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 기자] = 두 차례의 대학축구연맹전부터 2022 대학축구 U리그1, 그리고 4년 만의 정기 연고전까지. 탈락의 비애도 승리의 희열도 짙게 배어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었다. 연세대학교 축구부의 한 해를 결산하는 이번 12월호 <인사이드 축구>에서는 그들의 울림 있는 4계절 이야기를 담아봤다.

春 : 봄꽃과 함께 활짝 만개한 경기력 (입춘 2/4 ~ 입하 5/6)

한산대첩기 제58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5경기 4승 1무(PSO 패) 18득점 5실점

2022 대학축구 U리그1 5경기 4승 1무 12득점 1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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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축구부(이하 연세대)는 지난 시즌 가동하던 4-1-4-1 포메이션과 함께 4-2-3-1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했다. 포백 수비를 펼친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선수단 구성이 달라지며 예상외의 수비 조합을 볼 수 있었다. 붙박이 풀백 강준혁(고양 KH FC, 스포츠응용산업학과 18, 이하 스응산)의 졸업, 차승현(강릉시민축구단, 스응산 19)의 프로 진출로 공백이 생긴 풀백 자리에 미드필더 이민혁(체육교육학과 21, 이하 체교)과 센터백 장재혁(스응산 20)이 깜짝 발탁됐다. 이어 진시우(스응산 21)가 센터백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주장 전현병(체교 19)과 새로운 센터백 조합을 이뤘다.

연세대의 수비는 단단했다. 연세대는 10경기 6실점이라는 기록이 증명하듯 철벽 수비를 선보였다. 이민혁과 장재혁이 익숙지 않은 풀백 자리에서 많은 활동량과 함께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전현병과 진시우가 빠른 주력과 높이를 활용해 중앙에서 수비의 중심을 잡았다.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은 전방에서 조직적인 압박 전술을 바탕으로 롱볼 처리를 유도하는 등 상대의 공격 전개를 방해하며 점유율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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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압박은 공격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압박으로 볼 소유권을 따낸 연세대는 2선 자원들의 빠른 발을 이용해 역습에 나서거나 차분히 빌드업을 시도하며 슈팅 찬스를 만드는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공격을 펼쳤다. 특히 지공 상황에선 미드필더 조동열(체교 19)이 활발히 공격 가담에 나섰고, 원톱 김건오(전남드래곤즈, 체교 20)가 최전방과 중원을 오가며 공격 전개에 적극 참여했다. 연세대는 높은 점유율과 함께 이 기간 경기당 평균 3득점을 터트리며 화끈한 공격력을 뽐냈다. 비록 연세대는 한산대첩기 제58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8강에서 선문대학교 축구부를 상대로 승부차기 패해 아쉬움을 삼켰지만, 새롭게 개편된 2022 대학축구 U리그1 1권역(이하 U리그1)에서 무패행진을 기록,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夏 : 비 온 뒤 땅이 더욱 굳음을 다짐한 연세 독수리 (입하 5/6 ~ 입추 8/7)

2022 대학축구 U리그1 5경기 2무 3패 3득점 11실점

맑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갑작스러운 폭풍우를 맞은 연세대의 여름이었다. 연세대는 U리그1 6라운드에서 동국대학교 축구부에 패한 것을 기점으로 5경기 연속 무승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연세대는 큰 변화 없이 이전 경기들에서 선보인 4-2-3-1 포메이션과 점유율 전술로 경기에 임했지만, 공수 양면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연세대 축구부 (사진제공: 시스붐바)
연세대 축구부 (사진제공: 시스붐바)

수비적으로 연세대는 상대의 빠른 역습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라인을 높여 상대 골문을 공략하는 연세대의 공격 전술 특성상 조직적인 전방 압박과 볼을 뺏긴 뒤 빠른 재압박이 필수였지만, 이전 경기들과 비교해 압박이 다소 느슨해지며 상대에게 역습 찬스를 내주는 빈도가 늘었다. 볼을 탈환한 상대는 풀백 이민혁과 장재혁이 자리를 비운 측면 공간을 공략하며 위협적인 슈팅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특히 U리그1 9라운드(vs.용인대학교 축구부)와 10라운드(vs.고려대학교 축구부)에서 연세대는 상대의 측면 공격 패턴을 막아내지 못하며 각각 0-4, 0-3 참패를 맛봐야 했다. 재압박 실패 후 수비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 또한 많은 실점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상대가 역습을 시도할 때 수비 지역으로 빠르게 복귀해 수적 우위를 점해야 했던 연세대였지만, 오히려 상대에게 수적 우위를 내주며 실점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잦았다.

공격도 잘 풀리지 않았던 연세대였다. 연세대는 수비 지역으로 내려선 상대를 공략하지 못하며 볼 소유권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주포 김건오에 의존하는 득점 패턴이 상대에게 읽히며, 연세대는 3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는 등 공격 전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5경기 2무 3패,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 전반기를 마무리한 연세대는 2주간 제주도 하계 전지훈련(이하 전지훈련)을 떠나며 다시 한번 비상할 것을 다짐했다.

秋 : 무르익은 스리백 완성도, 우려 속에 일궈낸 성공적인 가을걷이 (입추 8/7 ~ 입동 11/7)

백두대간기 제58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 4경기 3승 1무(PSO 패) 14득점 3실점

2022 정기 연고전 1경기 1승 1득점 0실점

2022 대학축구 U리그1 6경기 4승 1무 1패 10득점 3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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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던 연세대는 새로운 전술을 꺼내 들었다. 연세대는 전지훈련에서 준비한 스리백 기반의 3-4-3 포메이션을 적극 활용했고, 전방 압박을 펼치기보다 라인을 내려 기회를 엿보는 경우가 많았다. 전반기까지 풀백 자리에서 활약한 장재혁이 다시 센터백으로 나서 진시우, 전현병과 함께 스리백을 구성했고, 측면 윙어 장시영과 장유민(이상 스응산 21)이 윙백 역할을 맡았다. 김건오의 프로 진출로 최전방 자리에 공백이 생겼지만, 이민혁이 중앙 제로톱 역할을 수행하며 빈자리를 채웠다.

변화는 주효했다. 수비 시 3명으로 늘어난 센터백 숫자는 센터백들의 수비 커버 범위를 분담시켜주었고, 연세대는 상대의 역습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연세대는 상대 역습 시 윙백과 측면 공격수가 빠르게 수비 지역으로 복귀해 5-4-1 포메이션을 구성했다. 연세대의 파이브백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에게 빈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고, 수비수와 미드필더 간의 간격이 조밀하게 유지되며 상대의 슈팅 찬스를 최소화했다. 전반기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측면 수비 불안과 느린 수비 전환 속도를 완벽히 해결한 연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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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는 공격 시 기본적으로 빠른 반대 전환 패스를 활용해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해나갔다. 연세대의 측면 공격수들과 윙백 자원들은 터치라인 근처에서 패스를 기다렸고, 볼을 받아 과감한 돌파를 시도했다. 중앙에선 이민혁과 조동열의 활약이 돋보였다. 풀백에서 제로톱으로 자리를 옮긴 이민혁이 남다른 볼 키핑 능력과 축구 지능으로 상대의 압박 속에서 기회를 만들었고, 미드필더 조동열이 높은 지역까지 올라와 공격의 기점 역할 수행 및 중거리슛 시도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연세대의 스리백 전술은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연세대는 백두대간기 제58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 16강 탈락의 아픔을 딛고, 막바지로 접어든 U리그1에서 많은 승점을 쌓아 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연세대는 전반기 U리그1 5위에 머물렀지만, 후반기 6경기 4승 1무 1패 활약 속에 최종 2위로 U리그1을 마쳤다.

연세대는 한 해 농사를 판가름하는 2022 정기 연고전(이하 정기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지난 대회들에서의 아쉬움을 씻어내기도 했다. 연세대는 90분 내내 이어진 박스 안에서의 수비 집중력과 조동열의 벼락같은 중거리 발리 득점에 힘입어 4년 만의 정기전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정기전 축구 3연승의 위업을 달성한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冬 : 눈 내린 하얀 그라운드... 다시 파랗게 물들 그날을 기약하며 (입동 11/7 ~ 입춘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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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는 길었던 시즌을 마치고, 내년을 위한 재정비에 나선다. 4년간 동고동락한 19학번과 이별을 고하고, 신입생맞이가 한창인 연세대의 겨울이다. 2022년, 누구보다 축구에 진심이었을 연세대 선수들에게 올해에 대해 물었다.

Q. 2022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강민재(스응산 22): 성공적이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한 해입니다.

진의준(체교 22): U리그1 2위도 하고, 정기전도 이겨서 좋은 한 해였던 것 같아요. 마무리도 잘해서 좋았고요. 내년에는 준비 잘해서 팀에 더욱 도움 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하재민(스응산 21): 초반에 좋았지만, 중간에는 아쉬웠던, 그리고 마무리는 완벽했던 2022 시즌이에요.

진시우(스응산 21): 대회 성적이 안 좋아서 아쉬웠는데, 그래도 U리그1 2위하고 정기전도 이겨서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해요. 내년을 위해 비시즌 기간에 열심히 몸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최형우(스응산 20): 중간에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막바지에 정기전을 이겨서 성공적으로 2022년을 마무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다시 春 : 연세대학교 축구부 최태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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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는 올여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우여곡절 깊은 시즌을 보냈다. 팀이 흔들릴 수도 있는 시기,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최태호 감독이었다. 최태호 감독은 시즌 도중 스리백으로 전술 변화를 시도하는 과감한 결단으로 연세대의 후반기 반등을 이끌었다. 다음은 최태호 감독과의 2022, 2023 시즌 관련 인터뷰 전문이다.

Q. 이번 시즌 총평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A. 시즌 시작할 때 불안한 면도 있었지만, 용인대학교 축구부와의 U리그1 1라운드를 치르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었죠. 중간에 안 좋은 시기 속에서도 우리 팀만의 플레이를 찾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정기전을 잘 치러서 올해는 나름 많이 기뻤던 것 같고, 3분의 2 정도는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Q. 올해 연세대의 터닝 포인트 한순간을 꼽는다면 어떤 순간을 꼽을 수 있을까요?

A. 스리백으로 전술을 바꿨는데, 정기전 2주 전에 중앙대학교 축구부(이하 중앙대)와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이대로 가면 정기전에서 우리가 이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선수들 자신감이 최고조로 올라왔었죠. 그 이후로 준비도 잘해서 결국 정기전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중앙대와의 경기가 터닝 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Q. 팀의 중심을 잡던 19학번 4명이 졸업하게 됐는데, 어떻게 공백을 채우고자 하시나요?

A. 걱정이 많이 돼요. 19학번까진 코치진이 스카우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지만, 이제부턴 순수하게 학교 자체적으로 뽑은 선수들로 팀을 이끌어야 해요. 어떻게 팀을 이끌어야 할지 부담이 크죠. 그래도 지도자가 포기할 순 없으니까, 신입생들과 잘 맞춰서 해봐야죠. 12월 말 정도 돼야 다음 시즌 선수 명단이 확정되니까 그때부터 집중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선수들 몸 상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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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음 시즌을 대비해 겨울 동안 어떻게 팀을 꾸려나가고자 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A. 체력 및 조직력에 초점을 맞춰서 훈련을 진행할 생각이에요. 아무래도 내년은 선수들이 많이 뛰어야 할 것 같습니다.

Q. 다음 시즌 가장 기대되는 부분과 우려되는 부분 한 가지씩 말씀해주세요.

A. 기대되는 부분은 현재로선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신입생 스카우트입니다. 기본적으로 스카우트가 잘돼야 팀이 강해지는데, 우리는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쓸 수 없으니까요. 훈련 및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다는 게 안타까운 부분이죠.

Q. 내년을 향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A. 내년도 최선을 다해서 정기전 꼭 이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학축구연맹전이나 U리그1에서 더 많이 승리해 선수들이 더 돋보일 수 있는 그런 팀이 되겠습니다.

파란만장의 연속이었던 연세대의 사계. 그렇기에 전하는 바가 남달랐던 4계절 이야기였다. 이제 연세대는 정든 2022년 이야기를 내려놓고, 다음 시즌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나선다. 그라운드를 수놓았던 올해의 사계에 격려를, 그리고 이듬해 이어질 그들의 사계에 따뜻한 응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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