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룰개정부터 후보 교통정리, '공천개입' 박근혜 둘러싼 '진박감별사' 파동 재현?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국민의힘 당대표 유력 후보였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설날 연휴 직후 출마 뜻을 결국 접었다. 이를 두고 여론조사를 제외시킨 전당대회 룰 개정부터 후보들의 출마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가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라며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어떤 시련 앞에서도 저는 한 번도 숨지 않았고,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싸웠다”며 “그런 저에게 오늘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유력 후보였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설날 연휴 직후 출마 뜻을 결국 접었다. 이를 두고 여론조사를 제외시킨 전당대회 룰 개정부터 후보들의 출마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가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유력 후보였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설날 연휴 직후 출마 뜻을 결국 접었다. 이를 두고 여론조사를 제외시킨 전당대회 룰 개정부터 후보들의 출마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가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되기 전후로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공격을 받아왔다. 그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으로 한정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기록한 바 있는 만큼, 차기 당대표 후보로 줄곧 거론됐으나 결국 뜻을 접었다. 

앞서 친윤계가 교통정리를 통해 김기현 전 원내대표를 밀기로 사실상 결정하면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대한 공격과 함께 '당대표 출마 저지' 움직임이 일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최근 신년 간담회에서 초저출산을 거론하며 '아이 낳으면 대출원금 탕감' 정책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자 대통령실이 반발했고, 결국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당했다.

게다가 친윤계 초선의원들까지 합세해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대한 규탄 성명문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초선 63명중 4분의 3을 넘긴 48명은 지난 17일 성명문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허니문을 파탄내며, 당과 정부를 혼란에 빠뜨린 직전 지도부의 실패를 벌써 잊었느냐”라며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이준석 전 대표에 비유하기도 했다. 즉 전방위적인 압박에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앞서 강행한 전당대회 룰 변경도 친윤계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존의 '여론조사 30%'를 제외해 '당원 100%'로 바꾼 것은 여론조사 지지도가 높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판적 입장인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려는 속내가 쉽게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즉 국민의힘에서 '당심은 나경원, 민심은 유승민'으로 불리곤 했는데, 당내 다수파인 친윤계가 이를 인위적으로 뒤집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그동안 수시로 일으키고 있는 '당무 개입' 구설을 또 만든 셈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앞서 강행한 전당대회 룰 변경도 친윤계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존의 '여론조사 30%'를 제외해 '당원 100%'로 바꾼 것은 여론조사 지지도가 높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판적 입장인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려는 속내가 쉽게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앞서 강행한 전당대회 룰 변경도 친윤계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존의 '여론조사 30%'를 제외해 '당원 100%'로 바꾼 것은 여론조사 지지도가 높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판적 입장인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려는 속내가 쉽게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지난 2015년 박근혜씨와 그를 따르던 친박계의 '유승민 찍어내기' 파동과 '진박 감별사'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015년 4월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국회연설에서 박근혜씨가 거론했던 '증세없는 복지'를 허구라며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는데, 그 뒤로 당내 다수였던 친박계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결국 3개월 뒤 원내대표 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 이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씨를 둘러싼 '진박' 파동이 이어졌다. 당시 박근혜씨와의 인연을 강하게 내세우던 친박계가 청와대 지시에 따라 비박계 성향 후보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킨 일이었다. 당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이 대표적 '진박감별사'로 불리웠으며, 특히 최경환 전 부총리는 당시 '친박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전관예우를 발휘해 예산을 보내주겠다'는 문제의 발언까지 하며 위세를 과시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진박 파동 이후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가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김무성 당시 대표가 소위 '옥새들고 나르샤' 사건을 일으켰다. 결국 이는 예상치 못한 총선 참패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둘로 나뉘면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된다는 여론조사가 줄곧 발표됐으나, 정작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제1당이 됐다. 

게다가 이같은 '진박' 파동은 결국 '범죄'로도 규정되며 처벌대상까지 됐다. 촛불혁명으로 탄핵당한 박근혜씨는 이후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바 있어서다.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어지는 일들은 당시 '진박' 파동과 다를게 없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며, 특히 2024년 총선 공천 시즌이 다가올수록 '친윤 감별사'가 등장할 거라는 전망도 나올만한 이유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씨를 둘러싼 '진박' 파동이 이어졌다. 당시 박근혜씨와의 인연을 강하게 내세우던 친박계가 청와대 지시에 따라 비박계 성향 후보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킨 일이었다. 이같은 진박 파동 이후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가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김무성 당시 대표가 소위 '옥새들고 나르샤' 사건을 일으켰다. 결국 이는 예상치 못한 총선 참패로까지 이어졌다. 사진=채널A 뉴스영상 중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씨를 둘러싼 '진박' 파동이 이어졌다. 당시 박근혜씨와의 인연을 강하게 내세우던 친박계가 청와대 지시에 따라 비박계 성향 후보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킨 일이었다. 이같은 진박 파동 이후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가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김무성 당시 대표가 소위 '옥새들고 나르샤' 사건을 일으켰다. 결국 이는 예상치 못한 총선 참패로까지 이어졌다. 사진=채널A 뉴스영상 중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친윤계를 겨냥해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라고 과거 사례를 꺼낸 바 있어서다. 현재 수시로 당무개입 구설을 일으키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도 박근혜씨의 사례를 재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한편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수도권 대표론’을 고리로 연대를 모색했던 안철수 의원은 취재진에게 "그가 출마했다면 당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전당대회에 국민들의 관심도 더 모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쉽다는 입장을 냈다. 

과거 대표적 친박이었다가 현재는 '신핵관'으로도 불리는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당원들의 축제가 되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초선 의원들의 집단린치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국민의힘에 만연하는 뺄셈정치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친윤계 측에 비판적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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