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까지 부산 해운대 갤러리 호박 개관전
미소짓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존재감 환기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최석운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발자크의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주변의 우리들 이야기를 리얼하게 드러내 진정한 나를 마주하게 해준다. 소파에 널브러져 졸고 있든지, 단정히 책을 읽든지, 또는 실내 운동기구로 체력단련을 하는 인물들, 또 친구인 듯 분신인 듯 그 옆을 지키는 개나 고양이와 함께 그림은 영락없는 요즘 우리 삶의 익숙한 풍경들이다.

지그시 눈을 감고 지난 작업여정을  되돌아 보고 있는 최석운 작가. 단순한 선과 채도 높은 화려한 색채의 대비로 진솔한 유머를 만들어 내고 있다.

최석운 ‘나의 개와 고양이’전이 31일까지 부산 해운대 갤러리 호박 개관전으로 마련된다.

작가는 1980년대 부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 경기도 양평으로 작업실을 옮긴 후 국내외에서 꾸준히 작품을 소개해 왔다. 이번 전시는 2009년 이후 13년만의 고향 부산에서 열리는 개인전이다.

낮잠
낮잠
개와 고양이의 집
개와 고양이의 집

작가는 소위 ‘부산 형상 미술’의 한 가운데서 활동하며 80년대의 엄혹한 시절을 웃음이 나는 재미있는 그림으로 풀어냈다. 그림 속에 깔려있는 해학과 풍자는 그의 그림을 대변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에 관한 자신의 느낌을 그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묘사했다. 그로테스크한 풍자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을 지적했던 그의 초기 작업은, 이후 희화적인 형태로 전환되어 우리들에게 인간의 무모한 욕망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화려한 풍경

90년대 양평으로 거처를 옮긴 후, 현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이전보다 더욱 유연해지고 긍정적인 형태로 표현되는데 이는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세계관의 변화인 동시에 현실에 대한 신뢰와 연대감이 반영된 변화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그가 그의 작업실 주변에서 만난 길고양이들을 보살펴 주면서 갖게 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애완견과 애완묘에 대한 생각이 담긴 최근작들이 출품됐다. 소개과 묘사가 만들어 낸 최근 작품들이 주로 전시된다.

그동안 그의 작업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등장했지만, 그들이 대부분 인간의 심리를 설명하거나 조형적인 필요에 의해 설정되었다면, 이번 작업들은 그가 실제로 동물을 가까이하며 얻은 직접적인 교감을 통해 애완견과 애완묘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써내려간 것들이다. 그는 그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 신선한 물을 먹이고, 서로 눈을 마주보며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산책길에서 만난 수많은 반려동물들과 동행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자연스레 작업에 등장한다. 가족이 되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반려동물들을 해학과 풍자로 녹여내고 있다.

푸른하늘

무심해 보이는 인물의 눈과 대조적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은 반려동물의 눈길을 마주칠 때 우리는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그가 부추기는 웃음을 통하여 순간 우리는 삶의 긴장을 해소하고, 위안을 받으며 계속 살아갈 용기마저 얻게 된다.

최석운 작가의 작품의 미덕은 바로 이 웃음이 파생하는 감정에 있다. 사실 감정을 건드린다는 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웃음으로 가볍게 우리의 감정을 환기하는 동시에, 우리는 우리가 무겁게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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