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의 메시지버스] 경기장의 3분의 1만 쓰는 한국의 거대 양당

‘닥치고 수비’ 축구의 대명사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대를 자처하는 윤핵관들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군사쿠데타 식으로 야밤에 당대표 자리에서 폭력적으로 찍어낸 정변(政變) 사태를 계기로 하여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국민들의 비율이 10명 가운데 6명에 달하게 된 걸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지속적으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6명 가운데 무려 5명은 윤 대통령이 나라를 그냥 잘못도 아니고 ‘매우 잘못' 다스리고 있다고 꾸준히 답변하고 있다.

이쯤 되면 국민의힘이 호떡집에 불난 것 같이 부산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올바를 터이다. 현실은 더불어민주당이 마치 상대방 복서의 강펀치를 안면에 정통으로 허용하고, 그로기 상태에 빠져 링 위에서 비틀대는 권투선수처럼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선거와 지자체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고도 별로 놀라거나 충격을 받은 기색이 아니었다. 선거에서 지고도 멀쩡했던 야당이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초장부터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힘과 자신감을 회복하기는커녕 왜 되레 다리가 풀려 허우적대는 것일까?

논조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로 말미암아 더불어민주당이 반신불수가 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진단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여권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익조차 제대로 챙겨먹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한 모양새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이재명 개인의 사법리스크가 한국의 제1야당을 반신불수의 지경으로 몰아갔다는 건 원인과 결과를 도치시킨 그릇된 분석일 뿐이다.

왜냐? 이재명이 대장동 사건에 발목이 잡히지 않았어도, 또는 이낙연이나 김부겸이 이재명 대신 당수로 선출되었어도 더불어민주당은 어차피 반신불수 정당이 되었을 게 분명한 까닭에서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공격하는 데만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과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데 필자는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공격한 적이 실제로는 거의 없다고 판단하는 바이다. 그 이유를 이제부터 간략히 설명해보련다.

현근택 부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목표에 대해선 "당연히 이재명을 죽이고 힘이 없어지면 그 다음에는 짤라먹기 쉽잖나"라며 "지금은 이재명 대표가 강고하게 있으니까 야당을 어떻게 못하는데 이재명 대표가 사라지면 강력한 대항마들이 없잖나. 고만고만한 사람들 있는데 그 사람들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잖나. 그러면 야당은 박살나는 건데 그걸 모른다"라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다운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대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부차적이다. 개혁정신이 실종된 정당, 그 자체가 문제이다. 사진=연합뉴스

공격은 적(들)의 영역과 물자와 인력 가운데 최소한 한 가지를 아군 측으로 뺐어오는 행위를 뜻한다. 허나 장외에서 활동하는 「더탐사」 유형의 진보판 가로세로연구소들이 선발대 구실을 맡고, 김의겸과 장경태 의원 등의 소속 국회의원들이 본진 역할을 담당한 더불어민주당의 대여공세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기반을 야당으로 포섭·견인해오는 데에는 근본적으로 전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여당 지지층은 물론이고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끌어오려는 의도조차 발견되지 않는다.

허면 더탐사 일행과 김의겸과 장경태가 하고 있는 일의 목적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은 전통적으로, 관행적으로, 타성적으로,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는 대안부재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지명도와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이 실질적 행동 동기인 것으로 생각된다. 축구의 경우에 비유하자면 상대방 골문 방향으로 나아가는 전진패스 일절 없이 자기 편 진영에서 수비수들끼리 서로 열심히 공을 돌리는 격이라고 하겠다.

문제는 수비수들끼리 자기 편 진영에서 안전하게 공을 돌리는 와중에 상대팀 골망을 흔드는 강슛을 성공시킨 양 골 세리머니를 시시각각 연출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골문 뒤편 관중석에 옹기종기 모여든 고정지지층은 자기 편 문전에서의 지루한 공 돌리기에까지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지르며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기 일쑤다. 비뚤어진 확증편향과 망국적 진영논리의 가공할 폐해이자 위력이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 지역의 국가대표팀들은 선제골을 넣은 후에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기 전까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시간만 끌려는 지저분한 플레이로 악명이 높았다.

올해에 개최된 카다르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 중동 국가 팀들은 경기 도중 수시로 그라운드에 벌러덩 드러눕는 침대축구의 추태를 더는 부리지 않고 있다. 그들은 정상적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란 같이 축구의 종주국 잉글랜드에 화끈하게 지거나 혹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에 통쾌한 승리를 거둔다.

침대축구 전문정당이기는 국민의힘도 도긴개긴

공격할 의지를 아예 포기하고 자기 팀 진영에서 수비수끼리 공을 ‘공격적으로 돌리는’ 작전에 주안점을 두기는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과 피장파장이다. 그나마 축구경기에서는 공격할 마음이 아무리 없다고 한들 경기장은 절반은 써야만 한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으로 대변되는 남한의 거대 기득권 양당은 경기장의 3할만을 사용한다. 그 최종 스코어는 두 당 모두 지지율이 여간해서는 30프로 안팎에 고착된 현상이다. 무승부 전략을 통해 승점 1점 확보하는 게 지상과제인 정당들이 구태 정치인들만큼이나 매양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기존 집토끼들의 지지만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다.

필자는 지금 시점이야말로 거대 양당의 식상한 틀과 낡은 한계를 돌파할 새롭고 과감한 정치실험에 착수하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확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MZ 세대로 불리는 2030 청년세대는 사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투표장에서 던진 표가 비록 사표가 될지언정 소신껏 투표하는 결기와 일관성을 갖고 있다. 사표가 될 게 두려워 원래의 결심대로 번번이 투표하지 못해온 늙고 소심한 기성세대와 본질적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반신불수가 된 건 해당 정당에게 경기장의 3분의 1만 쓰는 습성이 이재명이 당대표로 뽑히기 한참 오래전부터 깊숙이 체질화된 탓이다. 이미 문재인 대표 체제 시절부터 야성적인 공격본능을 상실하고, 안전 위주의 ‘닥치고 수비’에만 올인해온 조직인 탓이다. 문파도, 개딸도 수비보강 차원에서 수혈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경기장 왼쪽에서 벌이는 짓을 국민의힘은 그라운드 오른편에서 동일한 전술과 진용에 입각해 펼치고 있을 뿐이다. 확장성도 없고, 적극성도, 변화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는 게 작금의 한국의 거대 기득권 양대 정당의 적나라한 현주소인 셈이다.

혁신과 변화는 늘 변방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변방이라는 공간이 반드시 저 외진 시골 농촌마을일 필요는 없다. 영남에서만 볼을 돌리는 정당, 호남에서만 공을 차는 정당에 염증과 신물이 난 수많은 젊은 유권자들이 서울을 필두로 수도권 지역에 대거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의 제22대 총선은 국정안정을 위한 선거로 머물러선 안 된다. 정권심판을 위한 마당으로 국한되어서도 안 된다. 경기장 전체를 폭넓게 시야에 두고서 대담한 공격에 나서는 도전과 개혁 지향의 새로운 신진 정치세력이 확실히 출현하는 전기로 뚜렷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이유는 자명하다. 그해는 21세기도 사반세기가 경과한 2024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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