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뉴스프리존=이인권 문화커뮤니케이터] 2023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찬연히 밝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한해의 힘찬 계획과 희망을 세우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금년에는 그동안 일상을 지배했던 코로나 시국에서도 벗어나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난해 대선, 총선을 거쳐 온전한 한해를 시작하는 정치 원년인 만큼 역동적이 될 것 같다.

이러한 의미가 깃든 해에 개인들은 각자의 존재감을 갖고 멋지게 사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멋지게 살아간다는 것은 창의적으로 생활한다는 것을 뜻한다. 어쩜 우리는 현대의 복잡한 생활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주어진 틀 속에서 기계적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물질의 여유는 나아졌지만 항상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위해 허덕이는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게 우리사회의 갈등과 대립과 서열의 역문화를 만들고 있다. 외형적으로 물질적인 풍요를 누린 것에 비해 그 만큼 정신적인 성숙을 이뤘는지는 한번 점검해 보아야 할 듯하다.

국민소득 3만불을 넘었는데 그에 걸맞게 우리의 삶에서 행복도가 높아졌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세계적 기준으로 행복지수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통계를 보면 물질적 풍족과 정신적 만족은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기사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는 국민소득 2만불을 넘어서면 그 시점부터 만족도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진정한 사회적, 개인적 행복의 요소는 분명 물질의 기준만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문화적이고, 그래서 품격의 멋으로 덧입혀진 행복의 가치는 여유와 배려와 융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성경의 말씀대로 '심령이 가난한자가 복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미 선진국에서는 행복이라는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피니스(happiness)의 ‘쾌감의 충족’에서 플로우(flow)의 ‘만족의 느낌’으로 의미를 새롭게 찾아가고 있다.

그것은 현대사회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은 누리게 한다할지라도 사람들은 삶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자주 회의를 느낀다. 물질 만능주의는 오히려 정신의 공허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사회는 더욱 퇴폐스럽게 되고 거칠어졌으며 인간적인 감성이 메말라진 자리에는 기계적인 관성만이 가득 차게 되었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게 되면서 '부유한 것'과 '행복한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첨단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정서 소통을 단절시키고 사회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희석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환경이나 외부에서 얻어지는 충족보다도 내면에서 솟는 정신적인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게 됐다.

그것은 바로 앞서 말한 플로우를 의미한다. 일종의 창의적 에너지가 몸속에 ‘흐르는’ 것이다. 플로우는 자신이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에 심취해 있을 때 만족과 기쁨이 온몸을 감도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반적인 행복이 쉽게 변질될 수 있는 고여 있는 물이라면, 플로우는 언제나 신선하게 찰랑대며 흐르는 물과 같은 것이다.

이제 새롭게 동튼 2023년에는 우리 모두가 창의적인 에너지로 재충전을 하자. 그것이 진정 출세가 아닌 성공을 이루는 비결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멋지게 창의적인 삶으로 성공한 민족이 유대인이다. 그것은 그들이 ‘탈무드적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탈무드적 인간이 갖춘 요소들은 배움의 정신, 삶의 여유, 무 권위의 자유평등 원칙, 개인성의 존중, 연상능력의 훈련, 당당한 자세, 극단성의 배제, 건전한 가정의 가치다. 

그 어느 요소 하나라도 지금 우리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유대인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인물인 마르크스, 프로이드, 아인슈타인은 열성적인 스타일이었을 것 같지만 실은 여유 있는 유형의 탈무드적 인간이었다. 이것은 21세기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지금 사회는 디지털 전환을 최대의 목표로 삼아 매진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중심이 아니라 '기계'에 의존하는 사회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생활이 좀 더 편리하고 살아가는 방편이 고도화 될 수는 있겠지만 부지불식간에 인간은 기계의 지배 속에 빠져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불통으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던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더 심화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본래적으로 '정서'와 '감성'을 바탕으로 생활을 영위하게끔 된 존재다.

그것을 디지털이라는 미명아래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수행하게 된다면 인간의 존재감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처럼 디지털로 인해 생활의 편익성이 극대화되어 가는데도 아날로그적 행복도가 역행한다는 것에서 우리는 진지한 '의식의 각성'이 필요하다.  

▷ 이 인 권 필자는 중앙일보·국민일보·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겸 문예진흥실장,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했다.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로 활동하며 <예술경영 리더십> <경쟁의 지혜>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예술공연 매니지먼트> <긍정으로 성공하라> <석세스 패러다임> 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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