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일 칼럼] 남한 반공주의가 만들어낸 왜곡된 신화, 아오지라는 미지의 세계

왜곡의 땅, 아오지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하여

내 고향 아오지. 나는 아오지에서 태어나 16세까지 살았다. 지금은 18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다. 내가 아오지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잘못하면 보내지는 그곳’이 맞는지 되묻는다. 많은 사람이 아오지를 북한에서 죄를 짓거나 잘못하는 이가 추방돼서 격리되는 곳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아오지 탄광으로 보내버린다’는 농담도 쓰일 정도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북한축구팀이 한국팀과의 경기에 져서 선수들이 아오지 탄광으로 보내졌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런 비슷한 ‘~카더라’식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재생산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게 물어본다. 실제로 그런 곳이냐고. 틀렸다. 한국의 반공주의가 만들어낸 왜곡된 신화이다. 물론 과거에 국군포로들을 그곳에 보냈고 또 과오가 있는 사람을 추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오지여서가 아니라 수도 평양과 가장 먼 변두리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알려진 것처럼 아오지에 수용소가 있거나 잘못하면 수시로 추방되는 그런 추방지가 아니다. 실제로 아오지에는 수용소가 없다. 북한에 대한 왜곡된 정보 중에 아오지가 가장 많이 대중들에게 공유되며 또 구전되는 왜곡된 내용이다. 그래서 아오지는 추방지로 조리돌림 당하는 억울한 동네이면서 동시에 철저히 희화화된 공간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북한대표팀이 3전 전패를 하자 감독과 선수 모두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 갔다는 소문은 허구로 드러났다. 아오지는 반공주의가 만들어낸 왜곡된 신화의 전형인 곳이다. (화면=SBS 캡춰)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북한대표팀이 3전 전패를 하자 감독과 선수 모두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 갔다는 소문은 허구로 드러났다. 아오지는 반공주의가 만들어낸 왜곡된 신화의 전형인 곳이다. (화면=SBS 캡춰)

왜 아오지 이야기를 하는가. 아오지에 대한 왜곡된 신화는 바로 우리가 북한에 대해 정말 잘 모르고 있다는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아직까지 미지의 세계이다. 아오지처럼 말이다. 미지의 세계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말한다. 그래서 많은 신화와 구전을 만들어 낸다. 보물이 많다거나 식인괴물이 산다거나 등 끊임없이 이야기가 추가되며 재생산된다. 마치 전설의 대륙 바다의 세계 아틀란티스처럼. 아오지가 그런 경우다. 북한은 세계에도 은둔의 왕국으로 남아있다. 아프리카 정글의 어느 부족의 삶에 대한 동행 다큐멘터리는 있어도 북한은 그렇지 않다. 한국사회에는 그나마 알려지기는 했으나 북한은 여전히 신화 속의 세계처럼 소비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북한이탈주민 늘어나는데 북한 실상에는 어두운 남한 사회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 북한이탈주민들이 올해 기준 3만 4천명이 넘었다. 미지의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다. 북한에 대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북한이 미지의 세계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18년을 이남에서 살아온 나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한국사회에 북한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인식되고 있다. 새벽에 동해상에 미사일 몇 발을 쏘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속보로 친절히 알려주지만 실제 북한주민들이 무엇으로 끼니를 해결하는지, 일상의 대화주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는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질문을 받으며 대개 비슷한 경험을 한다. 가끔은 답변하기가 민망할 때도 있다.

조경일 작가

왜 북한은 한국사회에 신화로 남아있을까. 가장 가까이에 살고 있는데 말이다. 나 같은 미지의 세계에서 온 이들을 통해 이전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정보와 실태를 알게 됐다. 탈북민들은 북한체제와 사회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경제실태와 체제의 속성에 대한 내용이 전부이다. 대개 이질적인 것들에 대한 내용들이다. 굶어죽는다거나 수용소에 보내진다는 내용들, 강렬하고 자극적인 인상들과 유별나게 비교되는 사실들만이 선별되어 공유된다. 체제경쟁에서 승패가 확실해진 것들 말이다.

실패한 체제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내 소비되기도 한다. 체제경쟁이 끝났음을 북에서 온 사람들이나 남쪽 사람들은 실감하지만 유독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체제경쟁중인 듯하다. 여전히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국시(國是)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북한에 대한 신화가 아직 깨지지 못한 탓일까. 마치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우리는 북한을 보고 싶은 대로만 바라봐온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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