달라집니다. 저 유명한 전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1955~2011)‘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고 했습니다. 이 구절은 우리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준 말이지요.

그리고 잡스는 『배부름보다 배고픔에 머물러라! 그 고통이 나를 깨어 있게 하리라! 똑똑함 보다는 늘 나 자신을 모자란다고 생각하라! 그 비움이 나를 더욱 채워줄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맹자(孟子)의 <여경이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렵고 힘든 현실이 오히려 나를 살리는 길로 인도할 것이고, 편안하고 즐거운 현실이 나를 죽음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맹자는 위대한 사람은 늘 힘들고 어려운 역경을 견뎌낸 사람들이라고 강조하지요.

그렇습니다. 하늘이 위대한 사람을 만들려면, 반드시 역경을 주어 견디게 합니다. 그래서 하늘은 ‘먼저 그 사람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그 사람의 근육과 뼈를 수고롭게 하고, 그 사람의 배를 굶주리게 하며, 그 사람의 신세를 궁핍하게 하여, 그 사람이 역경을 견뎌 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라 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 연설은 결국 부모를 잘 만나서 비싼 등록금 내고 졸업하는 스탠퍼드 졸업생에게 편안함에 안주하지 말고 역경을 즐겨 위대한 가치를 창출하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안락한 삶이 나를 달콤하게 하지만, 그로 인해 성장은 멈출 수밖에 없고, 우환과 고통이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성공을 찾아내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안락을 추구하고, 채움에 안주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안락이 나를 죽이고, 교만이 나를 정체 시킵니다.

어떻습니까? 세상에 버릴 물건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역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고통이 나를 더 성장시키고 위인으로 만들기 위한 진리의 시험인지도 모릅니다. 저도 젊은 시절 말 못 할 고통 속에 살았습니다. 세상 사는 이치를 모르고 제멋대로 살아왔기 때문이지요.

그 역경 끝에 도달한 곳이 바로 《일원대도(一圓大道)》였습니다. 만약 제가 일원대도를 만나지 못했던 들 아마 저는 주색잡기에 빠져, 이제 세상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이 노년에 안빈낙도(安貧樂道)는 꿈도 꾸지 못했겠지요.

안빈낙도란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지키며 즐김’ 이라는 뜻입니다. 안빈낙도는 공자(孔子)의 언행록(言行錄)인 《논어(論語)》의 <옹야편(雍也篇)>에 나옵니다.

안회(顏回)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쳤으며, 워낙 학문을 좋아해 나이 29세에 벌써 백발(白髮)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덕행(德行)이 뛰어나 스승인 공자 자신도 때로 그로부터 배울 정도였다고 하네요.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질 도다 안회여! 한 대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을 먹으면서, 좁고 누추한 거리에 사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디지 못하거늘, 안회는 그 속에서도 즐거움을 고치지 아니하니 어질 도다 안회여!” 그렇게 그는 가난을 운명인 양 받아들이고, 늘 낙천적으로 살았으며, 덕(德) 닦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논어》 <술이편(述而編)>에 이렇게 그를 찬탄(讚嘆)해 마지않았습니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어도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을 뿐이다.”

지금 저는 부자도 아닙니다. 거기에다가 다리가 부실하여, 거의 칩거(蟄居)상태입니다. 그래도 저는 세상에서 가장 부자라고 자부(自負)합니다. 천하 만물이 저의 것이고, 온 세상 모든 사람이 저의 형제자매이며, 온 우주가 저의 집이기 때문이지요.

이 세상에 고통과 고난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덕화만발 가족은 역경을 이겨내어, 순경으로 바꾸어, 안빈낙도 하며 살아가면 어떨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11월 1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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