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틱낫한(1926~2022) 스님의 글에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는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을 보면,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다. 화를 안고 사는 것은 독을 안고 사는 것과 같다. 화는 타인과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며, 인생의 많은 문을 닫게 한다.”라고 했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우리는 타인과의 사이에서 얽혀 있는 모든 매듭을 풀어야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지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행복을 만끽하면서 사는 사람은 드뭅니다.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표정에서 알 수 있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늘 웃으며 살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얼굴을 찌푸리며 찡그리고 있는 것이 다릅니다. 모든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곱게 늙고 싶은 소망(所望)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곱게 늙는 것도 축복(祝福) 입니다.>하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과 곱게 늙는 길에 걸림돌은 욕심(慾心)이고, 원망(怨望)이며, 분노(憤怒)입니다. 나이 많아서 욕심과 분노에 매이지 않고 곱게 늙어갈 정답을 찾는 것은 개성이 다른 각 사람의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삶의 기본문제를 우선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병마(病魔)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는 건강과 먹고 사는 문제의 고민에서 벗어나서, 자신을 슬기롭게 다스릴 정신적 능력이 있어야 곱게 늙을 수 있는 기본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늙음을 긍정하고, 나이 듦이 저주(咀呪)가 아닌 축복으로 받아들이며,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곱게 늙어갈 수 있는 길에 한걸음 가까이 가게 됩니다. 과한 욕심은 늙은이를 비참하게 만들고, 감사가 주는 만족과 평화를 모르게 하며, 행복의 길을 막고, 늙음의 깊은 신비(神祕)가 주는 오묘한 즐거움에서 점점 멀어지게 합니다.

늙은이가 품고 있는 원망과 분노도 사람을 병들게 하고, 불행한 늙은이가 되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모든 잘못을 남에게 돌리고, 한(恨)을 품고 평생 억울해 하며,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역시 근본적으로 곱게 늙어갈 수 없게 만드는 길입니다.

사랑과 감사와 만족은 곱게 늙어갈 기초 심성을 만들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게 하며, 늙은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슬기로운 방법입니다. 아름다운 삶의 완성을 위해서는 곱게 늙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영겁(永劫)의 시간 속에서 오직 한번 허락한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원망과 분노와 미움으로 소비하고, 과한 욕심으로 자신을 계속 닦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늙어갈수록 생활을 더욱 간결하고, 소박하며, 검소하게 하고, 유유자적(悠悠自適)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것은 하늘의 은혜와 축복입니다.

진정 오늘까지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만족하고 즐거워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늙음은 축복이고 축제(祝祭)입니다. 진정 모든 것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아서, 곱고 멋지게 늙어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攝理)이고, 하늘의 큰 뜻에 순응(順應)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늙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닙니다. 가만히 있어도 세월은 흐르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곱게 늙으려면 자제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 늙으면 필요 없는 자랑을 하기 좋아하지요. “나 때는 말이야.” “내가 왕년에!”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들은 먼저 생각하고, 감정을 노출을 자제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늙으면 이성 기능이 약해지고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어 감정 조절을 잘못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화를 내기도 하고 충격을 받기 쉽습니다. 도 그래서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고 합니다.

늙어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대우만 받으려는 늙은이가 되지 말고, 베푸는 늙은이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급 적 입은 막고, 귀를 열어야 하며, 모자는 먼저 벗고, 지갑은 여는 늙은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서경(書經)》<홍범편(洪範編)>에 오복(五福)에 관한 얘기가 나옵니다. 인생의 바람직한 조건으로 제시한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의 5가지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첫째, 수명입니다.

인간의 소망이 천명을 다 누리는 것입니다.

둘째, 부자로 사는 것입니다.

부유하고 풍족하게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이루는 것입니다.

셋째, 건강하게 사는 것입니다.

강녕은 일평생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말합니다.

넷째, 덕을 많이 쌓는 것입니다.

유호덕이란 덕을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다섯째, 고종명입니다.

죽음에 관한 복입니다. 모든 사회적인 소망을 달성하고, 남을 위하여 봉사한 뒤, 객지가 아닌 자기 집에서 편안히 일생을 마치는 복이지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오복(五福) 중, 마지막이 ‘고종명(考終名)’입니다. 우리 어떻게 죽고 싶으신 가요? 곱게 늙는 것은 축복입니다. 저는 80평생이 넘도록 얼굴에 주름살 하나 없이 살아갑니다. 우리 모두 아름답게 늙어가시지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11월 23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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