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고 집념과 의지로 이룬 위업

그야말로 각본없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한국이 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치른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H조 마지막 3차전에서, 강호 포르투갈과의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하며 종합전적 1승1무1패(승점 4)로 우루과이를 밀어내고 조 2위를 차지하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FIFA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자력 16강 진출 위업을 달성했다.

포르투갈은 한국을 맞아 공수 핵심 자원인 후앙 디아스(25.맨체스터 시티), 베르나르두 실바(28.맨체스터 시티), 브루노 페르난데스(28.맨체스터 Utd) 등을 제외하는, 로테이션 가동의 4-1-2-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고, 반면 한국은 부상으로 결장한 김민재(26.나폴리) 대신 센터백에 권경원(30.감바 오사카)과 중원에 신성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을 포진시키는 4-2-3-1 포메이션으로 맞대응 했다.

그러나 경기 시작부터 경기 주도권을 내준 한국은 5분 만에 수비 페페(39.FC 포르투)의 롱킥을 시발점으로 한 측면 크로스에 히카르두 오르타(28.브라가)에게 선취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실로 경기초반 뜻하지 않은 실점으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위축되지 않고 중원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의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패스와 이강인의 적극적인 플레이로, 마테우스 누네스(24.울버햄튼)가 위치한 포르투갈 중원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수비력과 경기력으로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의 측면 공격력에 무게감을 더해주며 분위기를 상승시켰다.

결국 이같은 효율적인 공격은 전반 27분 이강인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받아 김영권(32.울산 현대)이 골문 앞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며, 한국은 '동기유발'에 다시 불을 붙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여전히 경기 주도권을 잡고 측면을 공략했고 최전방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는 '호시탐탐' 한국 골문을 노렸다.

그렇지만 한국의 포백 라인 수비 앞에 포르투갈 공격은 위력적이지 않았고 호날두 역시 김영권, 권경원이 상황에 따라 펼치는 맨마크에 위협적이지 않았다. 경기의 승패는 흐름에 좌우된다. 이에 한국은 전체적으로 볼 점유율에서 포르투갈에 40-60으로 열세였지만 투지를 앞세우며 맞불 작전으로 경기를 소화했다.

이는 한국의 16강 진출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한국의 이와같은 '동기부여'는 급기야 호날두의 발목을 잡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후반 20분 호날두를 돌려 세우는데 성공했다. 사실 절실함으로 경기에 임한 한국 선수들에게 호날두는 경계 대상을 넘어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에 충분했던 존재였기에 그의 교체 퇴장은 한국에게는 곧 기회였다.

그 기회를 후반 22분 황희찬(울버햄튼)이 부여 받았고 황희찬은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마자 이를 증명하듯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며 스피드를 이용한 저돌적인 공격으로 포르투갈을 흔들었다. 실로 황희찬의 간절함을 엿볼 수 있는 파괴력 높은 플레이였다. 이에 한국은 후반 36분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까지 투입하는 '닥공축구'로 승부수를 던지며 포르투갈을 압박했다.

한국은 무승부도 아무 의미없는 경기였기에 총력전은 고려 사항이 아닌 숙명적인 선택 사항이었다. 따라서 손흥민은 마스크를 벗는 처절한 몸부림 끝에 후반 추가 시간인 46분 속공으로 이어진 폭풍 드리블 끝에 천금같은 킬패스를 구사 이에 황희찬은 기적의 결승포로 대미를 장식하며 보답했다.

모든 경기는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유능한 선수는 팀이 어렵고 힘들 때 결정으로 팀을 구해낸다. 이에 손흥민과 황희찬은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결정적인 순간 기적 창출로 증명해 보였다. 진정 한국의 16강 진출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집념과 의지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더욱 값지고 선수들이 흘린 눈물이 마냥 자랑스럽기만 하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