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부터 폐교위기 감지됐었지만 모두가 '수수방관'
급조한 민간단체 주도 폐교살리기 바람직 한가, 회의적 시각도
전국적 폐교 위기 성공과 실패사례 타산지석 삼아야

[ 이슈진단=뉴스프리존] 박종철 기획취재본부장="전교생이 10명 미만인 아주작은학교는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위해 해당 교육주체들의 동의를 얻어 적극적으로 통합을 하겠다. 한반에 몇명 밖에 안되는 아주작은학교는 음악과 체육과목 등의 학과수업은 물론 균형잡힌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성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전북교육청 서거석 교육감이 지난해 전북교육감 취임사에서 '작은학교살리기'에 대한 방향과 정책을 표방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한반에 몇명 밖에 되지 않는 학생들에게 민주시민교육, 미래역량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아주작은학교를 작은학교로의 통폐합 필요성을 제시했다.

학생수 급감으로 학교를 유지할 수 없는 아주작은학교와 같은 경우 인근의 작은학교와 통폐합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습득하고, 올바르고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수립 없이 단순히 혜택이나 조건 등을 제시해 학생수를 확보하고 학교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교육정책임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제천의 한 시골마을 중학교(제천송학중학교)가 학생수의 부재로 폐교 결정이 되자 부랴부랴 해당 지역주민들이 '학교발전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입학생을 모으는 등의 활동을 통해 가까스로 폐교위기를 극복한 것에 대해 여기저기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폐교위기를 막은 주민들의 위대한 승리로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미 수년전부터 폐교위기가 감지되고 있었음에도 교육계, 지자체, 지역사회 모두 수수방관하고 있다가 폐교가 현실화 되자 뒤늦게 '학교살리기'라는 급조된 운동을 펼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외형적으론 폐교위기에 놓인 학교를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폐교를 막은 '위대한 성과'로 포장되고 있지만, 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인구유입 등의 장기적인 대책없이 급조한 학교명맥 유지가 과연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폐교예정 학교로의 입학유도가 아이들의 의사와 선택이 아닌 어른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 될 경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정서함양 및 사회성을 차단하는 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석인 지적도 팽배하다.

민간단체 주도로 폐교위기에서 극적으로 회생한 제천송학중학교를 교육계, 지자체 및 지역사회는 앞으로 어떤 청사진과 정책을 수립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폐교살리기란 장미빛 환상에 가려 아이들의 권리와 행복이 뭍혀버리지는 않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듯 하다. 

# 제천송학중학교 폐교위기 벗어나기까지 무슨일이... 

제천송학중학교는 1·2학년 학생이 한명도 없는 상황에서 2022년 3학년 학생 2명이 졸업하자 전교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되면서 2023년 폐교위기에 처해졌다. 

2023년부로 폐교가 결정된 송학중학교는 주민과 동문들이 '송학학교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신입생을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올해 폐교를 면했다. (사진=송학중하교 전경 자료사진)

제천교육지원청이 지난해 7월 실시한 중학교배정예비조사에서 당시 송학초등학교 6학년 졸업예정자 8명의 아이들은 모두 인근 시내권 중학교로의 입학을 희망하면서 송학중학교는 2023년부로 폐교대상 학교로 분류됐다.

하지만 송학중학교 폐교 위기는 올해 갑자기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송학초등학교 졸업생들이 송학중학교로의 입학을 외면하고 인근 시내권 중학교로 진학을 희망하면서부터 진행되온 현상이다.

지난 5년간 송학초등학교 졸업생들의 송학중학교 입학현황을 보면 2018년 5명의 졸업생 중 1명, 2019년 졸업생 3중 1명, 2020년 졸업생 3명 중 0명, 2021년 졸업생 5명중 0명, 2022년 졸업생 8명 중 0명(지난해 7월 수요조사 기준) 등으로 송학중학교를 선택한 학생은 2021년부터 단 한명도 없다.

송학중학교가 이미 오래전부터 폐교위기에 놓여 있었고, 그동안 가까스로 폐교를 면하는 수준의 명맥만 유지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올해 폐교가 기정사실화 됐던 제천송학중학교는 가까스로 폐교위기를 넘겼다.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학생수의 부재로 폐교가 결정되자 지역민들이 서둘러 '송학학교발전위원회(이하 위원회)'란 단체를 만들어 송학중학교살리기 운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당초 송학중학교 입학을 희망하지 않았던 송학초등학교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외에 인근 제천 시내권역에서 송학중학교 입학생을 모집하는 등의 노력으로 최소 6명의 신입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교육청 지침은 최소 재학생 2명 요건을 충족하면 학교를 존립하도록 하고 있어 일단 폐교를 면할 학생수는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내년, 후년에도 최소 2명 이상의 입학생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3년후 또다시 폐교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올해 폐교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송학중학교 존치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만세 부를 일 만은 아닌 것이다.  

한 주민은 "이미 오래전부터 폐교위기에 직면해 있던 송학중학교를 교육계, 지자체, 지역사회 모두 손을 놓고 있다가 올해 폐교가 된다고 하니 '발등에 불끄듯' 부랴부랴 폐교를 살린다고 부산을 떠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 조건과 혜택으로 입학생모시기=폐교막는 길...등식 성립할까?

위원회는 아이들이 올해 송학중학교로 입학하는 조건으로 인근 다른 학교에서는 누릴 수 없는 다양한 혜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과 선생님의 1:1수업 가능, 원어민수업과 방과후수업 운영, 학자금혜택, 학생 1명당 제천시청 및 학교기금에서 장학금 150만원 지원 및 골프연습장, 당구장, 노래방 등의 부대시설 구비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학원비, 교통비, 입학축하금, 해외수학여행 등 학생 1인 당 1,500만 원 정도의 실질적 지원을 하겠다는 조건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가 당초 계획한 안에 따르면 2023년도 신입생 10명 확보 기준, 학생 1인당 1500만 원씩을 지원할 경우 한 학년 당 1억5천만 원이 소요되고, 이후 2024년, 2025년 신입생까지 매년 10명씩의 학생을 확보할 경우 3년간 최소한 4억5천만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동문, 지역주민, 지역종교단체, 지역기업 등을 대상으로 발전기금을 모금해 재원을 충당할 예정이었지만 위원회가 구상한 계획데로 기금모금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위원회는 기금마련의 방법으로 지역 기업에 년간 1억5천만 원씩 3년간 4억5천만 원의 출연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역기업에서 이미 마을전체를 위한 기금을 출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학교발전기금을 출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 결국 다른 방법으로 기금을 마련해에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위원회가 송학중학교 폐교를 막고자 온갖 혜택과 지원을 제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학생들을 위해 지원하는 기금을 한 기업을 통해 충당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계획하에 동문들의 대대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공적 기금을 확보하는 등의 안정적 기금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위원회가 구상하는 기금 확보가 안될 경우 위원회가 제시한 조건과 혜택을 보고, 송학중학교로 입학을 결정했던 학부모들은 다시 학교를 옮기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한편, 위원회는 지난 해 11월 29일 제천교육지원청과의 간담회를 갖고 안정적인 학생 수급과 소규모 학교에 적합한 맞춤식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고 제천교육지원청은 약속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폐교위기를 지금 껏 수수방관해 온 제천교육지원청이 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선뜻 안정적인 학생수급 등의 지원을 약속한 것을 두고 "그렇다면 왜 미리 폐교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있었는가"라는 비난이 나온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청은 학교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외 별도의 혜택이나 지원은 할 수 없다"고 송학중학교 학생만을 위한 특별 지원에 대해선 선을 그엇다. 제천교육지원청이 앞으로 어떻게 안정적으로 송학중학교 학생수급을 하고 어떤 전폭적 지원을 한다는 것인지는 아직 제시된 바 없다. 

또 위원회는 제천시에도 지원을 요청해 제천시가 장학금 명목으로 입학생 1명당 1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제천시가 송학중학교 폐교살리기에 장학금 및 교통지원 등의 지원을 하는 것이 표면상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적극행정의 일환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다수의 학교와 학생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가져올 소지도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조건과 혜택을 통해 학생을 유입하고 폐교를 살리겠다는 발상은 당장은 성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작은학교나 폐교를 살리기 위해선 먼저 젊은 층의 인구유입의 청사진이 마련되야 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특화된 교육환경이 전제되야 한다'고 조언한다.

# 타지역 학교의 작은학교살리기 성공과 실패 '타산지석'삼아야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에 있는 신천중학교 폐교 사례를 보자.

신천중학교는 2009년도 신입생 1명이 3년간 혼자 수업을 받고 혼자 졸업하는 나홀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신천중학교로 입학해야 할 신천초등학교 아이들 12명이 5학년이 되면서 11명이 외지로 전학을 가면서 남은 1명의 학생만이 신천중학교로 입학했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계와 지자체 및 지역사회는 폐교위기에 놓인 신천중학교를 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가까스로 신천중학교는 폐교를 면했다.

당시 교육계, 지자체 및 지역사회는 수억 원에 이르는 재원을 투입해 신천중학교 입학생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3학년이 되면 뉴질랜드 어학연수를 6개월간 무료로 보내주는 전국에서 유례없는 혜택을 제공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각계의 전폭적인 지원과 후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신천초등학교 졸업생들은 신천중학교 진학대신 외지의 도심권 중학교로 발길을 돌렸고, 외지에서 신천중학교로 전입을 오는 학생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2021년 신천중학교는 학생수 부재로 결국 폐교됐다.  

이는 시골의 작은학교를 살리는 것은 달콤한 조건과 혜택이 아니라 더 낳은 교육환경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자 하는 아이들의 바램과 좋은 학군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학부모들의 의식이 우선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송학중학교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듯 한 사례다.

반면 인근 단양의 가평초등학교는 인구유입을 통해 전입생을 유치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폐교위기를 극복한 본보기가 될 만한 사례다. 가평초등학교살리기는 동문들의 대대적 참여가 주가 됐다. 

주민들과 동문들은 지난해 '가평초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한 후 우선방안으로 동문대상기금마련 운동을 펼쳐 그 해 8000만 원의 기금을 모금했다. 또 농촌작은학교살리기 행복만들기 국비 공모사업을 추진하는 등 공적자금 확보 노력도 병행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외지 동문들의 후원금이 답지하고 있다. 동문들의 후원금 만으로 전입생들을 위한 지원과 혜택을 줄 수 있는 기금을 충당할 수 있기에 지역기업 등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된다.  

동문들의 관심과 후원으로 폐교위기를 살려낸 모범 사례로 꼽힌다. 신천중학교, 송학중학교 폐교살리기와는 접근 방식부터 사뭇 다른 점이다.

또 경남 고성의 산삼초등학교는 '2022년경남작은학교살리기' 공모사업에 신청해 선정됨에 따라 사업비 34억4600만 원을 확보했다. 이 공모사업은 경상남도, 경상남도교육청, LH공사가 공동 주관해 임대주택건립, 정주여건개선, 빈집정비 등을 통해 폐교위기의 학교를 살리는 공동 프로젝트다. 공적 기금이 투입되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와 같이 폐교살리기나 작은학교살리기는 전국적으로 많은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 교육청, 지자체, 정부기관 등이 주축이 되거나 동문들이 주축이 되었을 때 장기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송학중학교발전위원회를 비롯해 제천교육지원청, 제천시 그리고 지역사회가 송학중학교 폐교를 막기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학교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단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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