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명절 때 강동구 성내동 SM 복싱체육관을 운영하는 김주원 관장이 아내와 함께 필자의 체육관을 방문 담화를 나눴다. SM 복싱체육관은 강동구를 넘어 전국적으로도 회원 수 가 많기로 유명한 체육관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월 매출 3천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SM 체육관은 많은 회원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다. SM 체육관 본관이 있는 양천구 목동에서 홍성민 SM 프로모션 대표에게 체계적으로 복싱과 지도자수업을 받은 김주원 관장은 수년 전 이곳 강동구에 정착 체육관을 운영 하고 있다.

김 관장은 냉철함과 온화함을 겸비한 관장으로 2명 의 트레이너들과 함께 유기적(有機的)으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강동구의 대장(大將) 체육관으로 자리 잡은 김 관장은 초심을 잃지 않고 세심하게 회원들을 지도한다고 말했다.

강동구 성내동 SM복싱체육관 김주원관장(좌측)
강동구 성내동 SM복싱체육관 김주원관장(좌측)

각설하고 지난 1월 28일 토요일 강원도 홍천에서 벌어진 KBC(한국권투 위원회)가 주관한 WBO 오리엔탈 SL급 유스 챔피언 송찬호(평택 클린 복싱체) 의 타이틀 3차방어전 경기가 홍천 종합체육관에서 벌어졌다.

필자는 이대회를 주최한 FW1 프로모션 최완일 총괄대표의 초청을 받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송찬호는 지난해 12월 10일 베트남원정 경기에서 13전 12승 (11KO) 1패를 기록한 태국 시리몽콜 체육관소속의 안솜 통루앙과 벌인 2차방어전에서 초반부터 맹렬한 타격적을 펼쳐 인상적인 9회 KO승을 거둔 유망주다.

당시 이 경기를 현장에서 참관한 장철 KBC 국제이사는 최초의 공 소리와 최후의 공 소리 사이에 관중들은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두 선수가 치열한 타격전이 펼쳐졌다고 전했다. 그 경기에서 강한 임팩트 를 풍긴 송찬호는 일약 차세대 월드 챔피언 후보로 급부상했다.

김성호 예비군 지휘관 장정구챔프 윤봉기 강원도도 대표 코치
김성호 예비군 지휘관 장정구챔프 윤봉기 강원도도 대표 코치

현장에 도착하니 최완일 대표가 이번 경기 대회장인 김영호 텔런트를 소개 시켜준다. 필자는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이정재로 분해 열연을 펼친 그가 고향인 충북 충주에서 김성일 관장의 제자란 사실을 숙지하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뛰어난 지도력으로 복싱계 명장으로 불리는 김성일 관장은 1985년 루마니아에서 개최된 제3회 세계 아마복싱 선수권 대회에서 감격의 LF 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경섭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페더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조석환을 비롯 명선수를 다수배출한 지략가다.

이분 휘하에서 3년간 복싱을 배우면서 충북 대표로 활약한 큰 체구에 강렬한 외모의 텔런트 김영호는 첫눈에 진중하면서 범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졌다. 

베트남 원정 방어전에서 9회 KO승을 거두는 송찬호챔프(좌측)
베트남 원정 방어전에서 9회 KO승을 거두는 송찬호챔프(좌측)

이번 대회 주최한 최완일 대표는 1975년 의정부 태생이다. 필자가 그의 경기를 처음 본 대회가 경북체고 3학년때인 1992년 4월 김명복 박사배 였다.

LH 급에서 최완일은 우월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3연속 RSC 승으로 4강에 올랐다. 당시 최완일을 필자가 매의 눈으로 유심히 관찰한 이유는 바로 그가 결승에 오를 경우 필자가 소속된 용산공고 김종표(동아대)와 금메달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완일은 준결승에서 이리 남성고 선수와 대결을 앞두고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한다. 천우신조(天佑神助)로 용산공고 소속 김종표는 무난하게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편 절치부심한 최완일은 전국 선수권을 재패하며 이듬해 호남대학에 특기생으로 진학한다.

호남대 재학시절 최완일은 1993년 청소년대표로 유럽 전지훈련 에 참가했다. 그때 최완일을 지도한 청소년대표 감독이 현 용인대 김진표교수다.

김 교수는 필자와 통화에서 복서 최완일은 묵직한 파워 와 섬세한 테크닉을 겸비한 복서라고 압축해 표현했다. 복싱을 접은 최완일 대표는 2006년 부동산개발회사를 설립 사업가로 변신한다. 진일보(進一步)한 그는 2013년 자본금 70억을 투자해 ㈜펠다아이투시 라는 회사를 설립 2014년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 가운데 하나인 창조경제를 모범적으로 실천 영예의 대상(大賞)을 차지하면서 사업가로 변신에 성공했다.

최완일 대표는 2010년 스승의날을 맞이하여 자신의 고교 (경북체고)시절 은사이신 곽귀근 교사에게 고급 승용차 카니발을 선물 곽귀근 선생의 지도에 보은(報恩)했다. 물은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듯이 선수는 어떤 지도자를 만나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김성일 관장과 곽귀근 교사를 보면서 유추해본다.

송찬호선수와 최완일 FW1복싱 총괄대표(우측)
송찬호선수와 최완일 FW1복싱 총괄대표(우측)

이번 대회에는 용인대학 김진표 교수도 참석했다. 1964년 8월 9일 강원도 강릉 출신인 그는 필자와 용인대 동창이다. 필자가 그를 보면서 내뱉은 첫마디가 김 선생 자네는 육군 이등병으로 출발 육군참모총장에 오른 인물이라고 말하자 겸연쩍게 웃는다.

왜냐면 그는 강원도 시골에서 맨주먹으로 상경 밑바닥(학생)부터 시작해 꼭지점 (대학교수)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표적인 복싱인 김진표는 학창시절 주문진 서철호 관장이 운영하는 복싱체육관에서 복싱을 수학했다.

고교 졸업 후 상경 노량진 남성체육관 조경인 관장 문하에서 프로복서로 성공하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다 돌연 1984년 용인대학에 입학하면서 방향 전환했다. 조종득 용인대 조교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일취월장해진 김진표는 1984년 8월 제34회 대학선수권대회 LF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한다. 

이번 대회 대회장을 맡은 텔런트 김영호와 84년 MBC신인왕 임종대 (우측)
이번 대회 대회장을 맡은 텔런트 김영호와 84년 MBC신인왕 임종대 (우측)

졸업반인 1987년 2월 88올림픽 2차 선발전에선 김광선과 맞대결 1회 섬광처럼 터진 라이트훅으로 녹다운을 탈취한다. 이후 시종일관 주도권을 잡고 난타전을 펼쳤지만 판정에 고개를 숙인다.

비록 패했지만 포텐이 터진 김진표의 절정기에 오른 후회 없는 한판이었다. 김광선은 김진표에 당한 녹다운 휴유증 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승에서 한광형 (경희대)에게 판정패를 당했다. 김진표는 대학 졸업후 모교인 용인대 복싱 감독을 겸직하면서 3등은 괜찮다.

그러나 3류 는 안된다. 라는 복싱 철학으로 선수들을 지도한다. 그리하여 92년 바로 셀로나 올림픽과 96년 아틀란타 올림픽에서 2회 연속 메달을 획득한 이승배를 비롯 박형연 김명진 김왕순 문임철 오세한등 수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장장구챔프 김진표교수 최완일 대표(우측)
장장구챔프 김진표교수 최완일 대표(우측)

경기장에는 원주에서 치악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윤봉기 관장과 예비군 지휘관을 역임한 횡성에서 건물 임대업을 하는 김성오 선배가 필자의 연락을 받고 참관 모처럼 담화를 나누면서 경기를 관전했다.

윤봉기(61세) 관장은 25년 전 필자가 서울대표팀을 이끌고 전국체전과 대통령배 대회에 참가했을 때 강원도 대표팀 코치로 내정되어 필자와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교류하며 지내는 동료 복싱 인이다.

윤봉기는 1981년 김명복 배 준결승에서 최점환 과 대통령배 준결승에서 허영모(순천 금당고)와 맞붙어 비록 패했지만 강렬한 파이팅을 선보였던 파이터였다. 후에 허영모는 필자와 담화에서 남성희(경상공고)와 함께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복서로 사우스포 파이터 윤봉기(원주 대성고)를 꼽았다. 당시 윤봉기는 3ㅡ2로 허영모에 판정패 고개를 숙였다. 

최영식 KBC 심판부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는 최완일 대표(좌측).
최영식 KBC 심판부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는 최완일 대표(좌측).

1973년 전국 학생 신인대회 밴텀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전직 복서 출신 김성오(서강체) 선배는 강원도 인제에서 2사단 중대장으로 예편한 전직 복서 출신이다. 김 선배는 경기 후 필자와 동행한 1984년 MBC 신인왕 출신의 임종대(원진 체)와 장정구 챔프를 초빙 횡성 한우집에서 융숭하게 예우를 갖춰 대접을 해주었다.

김성오 선배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84년 MBC 신인왕 출신의 테크니션 임종대(수경사)도 현역시절 이양기 김두산 김우천 표명길 안창배 등 국내 정상급 복서들을 차례로 잡은 복싱계 숨은 실력파다.

이번 펼쳐진 5 경기중 메인 경기를 펼친 오리 엔탈 SL급 챔피언 송찬호는 장민혁 강종선과 함께 한국복싱의 미래로 불리는 복싱 유망주들이다. 176 Cm의 훤칠한 키 에서 칼날처럼 예리한 스트레이트와 묵직한 복부 공격이 주특기인 송찬호는 FW1 프로모션에서 차세대 챔피언으로 낙점하고 야심차게 조련하고 있는 유망주다.

2003년생으로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떠오르는 샛별 송찬호는 이번에 벌인 WBO SL급 타이틀전에서 인도네시아 국적의 도전자 아리프 블레이더에 우세한 화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우세를 보인 끝에 4회 KO승을 거두며 3차 어에 성공했다. 

WBO 오리엔탈 슈퍼 라이트급 챔피언 송찬호
WBO 오리엔탈 슈퍼 라이트급 챔피언 송찬호

10전 전승 (6KO)를 송찬호는 11전 전승 (10KO)를 기록한 WBF 아시아 L급 챔피언 장민혁과 비견될 정도로 한 뼘씩 성장씩 성장했다. 두 선수가 시너지효과(Synergy Effect)를 발휘해서 성큼성큼 세계정상권을 향해 돌팔매질하길 바란다.

챔피언이란 타이틀은 매화의 향기를 얻으려면 뼈속에 스며드는 추위를 감내해야 하듯이 수도승 같은 고행과 절제 그리고 강한 훈련을 극복할 때 찾아오는 선물이다. 한국프로복싱은 1965년 12월 서강일 의 첫 타이틀 도전 이후 2006년 12월 17일 WBC 페더급 타이틀 매취 에서 한국의 지인진 (대원 체) 이 멕시코의 로들포 로페즈를 상대로 12회 판정승을 거두면서 43 명의 세계챔피언들에 의해 총 52회에 걸쳐 세계챔피언이 탄생시킨 복싱 강국이다. 

그러나 지인진 을 끝으로 한국의 세계챔피언들은 한국산 호랑이들처럼 자취를 감췄다. 무려 16년 동안 복싱판에서 챔피언탄생의 포효소리가 끊긴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근자에 경칩에 개구리 튀어나오듯 유망주들이 하나둘씩 보인다는 현실이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한국복싱의 미래는 억지로 멀리 볼 필요 없다. 단지 발밑을 보고 한 걸음씩 걸어가면서 복싱인들이 챔피언탄생의 포효소리가 들려 올 때까지 대동단결하는 게 급선무다. 마치 인디언들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듯이 말이다. 끝으로 한국복싱의 건승을 바란다.

조영섭기자는 복싱 전문기자로 전북 군산 출신으로 1980년 복싱에 입문했다. 

1963년: 군산출생
1983년: 국가대표 상비군
1984년: 용인대 입학
1991년: 학생선수권 최우수지도자상
1998년: 서울시 복싱협회 최우수 지도자상

현재는 문성길 복싱클럽 관장을 맡고 있는 정통복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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