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정부의 ‘원전확대 정책’ 복병 돌출   

윤석열 정부가 최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다. 대신 2030년 전체 발전량 중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기조이다. 원전 확대는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친환경 에너지 정책 방향과 대립적인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여기에는 전기요금 인상, 글로벌 에너지난 타개의 핵심 해법으로 원전 활용이 최적이라는 논리가 구축되었다. 특히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점화된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과 공급망 불안정성은 세계 각국이 ‘에너지 안보’ 이슈에 민감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해외 국가들의 원전 회귀 움직임도 국내 원전 활성화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다.

SK㈜ 머티리얼즈는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와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달성 의지를 담은 넷제로 리포트를 1일 발간했다.보고서에는 넷제로 선언 의미와 목표 달성 시점, 넷제로·RE100 실현 계획, 기후변화 거버넌스 및 대응 활동 등에 관한 실적과 목표가 담겼다.회사 측은 SK스페셜티 등 계열사의 2030년 넷제로와 RE100 동시 달성 의지를 밝히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다.
사진: SK㈜ 머티리얼즈는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와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달성 의지를 담은 넷제로 리포트를 1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넷제로 선언 의미와 목표 달성 시점, 넷제로·RE100 실현 계획, 기후변화 거버넌스 및 대응 활동 등에 관한 실적과 목표가 담겼다. 회사 측은 SK스페셜티 등 계열사의 2030년 넷제로와 RE100 동시 달성 의지를 밝히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RE100은 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글로벌기업 캠페인이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현대자동차·SK·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RE100에 가입했다. 우리 기업들의 RE100 가입은 글로벌 무역장벽을 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하겠다. 납품 조건으로 RE100 가입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젠 RE100 가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글로벌 위기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석유・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사용을 빠르게 줄여나가면서 기업 활동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전기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의미이다. 2021년 상반기 선진국 모임인 OECD 국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평균 33%였다. 덴마크는 77%, 캐나다는 71%, 독일은 43%, 프랑스 25%, 일본은 22%를 기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아직 7%가 되지 않는다.

이제 글로벌 경제무역은 환경까지 아우르는 국면으로 신속히 이동하면서, 이처럼 거스를 수 없는 대흐름을 우리가 마냥 머뭇거리거나 임의적으로 지연정책을 쓴다면 세계 무역질서에서 외톨이 신세로 소외될 가능성은 매우 농후한 것이다.

▶ ‘원자력 천연가스’ 매우 엄격한 조건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에너지로 분류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녹색분류체계)’ 법안이 지난 7월 6일 최종 관문인 유럽연합 의회를 통과했다. ‘그린 택소노미’는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해 기업의 환경친화 경영과 투자를 유도하는 새롭게 등장한 환경 투자 가이드라인이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EU 택소노미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친환경인 것과 아닌 것을 명확히 구별해 민간 투자와 경제 활동이 친환경으로 견인할 필요성이 전면 대두된 것이다.

2020년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그린 택소노미를 추진한 유럽연합(EU)의 최초 분류체계에는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포함되지 않았다. 원전은 가동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방사능폐기물이 발생하고, 천연가스는 탄화수소체 메탄(CH₄) 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에너지 파동으로 고육지책 끝에 프랑스와의 타협을 바탕으로 EU집행위원회는 2021년 말 공개한 EU택소노미 초안에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과도기적’ 에너지로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을 포함시키며 최초 입장에서 선회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유럽연합의 이런 조처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유럽연합 의회는 다음과 같은 매우 엄격한 이행 단서를 부가했기 때문이다.

원자력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EU는 △원전 안전 기준 강화, 원전 폐기물 최소화 기술 개발△ 원전 폐기에 사용할 기금 비축 △ 2025년부터 사고저항성연료 사용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갖추고 상세 운영 계획 제출 등의 엄격한 조건을  달았다. 또한 천연가스 역시 전력이나 열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특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환경 성능을 강화하는 옵션을 부여했다.

우리가 여기에서 극히 주목해야 하는 부문은 ‘사고저항성 핵연료(ATF, Accident Tolerant Fuel)’ 사용과 2050년까지 고준위폐기물 처분시설 운영 방안 마련이다. 

사고저항성 핵연료는 현재의 Zr-UO2 시스템 핵연료에 비해 원전의 비상노심냉각 기능이 상실된 상태에서도 사고 대처 시간을 현저하게 개선시킬 수 있으며, 수소 발생량을 크게 억제하여 원전의 안전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핵연료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이 전 세계의 화두가 되면서, 핵연료의 경제성보다 안전성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현재 전 세계 상용 원전에 사용되는 핵연료는 지르코늄(Zr) 합금으로 구성된 튜브를 피복재로 하고, 내부는 이산화우라늄(UO2) 소결체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원전의 안전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심각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녹지 않는 핵연료’, 정식 표현으로는 ‘사고저항성 핵연료’이다. 사고저항성 핵연료는 기존 핵연료에 비해 성능이 오히려 향상되면서도, 노심을 냉각하는 기능이 상실되어도 핵연료의 건전성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핵연료를 말한다. 이와 함께 ‘원전 신규건설’의 경우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적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다음으로 우리 입장에서 2050년까지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난망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12월 발표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보면 ‘부지선정절차 착수’ 이후 ‘관리시설 부지확보’까지 13년, 이후 ‘중간저장시설 확보’까지 7년, 마지막으로 ‘영구처분시설 확보’까지 1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부지선정절차를 착수하더라도 영구처분시설 확보까지는 37년 뒤인 2060년에나 가능하다. 

▶ 수출 위주 한국산업 ‘너무 안이한 대비’  

녹색분류체계에 적용되는 분야는 너무 광범위하고 엄격하기만 하다. 건축물 분야에서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건설이나 건축물 관련 온실가스 감축 설비 구축 등이 해당되고, 농업 분야는 온실가스 저감 농산물 재배 기술 등을 적용하는 방식이 녹색분류체계로 인정받는다.

전기·수소차로 대표되는 무공해 자동차의 부품 생산 과정에서 부적절한 금속 원자재의 채굴· 사용·폐기로 인한 환경오염도 제재를 받는다. 최근 들어 탄소제로 중요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원순환 역시 폐기물 자원순환 과정에서 배출되는 유해화학물질이나 오염물질이 허가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될 수 없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추고, 원전 비중을 확대한다는 나라는 적어도 선진국 중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이 글로벌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조달) 이행 요구와 미국과 유럽 등의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같은 새로운 무역장벽에 무방비 상태를 방치하다간 국내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실제, 택소노미의 적용 범위는 기업의 모든 생산설비나 각종 사업부문 같은 전체 자산 단위로 확대 적용되고 더 나아가 기업 전체 경영 활동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2017년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그린 택소노미는 개별 국가나 펀드 차원의 움직임을 뛰어 넘어 국제적으로 녹색경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한국전력을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석탄에서 얻는 기업이라는 이유로 투자 철회 대상 기업 명단에 올린 것이다. 투자 철회 명단에 오르면 향후 투자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 투자금도 회수한다. 

따라서 최근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 확정은 원전업계가 기대하는 원전 부흥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라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환경부가 제정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인 K-택소노미(K-Taxonomy)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새로운 글로벌 지속가능 규범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적응과 해외수출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전 관련 조항들이 국제적 수준에 매우 미흡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는 매서운 지적에 매우 유념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8일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핵심 현안인데도 윤석열 정부는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 및 기념 토론회에 참석, 축사를 통해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의 30%에서 21.5%로 낮췄고, '기승전 원전 확대'만 내세운다"며 이같이 지적했다.당내 탄소중립위원회 설치를 계기로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를 천명하는 자리에서 현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기조를 비판한 것이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8일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핵심 현안인데도 윤석열 정부는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 및 기념 토론회에 참석, 축사를 통해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의 30%에서 21.5%로 낮췄고, '기승전 원전 확대'만 내세운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당내 탄소중립위원회 설치를 계기로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를 천명하는 자리에서 현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기조를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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