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佛家)에서는 전생에 부부는 원수였다고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에게 내생에 또 만나자고 하면 아마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거의 손을 내 저으면서 아니라고 하지요. 우리 부부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만큼 부부 생활이 어렵다는 뜻이지요. 혼인한 사람이면 알 것입니다. 그만큼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산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남자는 여자가 되어보기 전에는 아내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입니다. 마찬가지로 여자도 남자가 되어보기 전에는 남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이 아닐까요?

결혼 20년 차인 어느 부부가 합의 이혼을 했습니다. 결혼하고 살면서 항상 의견이 맞지 않아 부부 싸움이 끊이지 않았지요. 성격이 전혀 달랐던 두 사람은 아이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갈라섰을 것입니다. 자녀가 성인이 되자 더는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았지요.

결국 이들은 의미 없는 싸움에 종지부를 찍고, 서로의 노년을 자유롭게 보내기 위해 이혼을 결정했습니다. 두 사람이 이혼 절차를 밟고 구청에서 나왔습니다. 그때 남자가 마지막으로 같이 저녁을 먹자는 말을 꺼냈습니다. 여자는 이혼해도 서로 철천지원수가 아니고, 어제까지 먹었던 밥을 오늘이라고 같이 못 먹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그러자고 했지요.

식당에서 밥을 먹기 시작하자 종업원이 생선 구이 한 접시를 가지고 왔습니다. 남자는 바로 생선 한 점을 집어 여자에게 주었습니다. “먹어,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거잖아.” 뜻밖에 여자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항상 이래! 항상 자기가 옳고 너무 가부장적이야. 항상 자기 혼자 결정하고 다른 사람 기분은 생각도 안 하지. 결혼한 지 20년이나 됐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생선이란 걸 아직도 몰라?”

이어서 남자가 목이 메어 말했습니다. “당신은 항상 당신을 생각하는 내 마음을 몰라. 나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당신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단 말이야. 항상 당신에게 제일 좋은 것을 주고 싶었어. 알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생선 구이가 아니고 생선 탕 수야!”

이처럼 서로를 깊게 사랑했던 두 사람은 서로의 문제를 이해하기에 헤어졌습니다. 이 부부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사랑 아니면 결혼이 문제일까요? 두 사람은 밥을 먹은 후 여자는 동쪽으로 남자는 서쪽으로 각자의 길을 갔습니다.

그들은 서로 후회하게 될까 봐 한 달 동안 서로 전화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남자가 두 정거장을 지났을 때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여자의 전화였습니다. 그는 망설이다 전화를 받지 않았지요. 남자는 집에 돌아와 밤새워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폐 부 깊숙이 통증이 밀려와 그를 괴롭혔습니다. 남자는 계속 고민하다 결국 고통을 삼키며 갓 이혼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신이 속으로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말하고 싶었지요. 하지만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다시 몇 번이나 계속 전화하니 결국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것은, 어떤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지요. “여보세요!” 남자는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딴 남자를 만나고 있다니, 울컥해서 전화를 끊으려 할 때 그 낯선 남자가 말했습니다. “실례합니다 만, 이 여자 분 남편 되시나요? 핸드폰에 남편이라 돼 있네요!”

“네, 제가 남편입니다 만 누구세요?” 남자의 말에는 적의가 묻어 났습니다. “아, 저는 XX병원 의사인데요, 여기로 빨리 오셔야겠어요. 부인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지금 응급 처치 중입니다!” 남자는 날벼락을 맞은 듯 놀라 쏜살같이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여자는 남자와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멍하니 건널목을 건너다 차에 치인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의식을 잃기 전 남자에게 전화했지만 남자는 받지 않았던 것입니다. “의사 선생님, 저희 아내 어떻게 된 건가요? 제발 좀 살려주세요!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겠습니다!”

남자는 이렇게 말하며 의사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의사는 황급히 남자를 일으키며 말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지금 수술 중인데,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아 깨어난다 해도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남자는 텅 빈 병원 복도에서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며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만약 아내가 죽으면 나는 어쩌지? 어떻게 나라는 인간을 용서할 수 있을까?’ 라고 남자는 생각했습니다. 응급실의 불이 꺼지고 의사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수술실에서 나와 남자에게 다가왔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부인께서는 내일 아침을 넘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들어와서 보세요.” 남자는 자신의 잘난 자존심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를 안고 죽게 됐다는 생각에 비통해 하며 병실로 들어섰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는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눈과 입만 나온 채 얼굴이 온통 붕대로 감겨있었지요.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남자는 침대 앞으로 다가가 말했습니다. “여보, 내가 늦었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여자의 손을 잡으려 할 때, 남자는 놀랍게도 여자의 눈이 젖어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두 줄기 눈물이 붕대를 적셨습니다.

여자의 입술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것처럼 떨렸습니다. 남자는 급히 귀를 대고 희미한 소리를 들었지요. “나… 나는 당신이 만든… 국수가 좋았어. 그리고. 나는 당신을…”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여자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생명은 나약하고 인생은 짧습니다. 우리가 ‘사랑해’ 라는 말을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저는 다음 생애에 다시 만나고 싶은데 이를 어쩌지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12월 23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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