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와 ‘비윤계’ 두 갈래로 갈라진 모양새
후보 간 비난 아닌 당 비전경쟁으로 진행돼야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근래 여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당권 주자들 간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잡기’ 경쟁에서 ‘친윤계’와 ‘비윤계’ 두 갈래로 갈라지는 모양새를 띠더니, 급기야 대통령실과 안철수 후보 간 정면충돌로 번지고 있다.

사진: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 참석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윤 대통령의 언급을 인용해 ‘국정운영의 방해꾼’ ‘적’ 등 극단적 표현으로 안 의원을 겨냥하면서다. 안 후보가 3일 한 유튜브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비판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안 후보 측은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지만, 대통령실은 “누가 대통령을 전대에 끌어들이고 있느냐”며 오히려 안 후보를 공개 비판했다.

사실 안 의원이 윤핵관이나 ‘윤안연대’(윤 대통령과 안철수의 연대)를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 윤핵관은 작년 대선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만들어 낸 악의적 프레임으로, 윤 대통령 본인을 주변에 휘둘리는 사람처럼 보이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하겠다. 윤안연대라는 표현 또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인 것으로서 비상식적 행태다.

전대가 혼란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김기현 후보 측도 자유롭지 못하다. 김 후보의 후원회장을 사퇴했지만, 신평 변호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안철수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경우에 따라 국민의힘에서 탈당,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이 신당 창당을 할 것으로 기정사실처럼 밝힌 건 당원들에 대한 협박이다. 

이런저런 시비를 고려할 때 후보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만 해도 ‘윤심’은 과하게 표출됐다고 본다. 처신에 문제가 있어 결국 당 대표 출마를 접었지만 나경원 전 의원이 ‘친윤’의 불출마 압박을 받아 오다 장제원 의원을 ‘제2의 진박(眞朴) 감별사’라고 비판하고,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에게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라’고 쏘아붙인 사례 등은 전당대회의 흥행을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한 바 있다.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은 정당 내부의 경쟁인 동시에 축제로서, 국민에게 밝히는 자신들의 비전과 태도이기도 하다. 누가 당대표가 되든 선출 과정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면 국민은 그 과정을 흠결 많은 경기·편파 판정이 난무한 경기로 간주할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대선에서는 이겼지만 정권은 교체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거대 야당에 막혀 법안도 예산도 대통령 공약도 어느 것 하나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근래 여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전투구’ 현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계와 비윤계로 갈라지는 모양새로는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읋까 우려된다. 

물론 후보들은 ‘윤심팔이’로써 대통령을 당내 정치에 끌어들여선 안 되지만, 대통령실도 전대에 관여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친윤계 역시 특정 인물에 대한 과도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 친윤의 발언은 대통령의 뜻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건전 보수정당의 방향성을, 보수주의 정치철학의 틀을 바르게 세워 나가기 위해선 이번 전당대회 초점이 후보 간 비난이 아닌 당의 비전 경쟁에 맞춰지길 기대한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