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자택 찾아가자 "어떤 고통 따르는지 보여줘야"→"구속기소 가이드라인 준 듯"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탐사전문매체인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해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발끈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전 장관이 모인 국무회의에서 '더탐사'를 겨냥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하지 않느냐"라고 했고, 한동훈 장관도 역시 '더탐사'를 이정재·임화수·용팔이 등 '정치깡패'에 비유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이를 두고 MBC에 이어 또다른 '언론 겁박'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이유다.
더탐사 취재진은 지난달 27일 한동훈 장관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현관문을 찾아가 “한동훈 장관님 계시냐”, “더탐사에서 취재하러 나왔다”고 문을 두드린 바 있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발끈한 것이다. 한동훈 장관은 더탐사 취재진을 공동주거침입과 보복 범죄 혐의로 고발했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장관들 앞에서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한 데 대해 더탐사는 지난달 30일 방송을 통해 "구속기소라는 가이드라인을 준 걸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더탐사의 탐사보도를 주도하는 강진구 기자는 "무엇보다 고통을 보여줘야 한다는 발언이 굉장히 섬찟하다"라며 "저거는 흡사 프랑스 대혁명 이전의 절대왕정, 부르봉 왕가에 있었던 절대군주가 자신에게 반항하던 사람들을 처형할 때 저런 발상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비유했다. 즉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다'와 같은 사고방식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비유다.
강진구 기자는 "통치기술 중 하나가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들을 파리 시내에서 공개적으로 처형대에 묶어놓고 2박 3일동안 온갖 잔혹한 방법으로 고문하면서 처형하는 것"이라며 "그걸 온 시민들이 보게 함으로써 공포를 각인시키는, 왕에게 대들었다가는 어떠한 비극적 종말을 맞는지 공포감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강진구 기자는 "그 고통을 보여준다는 것은 지난번 MBC 전용기 탑승 배제를 통해 언론사에 1차적으로 공포를 심어줬다. 니들이 앞으로 대통령 이익에 반하는 보도를 할 경우 'MBC처럼 된다'(고 선언한 것)"라며 "전용기 탑승 배제로 안 되니까 2차로 소통령이라 불리는 한동훈 장관의 자택을 방문한 (더탐사에게)고통을 보여줘라. 결국 전체 언론사에 공포를 심어주는 굉장히 섬찍한 발언"이라고 짚었다.
강진구 기자는 "중요한 건 시민들한테 공포감을 심어주려했던 절대군주가 결국 시민들의 심판을 통해 단두대 이슬로 사라진 역사적 교훈을 되살려 볼 필요가 있다"라며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 처형' 건을 들었다.
강진구 기자는 "오늘 더탐사 기자는 조선일보가 김만배씨를 (시속)140KM 넘게 추적한 걸 스토킹 범죄로, 기자를 처벌하는 목적보다는 '한 번 돌이켜보라. 취재활동하는 기자들을 이런 식으로 스토킹 처벌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그런 차원에서 고발하고 왔다"라며 "수서경찰서 분위기가 어제까지는 굉장히 침울했는데 오늘 굉장히 밝게 변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서 자기들은 홀가분하다는 그런 느낌인 거 같다"고 전했다.
강진구 기자는 "더탐사 기자를 압수수색했던 경찰관으로부터 전해들은 얘기에 따르면, 경찰관은 (더탐사 기자)자택에 들어가지 않고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하려고 했었는데 결국 시민들이 막아내서 압수수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그 뒤로 '왜 강제로 문따고 들어가서 폰을 압수해오지 않았나'는 굉장한 질책이 따랐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게 촛불혁명으로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민주주의를 이룩했었던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개탄했다.
박대용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더탐사를 향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사실 구속기소라는 가이드라인을 (수사기관에)준 것으로 보인다"라며 "혹시 더탐사 스튜디오 주변을 탱크들이 포위하는 것이 아닌가. 탱크가 실제로 오진 않지만 무력으로 이것을 포위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까지 들 정도"라고 표현했다.
박대용 기자는 이를 철저한 '보복조치'로 규정하며 유석열 대통령이 과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있을 때 했던 발언을 상기시켰다. 당시 윤석열 수사팀장은 취재진에게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박대용 기자는 "한동훈 장관이 (더탐사에게)정치깡패라 했던 말이 원조가 사실 윤석열 대통령했던 말에서 따온 듯하다"고 직격했다.
실제 더탐사는 지난해 '열린공감TV' 시절부터 윤석열 본부장(본인 윤석열, 부인 김건희, 장모 최은순) 범죄 의혹을 수없이 심층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본부장' 비리 의혹을 총 170가지로 정리한 바 있을 정도로 수많은 탐사보도를 했다.
더탐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바로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이 술집에서 '만취'했다는 논란부터 '비선실세'로 지목된 천공을 심층보도하기도 했으며, 최근엔 김앤장 변호사 등과의 '청담동 룸바 게이트' 논란 등을 잇달아 세상에 알린 바 있다.
즉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등의 입장에선 더탐사를 최대 '눈엣가시'로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에도 지난 대선 이른바 '7시간 녹취록'에서 더탐사(당시 열린공감TV)를 향해 "내가 정권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겨냥한 바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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