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희생자 유류품 마약검사 사실로 드러나
경찰, 옷이나 휴대폰뿐 아니라 생수병과 사탕 등 400여 점 마약검사 의뢰..모두 '음성'으로 판명
희생자 오지연씨 아버지 "어떻게 내 자식을 그렇게 두 번 죽일 수 있냐"

이태원 참사 당시 마약 단속에 집중한 것이 인파 통제에 집중하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지난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희생자들이 소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류품을 수거해  마약 검사를 의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참사 원인과는 무관한데도 유족들과 희생자들을 모욕한 부적절한 조치였단 비판이 나온다. 

7일 JTBC는 경찰이 사고 엿새 만인 지난달 4일 이태원 참사 유류품에 대해 마약류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검사 대상은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옷이나 휴대폰뿐 아니라 생수병과 사탕 등 400여 점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0월 31일과 지난달 2일엔 유족의 동의를 받아 희생자 2명에 대한 마약 부검도 진행했다. 하지만 모든 검사에서 마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참사 초기 사고원인이 마약 범죄와 관련돼 있단 의혹이 제기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참사 당일 마약 단속에 집중하느라 안전 관리에 소홀했단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사고 이후에도 마약 범죄 여부를 확인했다. 유류품의 소유자가 불분명한 데다 사망 원인과 관련이 없어 검사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의 마약 검사에 "유류물이누구 건지 특정이 불가능하잖아요. 희생자 또는 유족들을 모욕하는 그런 처사"라고 비판했다.

희생자 오지연 씨의 동생은 MBC  인터뷰에서 참사 다음날인 10월30일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 검사와 경찰들이 찾아와 “부검을 하겠느냐”고 물어보면서 ‘마약 때문에 혹시나 아이들이 쓰러진 게 아니냐’면서 마약 검사를 권유했다고 한다.

그는 "'마약 관련해 소문이 있는데 물증도 없다. 부검을 해보지 않겠냐'면서 소문에 의존해 언니를 마약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식의 말을 해 황당했다"라고 전했고 오씨의 아버지 역시 "어떻게 내 자식을 그렇게 두 번 죽일 수 있나"라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이에 대검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MBC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이태원 참사 직후 검찰은 전국 19개 검찰청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희생자 158명에 대해 직접 검시를 진행해 유족에게 인도했고, 그중 유족의 요청이 있었던 3명에 대해서만 유족의 뜻을 존중해 예외적으로 부검을 했다”라고 밝혔다.

참사 희생자인 배우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씨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마약검사 제안) 나도 들었다. 제가 알기로 유족들 거의 다 들었을 것"이라며 "경찰이 (참사 직후) 조서를 꾸려야 하고 부검을 할지도 모른다고 하더라. 그래서 '사인이 압사 아니냐' 물었더니 (경찰이) '확실치 않다'면서 '마약 관련해서 확인을 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정권에 불리한 사실을 숨기려는 검찰의 거짓 해명이 확인된 것이다. 이태원 참사 다음 날 대통령 주재 회의를 열고 사고 명칭에서 '압사'라는 단어를 빼라고 지시한 것도 뒤늦게 드러났다. 희생자 명단을 숨기고 유족 모임을 막고 위패와 영정사진도 없는 분향소 조문 등 참사에 대처하는 윤석열 정부의 민낯이 곳곳에서 드러나 국민 불신을 가중하는 모양새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 당시 검찰이 유족에게 '마약 부검'을 제안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당시 현장 검시 검사가 마약 피해 가능성도 고려해 여러 가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검과 검시는 돌아가신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사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한 준사법적 절차이고 검사의 결정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다만, 대검찰청에서 마약과 관련해 유족에게 물어보라는 지침을 내린 것도 아니고, 준사법적 절차에 따라 검사가 판단한 데 특별히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또 이태원 참사 당시 검찰은 마약 단속을 한 바 없고 경찰 일부 단속을 참사 원인으로 연결짓는 건 비상식적이고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