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일 부산 맥화랑 개인전, 양탄자 같은 촉감의 시각화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어린시절 어머니가 운영하던 부산 서면 의상실은 나의 감성의 모태가 됐다. 어머니 곁에서 실과 천을 가지고 놀던 놀이가 지금의 화폭으로 변신을 한 것이다”

어머니 의상실에서 놀던 어린시절의 감성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강혜은 작가 

3~25일 부산 맥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 강혜은 작가는 지난 10년간 ‘실놀이’를 해 왔다. 양털 실로 만든 양탄자의 뽀송뽀송한 촉감을 시각화 하고 있는 셈이다. 바로 어머니 품같은 포근함의 아우라다. 이를 위해 양털로 실을 만들 듯 물감에서 실을 뽑아 화폭에 직조를 한다. 팔레트의 유화 물감 덩어리를 손에 쥐고, 적정한 압력을 가하여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굵고 가는 색선(色線)을 캔버스에 층층이 쌓아 화폭을 구축한다. 주로 소재는 자연이다.

“결혼 후 환경운동가로 자연학교를 세운 남편을 따라 20년간 상주 산골에 살았다. 자연이 단순한 풍경이 아닌, 고라니 같은 식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자연의 일부로 스며들어 간 것이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자연은 풍경이 아닌 일상을 푸근하게 품어주는 모성같은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색선의 굵기도 명주실처럼 가늘어져 섬세함을 더하고 있다. 자연스레 추상성을 드러내면서 환상적인 색감과 질감이 부각된다. 그래도 멀리서 보면 형상이 얼굴을 빼끔이 내민다.

작가는 항상 캔버스를 바닥에 눕힌 채 허리를 숙여서 물감을 손으로 흩뿌리듯 작업한다. 매체와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통한 들뢰즈식 ‘리보솜’의 추구다. 또 다른 영역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잭슨 폴록의 액션페인팅을 보는 듯하다

“호흡을 조절하고 손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작업을 하면 어느새 마음도 숙연해진다. 물감 덩어리를 손에 꼭 쥐고, 색 선을 짓다 보면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과 그 시절을 향한 그리움이 응축되어 캔버스 위에 쌓인다. ”

옛 여인들이 손으로 직접 실을 뽑고 베틀 앞에 앉아 옷감을 짜듯, 강혜은 작가는 캔버스 위로 허리를 굽혀 끊임없이 고단하고 지루하게 선을 쌓아 작품을 완성한다. 고된 반복적 수행이라 하겠다. 결과적으로 색과 형태를 넘어선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하여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얻고 있다.

“비로서 색(色)과 형(形)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 같다. 어른답게 나이가 든다는 것, 멋있게 늙는다는 것은 무언가에 사로잡혀있던 ’고집‘과 ’아집‘을 스스로 내려놓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 자신은 물론 관람객도 작품을 통해 ’자유로워짐‘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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