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농구부의 2022년

[전혜진 기자]= 비상. 연세대학교 농구부의 2022년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가 아닐까. 2022년은 코로나 19로 누릴 수 없었던 일상이 하나씩 돌아오는 해였다. 3년 만에 KUSF 대학농구 U-리그가 단일 대회 형식이 아닌 ‘Home and Away’의 방식으로 진행됐고, 2019년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았던 연세대학교의 가장 큰 행사, 정기 연고전도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일상의 복귀와 함께 위기도 찾아왔다. 다른 중상위권 팀의 상향 평준화, 총사령탑의 교체, 그리고 키플레이어의 부상에 따른 공백까지 절대 쉽지 않았던 상황. 그러나 이러한 비상 상황 속에서도 비상을 위해 멈추지 않았던 그들의 노력을 시스붐바와 함께 돌아보자.

비상(非常):

[1] 뜻밖의 긴급한 사태

[2] 평범하지 아니하고 뛰어남

비상(飛上): 높이 날아오름

I. 2022 상반기

경기 성적, 앞에 명시된 팀이 홈 팀

3.29 연세대학교 76 vs 단국대학교 69 (승)

4.4 명지대학교 53 vs 연세대학교 86 (승)

4.7 연세대학교 80 vs 성균관대학교 76 (승)

4.25 단국대학교 52 vs 연세대학교 53 (승)

4.29 연세대학교 86 vs 명지대학교 68 (승)

5.5 성균관대학교 96 vs 연세대학교 95 (패)

5.9 조선대학교 58 vs 연세대학교 92 (승)

5.12 연세대학교 98 vs 중앙대학교 88 (승)

5.18 연세대학교 77 vs 상명대학교 68 (승)

5.26 연세대학교 71 vs 고려대학교 82 (패)

5.31 연세대학교 86 vs 경희대학교 70 (승)

6.3 동국대학교 82 vs 연세대학교 78 (패)

6.6 한양대학교 77 vs 연세대학교 94 (승)

비상(非常): 선수들의 부상, 총사령탑의 교체와 전력 평준화

2021년이 끝나면서 졸업과 얼리 엔트리로 인해 5명의 선수가 나간 상황에, 시즌 개막 직전 경희대학교 농구부와의 연습 경기에서 십자인대 파열로 신입생 이민서(스포츠응용산업학과 22, 이하 스응산)가 시즌 아웃됐다. 연이어 이정현의 공백을 메워줬던 야전사령관 양준석(체육교육학과 20, 이하 체교)마저 4월 7일 성균관대학교 농구부(이하 성균관대)와의 경기에서 전방 십자 인대에 부상을 당하면서, 연세대의 가드진에 공백이 발생했다.

게다가 대학농구의 양대산맥, 연세대학교 농구부(이하 연세대)와 고려대학교 농구부(이하 고려대)의 입지를 중상위권 팀들이 위협하기 시작해, 2022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U-리그) 초반, 중상위권 대학과의 경기에서 연세대는 진땀승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5월 5일 성균관대와의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연세대는 1점차로 아쉽게 패배하며 34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성균관대의 압박 수비에 턴오버가 잦아지고 팀파울로 상대에게 자유투를 내어줬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연세대는 총사령탑이었던 은희석 감독이 4월 8일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의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기도 했다.

U-리그 활약 선수

가드진의 비상(非常) 속에서 비상(飛上)하다, 유기상

U-리그 전체 3점 성공률 1위를 자랑하는 연세대. 그 중심에는 리그에서 한 경기당 평균 3점 슛 4개, 리그 전체에서 총 56개의 3점 슛을 성공시킨 유기상(체교 20)이 있다. 시즌 초반 3월 29일 단국대전에선 그의 슛 10개가 내리 들어가지 않았고, 4월 25일 단국대전에서는 9개의 3점 슛을 실패하고 턴오버로 조금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0개가 안 들어가도 11개째에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선수가 진짜 슈터라고 했던가. 끊임없이 시도하고 노력하는 선수, 유기상은 이후 4월 29일 명지대학교 농구부와의 경기에서 성공률 56%(5개), 중앙대학교 농구부(이하 중앙대)와의 경기에선 성공률 75%(9개)로 도합 35득점을 달성하며 대학농구 최강 슈터로서의 위엄을 보여줬다.

숫자 그 이상의 공헌, 신동혁

프로 팀으로 자리를 옮긴 사령탑과 키플레이어들의 부상에 따라 혼란스러웠던 초반 분위기는 캡틴 신동혁(체교 19)을 중심으로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한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이 30분 이상이었던 신동혁은 U-리그에서 팀내 최다 어시스트를 달성하며 주장답게 팀을 이끌었다. 연세대의 주무기인 속공을 14번의 경기에서 총 24개, 그리고 그 속공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비까지. 신동혁은 슛, 리바운드 등의 모든 부문에서도 특유의 다재다능함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팀을 위한 그의 공헌은 숫자로 보여지는 것, 그 이상이었다. 4학년 선수다운 노련함과 수시로 팀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그의 리더십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가 왜 디펜딩 챔피언 연세대의 주장인지 느끼게 했다.

II. 2022 하반기

경기 성적 MBC배

7.12 연세대학교 80 vs 중앙대학교 67 (승)

7.14 연세대학교 89 vs 동국대학교 58 (승)

7.16 연세대학교 50 vs 고려대학교 72 (패)

7.19 준준결승 연세대학교 90 vs 한양대학교 84 (승)

7.20 준결승 연세대학교 74vs 경희대학교 54 (승)

7.21 결승 연세대학교 60 vs 고려대학교 77 (패)

U-리그 플레이오프 8강

9.1 연세대학교 80 vs 건국대학교 81 (패)

정기 연고전

10.28 연세대학교 64 vs 고려대학교 72 (패)

비상(非常): 매서웠던 라이벌과 U-리그 플레이오프에서의 충격

숙명의 라이벌, 연세대와 고려대. 이들은 올해 총 4번 경기를 펼쳤다. 그 첫 대결은 5월 26일 신촌에서 펼쳐졌고, 71-82의 점수로 연세대의 아쉬운 패배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고려대의 슈퍼 루키 신입생 여준석이 해외 진출로 자리를 비우면서, 패배를 설욕할 기회가 제38회 MBC배 전국대학농구 상주대회(이하 MBC배)에서 찾아왔다. 그러나 두 번째 고려대와의 매치, 7월 16일 MBC배 A조 예선에서 연세대는 22점차로 고려대에게 크게 패배했는데, U-리그 MVP 문정현의 활약과 풀리지 않는 공격 흐름이 문제였다. 그 이후 이어진 7월 21일, MBC배 마지막 경기에서, 연세대는 고려대와 세 번째 맞대결을 펼쳤다. MBC배 예선 경기와 마찬가지로 답답했던 공격 흐름과 문정현, 그리고 MBC배 MVP 박무빈의 활약으로 연세대는 60-77로 아쉽게 MBC배를 준우승으로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마지막 라이벌전은 연세대학교의 최대 행사, 3년 만에 돌아온 정기 연고전(이하 정기전)에서 펼쳐졌다. 그러나 이번 정기전은 KBL 드래프트 전인 9월 6일 진행된 3년 전과는 달리, KBL 드래프트 이후인 10월 28일에 진행됐다. 정기전이 워낙 중요한 행사인 만큼 드래프트 이후에도 지명된 선수들에 대한 출전 논의가 이뤄졌으나, 경기 직전까지 드래프트 지명 선수들의 출전 여부는 불투명했고 이에 대한 양교의 의견 차이로 인해 경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결국 논의 끝에 드래프트 지명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기로 했고, 연세대의 박선웅, 양준석, 신동혁, 박준형과 고려대의 여준형, 최성현, 김태완, 이두원은 출전하지 않았다. 이렇게 정기전은 전력의 큰 변화도 있었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양교 학생들의 함성과 응원으로 코칭 스태프의 지시가 들리지 않았고, 더 긴장되는 환경이었다. 즉, 당일의 컨디션과 마음가짐에 따라 전력을 뒤엎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경기였기에 양 팀 모두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2022년 마지막 라이벌전이 펼쳐졌다. 비록 연세대는 정기전에서 64-72로 패배했지만, 전반전까지 고려대와 동점을 유지했고, 많은 선수들이 비정기전에서보다 더 큰 활약을 하며 학우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연세대는 정기전에서 패배했지만 분명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9월 1일 U-리그 플레이오프 첫 상대였던 건국대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패배한 것이 그들에게 큰 자극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오프에서 연세대는 대부분의 기록에서 우위를 점하긴 했으나, 공격 리바운드와 턴오버가 아쉬웠다. 건국대는 7개의 턴오버에 그쳤던 반면 연세대는 그 두 배인 14개의 턴오버를 범했고, 특히 패스 미스가 잦았던 것이 문제였다. 잦은 턴오버는 연세대의 34연승에 마침표를 찍게 한 5월 5일 성균관대전과 동일한 아쉬운 포인트이기도 했다.

10월 28일 정기전은 올해 마지막 경기였던 만큼 선수들의 열의가 느껴지는 경기였다. 정기전에서는 비정기전에서와는 달리 전반전까지 계속해서 시소게임이 이어졌지만, 경기 후반 고려대에게 리드를 내주며 8점차로 패배했다. 정기전에서 연세대가 가장 잘 해낸 부분은 본인들의 팀 모토, Defense and Rebound였다. 각자 본인들이 잘하는 부분에 집중했고, 김건우(스응산 20)는 체격을 바탕으로 버티는 수비를, 김보배(체교 22)는 높이를 이용한 블록으로 상대의 골을 저지했다. 또한 이번 정기전으로 대학 무대에 데뷔를 알린 이민서도 영리하게 1쿼터에서 신주영과 김태훈의 공격을 저지하고, 문정현의 오펜스 파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리바운드는 센터는 물론 가드까지 모두가 적극적으로 가세했던 부분이다. 특히 김보배와 이규태(체교 22)의 제공력이 바탕이 되어 경기 전반 연세대는 고려대에게 좀처럼 쉽게 리드를 내주지 않을 수 있었다. 연세대의 트윈타워 김보배와 이규태는 리바운드뿐만 아니라 슛까지 기여했다. 슛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김보배도 3점 슛을 성공시켰고, 이규태는 정기전에서 21득점을 올리며 팀내 최다 득점을 달성했다. 이규태는 포워드임에도 미드레인지 점퍼, 석점 슛 모두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으며, 2쿼터에서는 유로스텝으로 수비를 뚫고 득점을 올리기도 하며 다재다능한 빅맨임을 증명해냈다.

그러나 고려대의 수비 역시 강했는데, 연세대의 파울을 유도한 고려대는 다수의 자유투를 얻어냈고 점수차를 벌렸다. 1쿼터에서는 고려대 선수들도 긴장했는지 턴오버가 있었고, 박무빈이 자유투를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에서 박무빈은 자유투는 물론 3쿼터 중반에 더블더블을 달성하며 활약했고, 다른 고려대 선수들도 대부분의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점차 리드를 가져갔다. 그리고 마지막 4쿼터에서도 연세대가 실책과 팀파울로 상대의 많은 자유투를 허용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새내기 독수리, 이제는 완벽히 적응 완료!

올해 팀에 합류한 빅맨 김보배와 이규태는 신입생임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U-리그에서 평균 25분을 출전해 10점 이상 득점하는 등 멋진 활약을 보여줬다. 이전에도 맡은 바를 쏠쏠히 해냈던 이들은 하반기에 팀에 완벽히 적응했고 더 큰 활약을 펼쳤다. MBC배에서는 이 둘을 축으로 한 공격 전술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규태가 가진 긴 슛거리와 김보배의 포스트업을 섞은 작전들로 연세대는 확실한 2점을 내는 데에 집중했고, 두 선수가 함께 뛰며 트윈타워로 손발을 맞췄다.

MBC배 팀내 최다 득점, 최다 리바운드, 최다 블록 김보배

203cm의 신장을 자랑하는 김보배는 MBC배에서 주장인 신동혁 다음으로 많은 시간 동안 출전했다. MBC배에서 총 48 득점, 33개의 리바운드, 그리고 4개의 블록까지 달성한 김보배는 7월 14일 동국대학교 농구부와의 경기에서 21득점으로 양팀 최다득점을 달성했고, 17개의 리바운드를 따내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MBC배 선수 개인 리바운드 부문에서도 전체 2위를 달성한 김보배는 연세대가 제공권 우위를 점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하는 선수다.

III. 신촌 독수리들의 비상(飛上)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위기(危機). 

이 단어의 첫 번째 글자는 위험(危險)의 ‘위’지만, 두 번째 글자인 ‘기’(機)는 ‘기회’(機會)의 ‘기’다.

연세대학교 농구부는 총사령탑의 교체, 키플레이어의 연이은 부상, 그리고 라이벌과 중상위권 팀들의 성장이라는 위기(危機) 속에서도, 눈부시게 성장하여 멋진 활약을 보여주며 연세대의 미래에 많은 기회(機會)가 있음을 증명해냈다. 이번 정기전에서 새로운 주장으로 활약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한 유기상, 슛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정기전에서 석점 슛을 터뜨린 김보배, 정기전에서 최다 득점한 이규태, 부상에서 돌아온 이민서,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이라는 말을 체감하게 했던 김도완(스응산 21), 몸 사리지 않는 김건우, 중요한 순간에 득점한 최형찬(체교 21), 그리고 가드진의 부상 속에 빛이 돼줬던 안성우(스응산 22)까지 모두 정기전에서 빛났다. 매년 드래프트에 지명돼 연세를 떠나는 선수들의 빈 자리가 생기더라도 그 자리를 새로 비상(非常)한 독수리들이 채워줬던 것처럼, 내년에도 그렇게 이어질 신촌 독수리들의 비상(飛上)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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