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물연대의 16일간의 대파업

지난 6월 7일부터 8일간의 총파업에 이어 11월부터 이어진 화물연대의 16일간의 대파업이 최근 막을 내렸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품목확대’를 논의한바 있다. 

사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3일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노동 규약을 위반했다며 국제노동기구(ILO)에 엄정한 대응을 요청했다.노조는 이날 오전 카렌 커티스 국제노동기준국 부국장과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화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인하고 ILO 협약과 결사의 자유를 지속해서 위반하고 있다"며 "ILO가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커티스 부국장은 "관련 사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3일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노동 규약을 위반했다며 국제노동기구(ILO)에 엄정한 대응을 요청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카렌 커티스 국제노동기준국 부국장과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화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인하고 ILO 협약과 결사의 자유를 지속해서 위반하고 있다"며 "ILO가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커티스 부국장은 "관련 사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협상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면서 ‘품목 확대 없이, 일몰 3년 연장’ 방안을 밀어붙이자, 지난 11월 24일부터 화물연대는 현재 ‘컨테이너·시멘트 운송차량’ 차주에게만 적용되고 있는 ‘안전운임제 연장 및 확대 적용, 유가 상승을 반영한 운임 인상’등을 요구하면서 5개월 만에 다시 파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2025년 12월 31일까지 운영한다’는 3년 연장하는 안을 단독 의결하면서, 결국 12월 9일 화물연대 전체 조합원의 투표 결과 참여자의 60%가 파업종료에 찬성하여 16일 만에 현장에 복귀하게 된 것이다.

화물연대는 이번 철회는 조합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데다,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 발동·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고강도 압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업무개시명령’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경우 발동할 수 있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다음날 24시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운행정지 및 자격정지 같은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형사 처분까지 받게 된다. 사업허가 정지 및 취소도 가능하다. 

업무개시명령이 운수사업계에 적용된 것은 2004년이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발생하자 정부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이 조항을 신설했다. 그럼에도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것은 이번이 초유의 일이다. 이번 화물노조의 파업의 최대 쟁점이 되었던 ‘화물차 안전운임제와 품목확대’는 과연 어떤 배경과 특성에서 태동되었는지 그 현실적 환경과 여건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 현실적 최대 쟁점 ‘안전운임제’ 

‘화물차 안전운임제’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막기 위해 차량 유지비, 적정운임료 등을 법으로 정하여 화물차 운전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이 개정되면서 2020년 시행됐는데 올해 말로 제도가 일몰된다. 

화물연대본부는 2개로 제한된 안전운임제 적용품목 확대와 일몰제 폐지를 요구해 왔다. 현재 적용 대상은 컨테이너·시멘트 2개 품목뿐이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는 분야는 위험물, 곡물·사료, 카 캐리어, 철강, 택배 등 5개 분야다. 관련하여 일몰제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이 사라지도록 한 제도로써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제는 2020년부터 시행되어 2022년 12월 말에 그 효력은 자동 상실된다.

안전운임제는 마치 최저임금처럼, 화물노동자의 권리와 도로의 안전을 준수하기 위한 적정 운송료를 법으로 정해둔 것이다. 운송료가 낮을수록 화물노동자는 위험 운행으로 내몰리게 된다. 유류비, 차량할부금 등 화물 운송에 필수적인 비용을 다 지출하고도 생활비를 남기려면 최대한 오래 일하고, 빨리 달리고, 한 번에 많이 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간 물가인상률보다 오히려 하락한 화물 운송료 때문에, 화물노동자들은 하루 13시간이 넘는 과로와 위험한 과적, 과속을 강요받아 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파업을 해제한 9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 화물연대 파업 텐트가 텅 비어 있다.
사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파업을 해제한 9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 화물연대 파업 텐트가 텅 비어 있다.

화물 운송 종사자 입장에서는 최근 유가 상승이 ‘안전운임제’ 품목의 확대 필요성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1년 전 리터당 1,300원 대였던 경유는 유류세 감면 등 정책에도 불구하고 리터당 2,000원대를 넘실거리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유가 연동이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하면 최저 운송비도 올라간다. 하지만 현재 안전운임제는 일부 품목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비적용 품목 운송 종사자의 수익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법 시행 3년 동안 최저임금을 법적으로 보장받은 화물 차주는 전체의 5%도 되지 않는 극히 일부이다. 우리나라 전체 영업용 화물차 42만 대 가운데 안전운임제의 적용을 받는 화물차(컨테이너, 시멘트)는 2만 6천여 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파업에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외의 화물차주들과 비조합원들도 품목 확대를 바라며 대거 참여한 것이다. 정치적 목적이 아닌 자신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현실적 요소가 내재되었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화물연대를 거세게 밀어붙이면서 화물연대는 최소 현상 유지를 위해 다시 투쟁해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됐다.

▶ 정부는 ‘전향적 협상’ 임해야 

한국교통연구원이 밝힌 컨테이너 차주의 근로시간을 보면 2019년 월평균 292.1시간에서 지난해 276.5시간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전체 임금노동자(163.6시간)와 운수업(170.0시간)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20년부터 부분적으로 시행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이미 도로의 위협을 줄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과적이 급감하였고, 노동시간 및 야간운행 역시 줄어들고 있다. 

2021년 11월 한국안전운임연구단(단장 백두주)이 발표한 ‘한국 안전운임 시행 효과’ 분석 보고서는 화물노동자들의 근로여건이 개선되었음을 여실히 입증한다. 2020년 10월∼2021년 9월 사이에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주 1040여명의 심층 면접조사에서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 결과, 졸음운전 경험비율은 71.8%에서 53.3%로, 과적 경험비율은 24.3%에서 9.3%로, 과속 경험비율은 32.7%에서 19.9%로 각각 감소했다.

얼마 전 모 일간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대응과 관련해 지난 12월 2일 한국 정부에 “화물기사의 단결권·단체교섭권을 보장하라는 2012년 결사의 자유 위원회 권고를 주목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를 한바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다양한 형태의 개인사업자로 구성되어 있어 일률적으로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번 문제가 된 ILO 협약 105호는 ILO의 190개 협약 가운데 ‘핵심 협약’으로 분류된 8개 중 하나다. 협약 105호는 ‘강제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으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이 가운데 노동 규율의 수단과 파업 참가에 대한 제재 항목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사진: 박재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사무처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 주최 윤석열 정부 규탄 및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박재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사무처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 주최 윤석열 정부 규탄 및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러나 105호 협약은 아직 국내에서 비준되지 않은 조항이다. 단, ILO는 이런 핵심 협약에 대해서는 모든 회원국이 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그 원칙을 존중하고 실현할 의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ILO 핵심 협약 8개 조항 중 105호를 제외한 나머지 7개 조항을 비준한 상태다.

2022년 12월 6일, ILO가 대한민국 정부에 요구한 의견도 결코 단순하지 않다. ILO는 공문에서 87호 협약에 따라 현 문제를 해결할 것을 명시적으로 촉구했으며, 한국 정부에 이에 대한 의견을 요구했다.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은 결사의 자유의 기본 원칙에 관한 협약으로, 노사의 자발적인 단체 설립, 가입과 자유로운 활동 등을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전향적 시각에서 대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안전운임제는 큰 틀에서 화물노동자의 생존과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고, 물류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다듬어가는 효과적 초석이다. 화물운송 시스템에 대한 폭넓은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공론화하고 국민 합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가 절대 필요하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통해 기업의 이윤보다 안전한 사회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일군 것은 큰 성과일 것이다. 일몰제와 적은 품목으로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일몰제를 폐지하고 품목을 확대해 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여권은 정부의 강경 대응이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하면 이는 큰 착오이다. 정부와 노조 공히 대등하고 유연한 협상을 통해 안전운임제 확대 논의와 해결에 일진보한 노사합의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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