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가 많은 한국인을 죽였는데 이토 한 사람을 죽인 것이 무슨 죄냐"

[서울 =뉴스프리존]김석 기자=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 '영웅'이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첫 장면은 눈이 쌓인 황량한 러시아 벌판을 안중근 의사가 홀로 걸으면서 상념에 잠기는 장면이다. 영화는 ‘조국이란 무엇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영웅인가?’라는 대사로 전편을 관통한다.

"조국이 대체 우리에게 무엇입니까?"

일제 강점기 대한제국 의병대장 안중근.

동지들과 함께 네번째 손가락을 자르며 조국 독립의 결의를..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은 침략의 원수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기고 총성은 하얼빈의 하늘을 가득 채웠다.

영화 '영웅'은 청년이자 아들, 남편이었던 안중근의 마지막 1년을 뮤지컬 선율 위에 담았다.

이 영화는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로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안중근 토마가 주인공인 영화 ‘영웅’

‘영웅’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을 쏜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26일 여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전 1년의 행적을 다룬 뮤지컬 영화다. 안중근 의사는 한국인이라면 모를 리 없는 독립운동가이지만 그의 결심과 활동, 그의 가족과 신앙, 그가 주창했던 ‘동양평화론’에 대해서는 익숙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영웅’은 안중근이라는 한 조선인을 자세히 알 뿐만 아니라 한 명의 사상가로서, 한 명의 신앙인으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기회다.

무대 뮤지컬의 성공이 영화로 이어지면서 안중근 의사를 연기했던 정성화 배우가 그대로 영화에서도 안중근으로 분한다. 여기에 게이샤로서 비밀 정보원으로 활약하면서 독립운동단체를 돕는 설희 역의 김고은,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을 맡아 82세에도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여 큰 울림과 감동을 주는 나문희를 비롯하여 얼굴이 익숙한 조연 캐릭터들의 조화가 영화적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뮤지컬이란 춤과 노래의 장르이지만, 인물과 내용의 무거움 때문인지 춤은 없이 노래로 내면을 표현한다. 뮤지컬을 보지 않았어도 우리의 귀에 친숙한 몇 편의 노래가 가슴와 와서 꽂힌다.

천주교인으로서 살인을 행한 것에 대해 신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빌지만, 대한제국의 군인으로서 해야할 의무를 행한 점에는 후회가 없다는 안중근 의사의 법정 증언은 언제나 양자택일의 정당성 앞에서 고민하는 현대인에게 많은 깨우침을 준다. 동양평화론이라는 안중근 표 사상 체계는 전쟁과 경계적 종속이 여전한 힘의 국제 권력 관계에서 중요한 준거를 세우게 한다.

안중근 의사와 함께했던 동료 중 이후에 친일파로 변신하여 행적이 이상하게 된 이를 비꼬는 감독 특유의 저격일지도 모르겠다는 해석을 하면서 영화를 감싸고 싶을 정도로 이 영화가 ‘아바타2’와 대적하여 오래오래 극장가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웅은 세대와 연령을 불문해 관객들의 마음을 아우르는 민족애의 전율과 감동으로 주말 이틀간 39만 명을 동원, 새해 첫날인 1일 현재 누적관객수 167만2807명을 기록하면서 12일 연속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웅'은 우리가 몰랐던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가 담겨 깊은 울림을 전한다. 영화는 인도주의적 신념을 지킨 안 의사가 예기치 못한 시련을 겪은 후 하얼빈 거사를 다짐하게 되는 인간적인 고뇌의 순간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호평이다.

특히 죽음을 앞둔 안 의사에게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보낸 마지막 편지와 수의는 압권이다. 아들의 수의를 직접 만드는 조마리아 여사의 모습은 결연하기 짝이 없지만, 모자간의 사무치고 애끓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하얼빈 거사 이후 안 의사는 사형을 선고받게 되고, 부당한 판결에 항소를 해야 한다는 동지들의 항의가 빗발치게 된다.

하지만 조마리아 여사는 투옥된 아들에게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라며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는 마지막 편지와 함께 수의를 보냈다. 윤제균 감독도 이 장면을 찍을 때 많이 울었다고 한다.

조마리아 여사의 강인한 모정과 어머니의 의지를 가슴 깊이 이해한 안 의사 이야기는 배우 정성화씨와 나문희씨의 흡인력 넘치는 연기로 그려지며 잊히지 않을 잊지 못할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영화에서 안중근 의사는 묻는다. “누가 죄인인가?” “명성황후를 살해한 미우라는 무죄, 이토를 쏴 죽인 나는 사형, 누가 죄인인가?”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대한민국 독립군 대장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감옥 안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향한 신념과 의지를 묵묵히 지켜 나갔던 안 의사가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일본인 간수(지바도시치)에게 마음을 담은 유묵을 남긴 사실이다.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 '나라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뜻을 담은 유묵은 일본인 간수를 향한 안중근 의사의 존중이 담긴 동시에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던 독립군 대장의 숭고한 희생을 상기시킨다.

네티즌의 반응도 매우 뜨겁다. 영웅은 CGV 골든에그 지수 94%와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 9.4점, 메가박스 실관람 평점 9.1점으로 호평일색이다. 지난 일요일 기준 좌석 판매율은 38.4%로 역시 관객 평점이 높은 '아바타: 물의 길' 37.7%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김창규 '시와문화' 편집위원은 1일 페이스북에서 "이등박문을 쏘아 죽이는 장면과 도마 안중근의 어머니의 편지가 눈물 나게 만든 영화였다"라며 "이 시대는 안중근 의사 같은 분이 필요하다. 영웅의 시대가 온다. 촛불혁명의 아침이 밝아온다. 이태원 참사 158개의 별과 또 1개의 별이 밝아온다.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의창 동국대 교수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상념을 기록한 영화 '영웅'을 가족과 함께 관람했다. 무미건조한 삶을 축적해온 내가 창피를 무릅쓰고 오열했다"라며 "독립운동으로 희생한 분들과 조국을 위해 극단의 노동으로 지난한 세월을 극복해준 분들이 있어 내가 살고있는데 난 그분들을 위해 뭘하고 있나?"라고 스스로 반문했다.

앞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NS를 통해 "안중근 의사(정성화)의 어머니(나문희)가 1심 재판을 마친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쏟고 말았다"라고 토로했다. 

도 의원은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세상에 나오너라' 조마리아 여사가 말씀하셨듯이 선량한 천부의 아들 딸 중에 역사의 운명을 바꾸는 이들이 또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진짜 영웅이기 때문입니다"라며 "여러분, 뮤지컬 영화 <영웅> 꼭 보시길 권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아바타2'가 지난 주말 120만여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갔다. 이어 윤제균 감독의 '영웅'이 2위에 올랐으며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과 순국 과정을 뮤지컬 영화로 그린 작품은 개봉 12일째 누적 관객 수 167만2천여 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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