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무역적자 미증유 480억달러 전망 

안정적 흑자 기조를 유지하던 무역수지가 금년 들어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라 가파른 적자 흐름이 멈추질 않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연간 누계로 보면 수출은 6,103억500만 달러, 수입은 6,502억7,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수출은 8.4%, 수입은 21.2%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399억6,8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12월 1∼20일 수출입실적
사진: 12월 1∼20일 수출입실적

최근 가공할 무역수지 악화는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非자원국의 공통적 현상이지만, 금년 적자규모는 과거 원자재가격 상승기보다 이례적으로 큰 상황이다. 

올해 무역적자는 코로나 팬데믹 회복 과정의 수급불균형 심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의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가 높아졌고, 그 결과 수출이 대체적으로 견실했는데도 적자가 났다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은 생산원가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들의 이윤을 저감시켜 경영실적의 악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 10월 2일 ‘2022년 무역수지 전망 및 시사점’ 분석을 통해 수입물가 상승 등 무역수지 악화요인으로 올해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 수준인 48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경연이 추정한 480억 달러 적자는 무역통계가 작성된 1964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이다. 이 수치는 지금까지 무역적자 규모가 최대였던 외환위기 직전 1996년 206억2,000만 달러의 약 2.3배에 달한다.

이와 함께 한경연이 추정한 올해 무역액(수출액+수입액) 대비 무역적자 비율은 3.3%로 외환위기 전년도 1996년 7.4% 이후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8년에도 무역적자 규모는 132억7000만 달러, 무역액 대비 무역적자 비율은 1.5%였다.

원·달러 환율이 급속히 상승함에도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에 따른 높은 수입물가 영향이 크다. 물량측면에서는 분명 흑자이지만 수입단가 상승 폭이 수출단가 상승 폭을 큰 폭으로 상회하였기에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 수출입물가 상승률 등으로 무역수지를 설명하는 실증분석에서도 수입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P) 높아지면 무역수지는 8억8,000만 달러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 ‘에너지 수입가격 급등’ 반도체 수출액 급감  

지난 9월 기준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이 전년에 비해 대폭 증가하여 무역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80억달러 이상 늘었다. 특히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원 중에서도 수입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것은 가스다. 지난 8월 가스 수입은 전년 대비 117.1% 급증한 50억3000만 달러였다.

이렇듯, 에너지 가격은 폭등 추세에 비해 수출액 증가율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반전되었다.

지난 11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작년 동월 대비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였다. 월별 수출액이 줄어든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한국의 월별 수출액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2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6월 수출액 증가율이 5.4%를 기록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수출 둔화세가 관측됐고, 결국, 10월 들어서는 감소세로 전환하였다.

‘수출액 증가세에서 감소세’로의 유턴시킨 주범은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이다. 지난 8월 반도체 수출액이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16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넘기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단가 하락 영향이 컸다. 고정거래 가격 하락과 전방산업 수요 감소, 과잉 재고 우려로 수출액은 57억5000만 달러(약 8조)로 같은 기간 24.7%나 감소한 것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3%, 수입의 22.2%를 차지하는 대중국 무역흑자 규모는 243억달러로 한국 전체 무역흑자(293억달러)의 83%에 달했다. 그러나 2022년 들어서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5월부터 첫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구조적 요인은 중국의 수입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10대 수출상품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조선, 철강, 정유와 화학 등의 산업분야에서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이 이제 한국의 최대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또한 중국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최첨단 산업분야에서 한국이 여러 선진국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중국 경기 침체를 글로벌 경제의 위협 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미국의 첨단 기술의 집요한 견제로 인한 생산성 성장 둔화는 앞으로 중국의 성장 잠재력을 낮추는 중핵이다.

● 수출입 ‘동시 다변화 전략’ 

우리나라는 수출과 수입을 합한 금액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무역의존도가 미국의 세 배, 일본의 두 배를 상회한다. 무역수지 적자는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지만 원‧달러 환율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통상적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즉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국내 생산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며 수출 증가, 수입 감소, 즉 무역수지 흑자 폭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에는 수출이 오히려 둔화되고 무역수지는 적자로 전환되는 기형적 추세이다.

무역수지가 적자면 당장 국내로 유입되는 외화(달러)보다 국외로 지급되는 달러가 많다.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국외로 빠져나가는 달러가 많으니 국내 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고, 외국인은 투자를 외면한다. 

결국, 최근의 수입 증가 원인의 대부분은 한국이 쉽게 통제할 수 없는 대변수들이어서 지금은 수출을 증가세로 돌려놓는 게 급선무다. 향후 수출 증가세가 꺾이고 수입은 계속 늘어나 무역수지 적자 구조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기 때문이다. 

밀려오는 경제 파고를 차단할 튼실한 방파제가 필요한 때다.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리기 위한 긴급대책이 무엇보다 화급하다. 무역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을 원자재 가격상승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수출국도 여러 나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세계 8위의 무역 대국임에도 중국(25%)·미국(15%)·베트남(9%) 3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이나 된다.

우리 경제에 대외 의존도가 높은 환경변수 하나하나를 세밀히 점검하고, 우리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살피면서 가격과 수급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국정과제로 산업 전반에서 ‘생산성향상과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주도면밀한 정책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래픽] 수출입 실적= 올해 무역적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지난 10일까지 474억6천400만 달러 적자였으니 이런 추세라면 남은 20일간 30억 달러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수출 둔화까지 겹치며 무역수지가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은 잇따라 나왔지만, 그 규모가 너무 크다. 산업연구원의 426억 달러, 무역협회의 450억 달러 예측도 넘어섰다. 연간 기준으로 볼 때 종전 최대 적자였던 1996년(206억2천400만 달러)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과거엔 무역적자가 대부분 당해 연도의 문제로 끝나고 흑자로 전환됐지만, 올해 무역적자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를 선진국으로 이끈 경제력의 근간은 무역인데, 무역적자가 누적되면 한국 경제의 상승세도 여기서 끝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그래픽] 수출입 실적= 올해 무역적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지난 10일까지 474억6천400만 달러 적자였으니 이런 추세라면 남은 20일간 30억 달러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수출 둔화까지 겹치며 무역수지가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은 잇따라 나왔지만, 그 규모가 너무 크다. 산업연구원의 426억 달러, 무역협회의 450억 달러 예측도 넘어섰다. 연간 기준으로 볼 때 종전 최대 적자였던 1996년(206억2천400만 달러)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과거엔 무역적자가 대부분 당해 연도의 문제로 끝나고 흑자로 전환됐지만, 올해 무역적자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를 선진국으로 이끈 경제력의 근간은 무역인데, 무역적자가 누적되면 한국 경제의 상승세도 여기서 끝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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