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도체 투자 세액공제 두 배 가까이 늘린다
대기업 8%→15%, 중소기업 16%→25%로 올려
세제지원 충분하다던 기재부…대통령 질책에 말바꿔

정부는 반도체 산업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투자액 대비 대기업은 25%, 중소기업은 35%까지 공제 혜택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세수는 내년 3조6500억 원 등 감소해 재정 운용에 부담이 커지게 됐다.

정부는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반도체 투자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 공제율 2배 가까이 상향…임시투자세액공제도 부활

정부안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의 당기(연간)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대기업 기준 현재 8%에서 15%로 올라간다. 중소기업은 현재 16%에서 25%로 올라간다.

공제율을 현재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올려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추가 투자 증가분에 대한 혜택까지 고려하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은 대기업은 최대 25%까지, 중소기업은 35%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생산시설에 1조 원을 투자할 경우 1500억 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별도로 올해 투자 증가분(직전 3년 평균치 대비)에 대해서는 국가전략기술 여부와 상관없이 10%의 추가 공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당기분과 증가분을 합쳐 총 2500억 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투자의 경우 현행 제도대로 세계 최고 수준인 30∼50% 수준의 공제 혜택을 준다.

정부는 또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 12년 만에 재도입하기로 했다.

과거 경제 위축기에 활용했던 임시투자세액공제는 투자 업종이나 목적과 상관없이 기업 투자에 일정 수준의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우선 일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현재 1∼10%에서 3∼12%로 2%포인트씩 일괄 상향된다.

신성장·원천기술의 경우 공제율을 3∼12%에서 6∼18%로 기업 규모에 따라 3∼6%포인트씩 올린다. 올해 신성장·원천기술에 투자하는 대기업은 6%, 중견기업은 10%, 중소기업은 18%씩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지원 방안은 올해 1월 1일 투자분부터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한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안을 이달 중으로 마련해 최대한 일찍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 대통령 한 마디에 정부 입장 돌변… 내년 세수 3.6조원 줄어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지난해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이 통과된 지 11일 만에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반도체 세제 지원이 "충분한 수준"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꿔 별도 지원안을 마련하고, 수조 원에 달하는 세수를 포기하기로 한 셈이다.

지난해 국회는 올해부터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종전 6%에서 8%로 올리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정부안대로 의결했다. 이는 국민의힘 반도체특위가 제시한 20%(대기업 기준)는 물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한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세제 지원이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논리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정부의 태도가 돌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핵심 중추 산업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및 국가 안보,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라며 "국가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함께 기업의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또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3%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을 국회에 가져갔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1%포인트에 그쳤다"면서 "법인세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게 됐다"고 입장 변경의 책임을 야당에게 돌렸다.

정부안대로 세액 공제가 확대된다면 내년 세수가 3조65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2025∼2026년에는 연간 세수가 1조3700억 원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세액공제 혜택이 지나치게 급격히 확대되면서 세수에 악영향이 미쳐 재정 운용에 부담은 불가피하게 된다. 더구나 정부가 내놓은 공제율 인상 폭이 기존 야당이 제시했던 안을 크게 웃도는 규모여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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