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일 부산 해운대 맥화랑 개인전
원시적 감수성이 주는 고요와 평화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숲의 생명력을 통해 원시적 감수성을 환기시키는 허문희 작가의 ‘Little Forest’전이 8일부터 28일까지 부산 해운대 맥화랑에서 열린다.

제주 토박이인 작가는 그가 나고 자란 '섬의 숲'에 주목한다. 바로 반복되는 숲의 시간 속에 숨겨진 생명력이다. 멸종위기에 있거나, 버려지고 죽어가는 동물들, 현실에서 안전함을 누리지 못하는 모든 생명체들을 좀 더 안전하고 평온한 그림 속 공간으로 옮겨 놓는다. 그 안에서 본래의 숲의 시간을 회복하고, 숲의 생명력을 통해 원시적 감수성을 되찾는다.

어느 개체건 어느 종이건 생명의 다른 이름은 죽음이고, 진화의 끝과 시작은 멸종이라고 했다. 인간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아니 인간보다 더 이전의 주인이었던 동물과 식물, 나무와 숲, 그 관계 안에 자리 잡은 이들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순환되고 이어진다.

‘아무도 숲을 보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인간의 탐욕이나 이기심이 묻어나지 않는 작가의 그림 속 풍경은 그저 평화롭고 아름다워 때로는 동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경쟁적으로 앞을 다투고 고민과 갈등으로 지쳐 있는 현실의 삶에 고요와 평화를 선사한다.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 회한의 시간에 위로가 된다.

전시제목 ’리틀 포레스트‘는 2018년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리메이크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빌렸다. 겨울의 풍경에서 시작된 영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순환되는 사계절의 풍경과 자연에서 얻은 먹거리, 그 시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숲을 찾아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천천히,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큰 갈등이나 위기, 극적인 반전같은 영화적 요소는 제거된 채 흘러가는 시간과 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자연 풍경, 그리고 정갈한 음식만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갈등 없는 서사 속에서 천천히 시간을 음미하다 보면 일상이 소중해지고 잊고 있던 보통의 삶이 눈에 들어온다. 허문희 작가의 작품과 닮아 있는 이 영화의 시작부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 생명의 온기를 전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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