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이란의 범죄 실화 다룬 사회 비판 스릴러, 뿌리깊은 여성혐오 드러낸 '성스러운 거미'

* 본문에는 영화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란 테헤란 출생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 감독이 연출한 ‘성스러운 거미’는 ‘순교자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이란 최대의 종교도시, 마슈하드에서 2000년부터 2001년까지 1년동안 16명의 여성을 살해한 ‘사이드 하네이’의 실화에 기초한 스릴러 영화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한 장면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한 장면

마슈하드에서 1년 동안 16명의 여성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는 사건의 피해자들이 모두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의 차도르를 칭칭 감은채 시체로 발견되어 ‘거미’라는 별명을 얻는다.

연쇄 살인마 ‘거미’는 자신의 범행과 시체 유기 장소를 직접 언론에 제보하는 대담한 행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여론은 살인마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처벌하지 말라 연일 시위를 하며, 정부와 경찰은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는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한 장면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한 장면

여성 저널리스트 ‘라히미’는 이러한 상황에서 홀로 살인마 ‘거미’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끝까지 추적한다. ‘거미’를 추적하는 여성 저널리스트 ‘라히미’를 연기한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이 역으로 이란 최초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세빌 유러피안 영화제 여우주연상, 95회 아카데미상 주연여배우상 후보에 올랐다.

여성 저널리스트 ‘라히미’(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여성 16명을 살해한 살인마를 제대로 수상하지 않는 경찰에 분노, 피해자의 가족을 인터뷰하며 직접 단서를 찾아가며 범인의 자취를 추적한다.

‘라히미’는 피해자의 가족을 인터뷰하며 ‘거미’의 피해자가 모두 하층계급의 여성들이며,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어 가고 살아가던 사람들인 것에 분노하고, 생명의 위협까지 받으며 인터뷰를 했던 여성이 희생된 장면을 보고, 경찰을 대신해 직접 범인 체포에 나선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한장면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한장면

체포된 살인자 ‘사이드’(메흐디 바제스타니)는 성실한 건축업자로 3명의 자녀를 둔 다정하고 평범한 가장이다. 전쟁에 참전했던 참전용사이며, 이웃들로부터 존경받았던 사람으로 신을 공경하는 신심이 두터운 사람이었다.

‘사이드’는 전쟁에서 순교하지 못하고 살아 돌아온 것을 후회하며 살아가다, 길거리의 여성을 없애는 일이 신이 자신에게 내린 소명이라 믿고 매일 밤 먹잇감을 찾는 살인마로 변한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한 장면,  ‘사이드’역의  메흐디 바제스타니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한 장면, ‘사이드’역의 메흐디 바제스타니

‘라히미’의 추적으로 살인자 ‘거미’가 체포된 후 사람들은 신의 이름으로 사회의 암적인 존재를 제거 해준 ‘사이드’를 지지하며 영웅대접을 하고, 재판정에 몰려와 석방하라고 시위를 한다.

‘사이드’는 재판 과정에서 “신의 이름으로 정당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사이드’의 아내와 아들은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으나, 주변 사람들의 지지에 힘입어 남편과 아버지의 행동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다.

‘성스러운 거미’는 연쇄 살인마를 보는 이란의 여성 혐오와 여성차별적인 시선, 하층계급에 대한 편견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종교의 아름으로 자행되는 살인까지도 허용하는 시선이 존재하는 사회는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다.

'성스러운 거미'를 연출한  알리 아바시 감독
'성스러운 거미'를 연출한 알리 아바시 감독

‘성스러운 거미’를 연출한 알리 아바시 감독은 2016년 베를린영화제 신인 작품상 후보, 영화 ‘경계선’으로 2018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 수상했던 차세대 거장이다. 알리 아바시 감독은 2001년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 ‘사이드 하네이’가 체포되었을 때 이란에 거주하던 중이었는데, 살인 사건의 범인을 영웅으로 칭송하는 보수 언론과 일부 대중의 주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

‘사이드 하네이’가 재판정에서 "더러운 여성들을 죽여서 도시를 청소하는 종교적 의무를 행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하자 일부 대중과 이란 보수 언론들이 그를 영웅으로 칭송하기 시작하였다. 감독 알리 아바시는 이 논란의 과정을 이란 내에서 목격하며 이 과정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이 후 15년 동안 시나리오를 집필하였다고 한다.

알리 아바시 감독은 ‘성스러운 거미’에서 이란 내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심각성과 근본 원인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짚으며, 살인자를 탄생시킨 이란사회의 문화적 종교적 측면과 함께 그 안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여성 혐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한 장면, ‘라히미’를 연기한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한 장면, ‘라히미’를 연기한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

‘라히미’를 연기한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이란 테헤란 출생으로, 다수의 연극 무대와 TV 시리즈, 영화를 통해 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이란 최고의 스타였다. 하지만 과거 연인과의 애정 행각이 담긴 영상이 유출되며, 이란 내에서 심각한 박해와 검찰 조사를 받고 더 이상 연기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2006년 프랑스 파리로 망명하였다.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14년간의 망명 생활을 이어가다 알리 아바시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인공 ‘라히미’로 배우 복귀를 결심하여 출연했다.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 살인마를 추적해 나가는 ‘라히미’ 역으로 출연한 동기에 대해 “그 동기를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찾았다. 모든 고난에도 불구하고 ‘라히미’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여성을 위해 이 사회를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한 장면,  ‘사이드’를 연기한 메흐디 바제스타니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한 장면, ‘사이드’를 연기한 메흐디 바제스타니

‘사이드’역의 (메흐디 바제스타니)는 이란을 대표하는 연극배우 겸 영화배우다. 실제 이란 마슈하드 출신이며, 실제 살인범 ‘사이드 하네이‘처럼 노동자 계급의 악센트로 말 할 수 있는 배우였기에 캐스팅 되었다.

메흐디 바제스타니는 ‘성스러운 거미’에 출연하며 자신의 연기 캐리어가 모두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출연했다고 한다. 그는 ‘성스러운 거미’가 칸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이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제작진들의 보호 하에 베를린에 머물며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 포스터
영화 '성스러운 거미' 포스터

‘성스러운 거미’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문화 잡지 버라이어티가 발표한 ‘올해 최고의 영화’와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발표한 ‘2022년 최고의 영화 5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장면, ‘사이드’의 아들의 행동을 ‘라히미’에게 보여 주는 영상은 충격적이면서도 이 영화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한다.

‘성스러운 거미’는 2월 8일 개봉한다.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