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 배우자 시절의 사진
이승만 대통령 배우자 시절의 사진

● 한국은 총 12명의 영부인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배우자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배우자인 ‘프란체스카 도너’(Francesca Donner)부터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까지 총 12명이다. 영어로는 대통령의 배우자가 여성인 경우 First Lady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남성인 경우 First Gentleman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특히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는 ‘영부인’의 자질에 대한 논란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영부인의 역할과 권한 등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다 엄청 증폭된 편이다. 그럼에도 우리 한국에서 영부인 관련된 내용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에만 있다. 배우자 등 ‘대통령과 그 가족’을 경호의 대상으로 규정한 대통령경호실법 외에 대통령의 배우자의 지위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한 법률이 부재한 것이다.

영부인은 선출되거나 임명되어지는 직위는 아니지만, 그 역할은 분명히 존재한다. 대통령제를 취하는 국가에서 영부인이 대통령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만큼, 우리나라 역시 영부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어 왔다.

대통령 배우자는 얼마나 공적인 자리인가? 아니면 단순히 ‘대통령의 가족’일 뿐인가, 또는 막후에서 최고 권력 실세인가? 대통령 배우자는 공식 지위는 없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자리이다. 

법에서 명시된 권한이나 요구되는 임무는 없으나, 그럼에도 영부인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사실상 공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주요 행사에 대통령 파트너로 참석하고, 대통령을 대신해 대외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 대통령의 최실세 ‘영부인’

김건희 여사
김건희 여사

대통령 부인은 자신과 주변의 공적 관리가 분명 필요한 대상이다. 영부인은 대통령과 직접 만나서 정치적 결정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국정 파트너기 때문이다. 그 지위와 활동이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려니와 그는 대통령의 제1참모이자 정보원이 된다. 대통령 부인이 역점을 두는 해당 사업을 펼칠 때 관련 부처의 예산을 쓰거나 정책에 힘을 쓸 수도 있다. 그러하기에 높은 도덕성 또한 함께 요구된다.

대통령 배우자가 마음만 먹으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7년 ‘신동아와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2.3%가 ‘대통령 부인은 권력형 비리에 연루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대통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부인의 정치·정책적 일정, 행사, 활동을 보좌하는 곳이 제2부속실이다. 이 조직은 50년 전, 박정희 집권기인 1972년 7월에 탄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이 기구는 비선 실세 의혹의 핵심 조직이었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정부 들어 제2부속실은 폐지되고, 지금은 대통령 제1부속실을 같이 쓰고 있다. 2022년 7월 7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2부속실’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만들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1부속실 내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또 김 여사 일정이 생기면 그 안에서 충분한 지원을 수행할 수 있다”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하지만 제1부속실에 있으면 모든 걸 알게 된다. 제1부속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정·비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실상 대통령과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1부속실은 대통령의 모든 지시사항뿐 아니라 모든 정부 부처의 정보가 집결된다. 결론적으로 제1부속실과 제2부속실의 통합은 대통령의 권한을 영부인이 동일하게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분명 상존한다.

윤석열 정부 이전, 제2부속실을 분리해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 및 활동 수행 등을 따로 관리하도록 해온 것은 배우자의 입김이 제1부속실에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방패막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2부속실을 없애고 제1부속실과의 통합은 대통령과 배우자 업무에 구분이 없어지면서 배우자가 국정에 관여할 여지를 넓힐 수 있다. 그래서 이걸 분리하거나 배우자 개입을 차단할 시스템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 美國은 영부인 ‘모든 일정 투명하게 공개’ 

영부인의 역할이 단순히 대통령의 공식행사에 동행하거나 일부 행사에 참석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국가인력의 낭비일 뿐이다. 영부인이 국가시스템을 이용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귀중한 인력자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실례가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지원 범위가 훨씬 포괄적이고 구체적이다. 미국 연방법전(United States Code, USC) 105조에는 “대통령에 대해 승인된 지원 및 서비스는 대통령의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는 데 있어 대통령 배우자에게도 제공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허락된 인력 등 지원이 대통령 배우자에게도 필요하다면 동일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2일 낮 미국의 저명한 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여사와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2002.10.2 (=연합뉴스)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2일 낮 미국의 저명한 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여사와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2002.10.2 (=연합뉴스)

미국의 영부인은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식 일정이 사전에 공개된다. 동행자 명단도 배포한다. 이를 백악관 풀(pool) 기자단이 갖고 일거수일투족 취재한다. 백악관은 퍼스트레이디실엔 정책 담당직원, 행사(일정)비서관을 비롯해 홍보도 대변인과 홍보국장을 따로 배치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 배우자 지원조직은 지난 정부까지만 하더라도 청와대 제2부속실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활동도 청와대 홈페이지에 낱낱이 공개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조용한 내조’를 강조하면서 영부인의 활동 홍보가 사실상 실종되었다.

현재 용산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는 김건희 여사의 공식적인 소개란을 찾아볼 수 가 없다. 또한 김건희 여사의 공식적인 일정과 행사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투명하게 공개되거나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심지어 공식 라인이 아닌 팬 카페를 통해 공개되는 일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 배우자는 경호와 예우 등 공적 지원을 받는 공인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영부인의 공식 활동을 관리하고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현 정권 들어 폐지한 제2부속실 부활을 촉구하는 목소리부터, 대통령 배우자의 활동을 관리하고 이를 지원할 법적 근거를 공론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영부인은 사실상 대통령과 직무를 함께 하는 동거 동락하는 런닝메이트 존재인 만큼, 그 법적 권한이나 지위, 보수 등에 대해 법률로 규정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22년 8월 4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논란과 관련, “대통령 부인을 누가 더 컨트롤할 수 있겠느냐”며, “비서실장이 못하면 대통령이 직접 단속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바 있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연류에 김건희 여사가 강하게 의심받고 있기에 더 이상 김건희 여사를 제도권 내에 묶어 두지 못하면, 화근을 더 키울 있다. 민주당이 특검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정부·여당을 압박하며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가운데, 안일하게 김건희 여사가 전면에 나설 경우, 야권의 집중 공세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농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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