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95회 아카데미 의상상, 음악상, 미술상 수상 후보 '바빌론'

* 본문에는 영화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음악상, 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미술상을 수상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바빌론’이 3월12일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의상상, 음악상, 미술상의 총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그 작품성을 가늠할 수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최대의 영화상으로, 영화 산업에 직접 종사하고 있는 아카데미 회원만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 남다른 권위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세계적인 시상식으로 ‘바빌론’이 3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의미기 크다 하겠다.

영화 '바빌론'의 한 장면, 잭 콘래드 역의 브래드 피트와 매니 토레스역의 디에고 칼바
영화 '바빌론'의 한 장면, 잭 콘래드 역의 브래드 피트와 매니 토레스역의 디에고 칼바

‘바빌론’은 화려하게 번창했던 고대도시 바빌론의 흥망성쇠에 빗대어 1930년대 영화를 위해 화려한 할리우드에 모인 사람들이 꿈을 이루기 위한 활동과 화려한 생활과 번영, 그리고 몰락을 강렬한 이미지와 음악으로 매혹적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다.

‘바빌론’은 1926년 무성영화시대부터 유성영화로 바뀌는 1930년대를 거쳐 1950대까지의 할리우드를 다루고 있는데, 떠들썩한 초기 무성영화 시대 할리우드를 완벽하게 구현해내고 있으며, 유성영화시대로 접어들며 무성영화 배우의 몰락을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의상, 매혹적인 이미지와 묘사로 할리우드 역사의 한 부분과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바빌론’은 다양한 문화가 만나 예술의 꽃을 피운 LA를 ‘꿈꾸는 자들의 도시’ 란 별명을 안겨준 할리우드에서의 1920년대부터 유성 1950년대까지 영화 산업의 격변 과정을 강렬하고 매혹적인 음악과 함께 할리우드의 화려하고 퇴폐적인 이면을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고증하고 있다.

영화 '바빌론'의 한 장면, 넬리 라로이 역의 마고 로비
영화 '바빌론'의 한 장면, 넬리 라로이 역의 마고 로비

‘바빌론’의 주인공은 무성영화시대 최고 배우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 분)과 섹시 아이콘 여배우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분), 멕시코에서 이주해 온 하류인생에서 일약 스타 제작자가 된 멕시코 청년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 분)다. 이 세 사람을 축으로 영화인들의 화려하고 떠들썩한 할리우드 파티, 무성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해프닝 등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실감나게 표현했다.

그러나 무성 영화시대가 가고 유성 영화의 시대가 도래 하면서, 꿈과 열정으로 할리우드에 헌신했던 세 사람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은 허망하게 무너져 버린다.

영화 '바빌론;의 한 장면, 넬리 라로이 역의 마고 로비와 매니 토레스역의 디에고 칼바
영화 '바빌론;의 한 장면, 넬리 라로이 역의 마고 로비와 매니 토레스역의 디에고 칼바

잭 콘래드 역의 브래드 피트는 ‘바빌론’에서 인기 절정의 남자배우로, 화려하나 퇴폐적인 생활을 영위하다 쓰러져 버리는 역할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고, 넬리 라로이 역의 마고 로비는 매력적이며 선정적인 캐릭터로 남성을 사로잡으며 사교계의 중심이 되었으나, 절제 없는 생활과 새로운 환경의 적응에 실패한 슬픈 인물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며 연기를 했다.

매니 토레스 역의 디에고 칼바는 18개월의 캐스팅 과정을 거쳐 주인공으로 발탁된 신예 배우로, 신선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로 끝까지 꿈과 사랑을 쫓는 영화 제작자로 할리우드 역사의 한 장을 함께 한 역사의 증인으로 남는다.

영화 '바빌론'의 포스터
영화 '바빌론'의 포스터

그밖에 진 스마트는 영화평론가 ‘엘리노어 세인트 존’으로 분해 존재감을 펼치고 있으며, 스타덤에 오른 트럼펫 연주자 ‘시드니 팔머’를 연기한 조반 아데포는 할리우드의 급변하는 기류 속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음악가 캐릭터의 깊이 있는 내면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리 준 리는 당시 실제로 활동했던 중국계 미국인 배우 안나 메이 웡을 모델로 한 ‘레이디 페이 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으며, 영화 ‘스파이더맨’ ‘위대한 개츠비’의 토비 맥과이어가 예측 불가능한 카지노 보스 ‘제임스 맥케이’로 분해 긴장감을 더 해 준다.

영화 '바빌론'의 한 장면, 영화평론가 ‘엘리노어 세인트 존’ 역의 진 스마트
영화 '바빌론'의 한 장면, 영화평론가 ‘엘리노어 세인트 존’ 역의 진 스마트

‘바빌론’은 극 중 영화평론가인 엘리노어(진 스마트 분)가 잭 콘래드에게 “슬퍼하지 마세요. 당신의 시대는 갔지만, 당신의 재능으로 빚은 영화만큼은 천사의 영혼처럼 영원히 살아 있을 테니”라는 말처럼, 누구나 간직한 청춘 시절의 꿈, 빛은 바랬어도 가치를 잃지 않은 모든 것들을 향한 애정을 담은 영화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2016)에서 LA를 배경으로 배우를 꿈꾼 여성과 사라져가는 재즈를 사랑한 남성의 열정과 사랑을 그려, 누구나 간직한 청춘 시절의 꿈, 빛은 바랬어도 가치를 잃지 않은 모든 것들을 향한 애정을 담은 영화였다면, ‘바빌론’은 할리우드 영화의 역사를 생생하게 고증해 오늘날의 영화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88분의 마지막, 매니 토레스가 할리우드에 와서 영화를 보는 장면은 할리우드가 이루어낸 모든 업적과 기쁨에 대한 감독의 사랑, 오마쥬라 할 수 있겠다.

영화 '바빌론의 한 장면, ‘시드니 팔머’ 역의 조반 아데포
영화 '바빌론의 한 장면, ‘시드니 팔머’ 역의 조반 아데포

한편, 아카데미 의상상(Costume design)에는 ‘바빌론’의 메리 조프레스 의상감독과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Black Panther: Wakanda Forever), ‘엘비스’(Elvis),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미시즈 해리스 고즈 투 파리’(Mrs. Harris Goes to Paris)의 의상감독들이 수상후보에 올랐다.

음악상(Original score)에는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라랜드’로 음악상, 주제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바빌론’의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과 함께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이니셰린의 밴시’(The Banshees of Inisherin),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더 파벨만스’(The Fabelmans)의 음악감독들이 후보에 올랐다.

또한 미술상(Production Design)에는 ‘바빌론’의 플로렌시아 마틴 미술감독, ‘서부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아바타: 물의 길’(Avatar: The Way of Water), ‘엘비스’(Elvis), ‘더 파벨만스'’The Fabelmans)의 미술감독들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아름다운 음악과 독특한 의상, 화려한 미장센의 ‘바빌론’은 2월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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