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재무적 ESG’ 경영의 대두  

과거에는 우량 기업을 평가함에 있어서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는가?’ 수익성 중심의‘재무적’ 정량 지표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기후변화 등 최근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증하면서 ‘비재무적’인 지표가 기업의 실질적 가치평가에 한결 중요할 수 있다는 인식이 대폭 늘고 있다. 여기에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ESG’란 개념이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것으로, ‘ESG 경영’이란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 추구에 초점 맞춰진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및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가치들로, ESG를 구성하는 세부 요소들은 기관별 설립 목적 및 사업의 특성, 이해관계자의 상이성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ESG 경영의 공통성을 구체적으로 좁혀보면, 환경(E) 부문의 구성요소는 ▷기후변화 대응 ▷탄소배출 저감 ▷자원 절약 ▷재활용 촉진, ▷청정기술 개발 등이고, 사회(S) 부문은 ▷노동환경 개선 ▷사회적 약자 보호 ▷인권 존중 ▷고용 평등 ▷다양성 지향 등이다. 지배구조(G) 부문의 경우 ▷이사회 등 투명한 기업 운영 ▷반부패 및 공정성 강화 ▷ 내부 고발자 제도 ▷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책임투자 확대 등이 있다.

ESG는, 전신격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 창출)와 엄격하게 차별화 된다. UN(국제연합)을 비롯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에 의해 제도적으로 강제화‧의무화됨으로써, 기업 현실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피해 갈 수 없는 경영 여건으로 굳어지고 있다. 

선진국에 수출할 경우, ESG 관련 △탄소세 부담과 △공급망 관리 조건 충족 △공시 의무 이행은 필히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이것들을 수단으로 하는 무역장벽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 한국도 2021년은 가히 ESG 경영의 원년이라 불릴 만큼 열풍이 대단했다. 국내 주요 기업체 CEO들의 신년사에 ESG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ESG 경영은 기업 생존의 최우선적인 필수 고려 요소가 되면서 앞 다퉈 ESG보고서를 발표하기에 분주했다.

● ESG를 견인하는 ‘기관투자자’

예전에는 설비투자 대신 ESG에 경영자원을 배분하는 일이 우선순위에서 밀렸지만, 이제는 기업이 ESG에 신경 쓰는 체력을 안배해야 한다는 보는 시각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ESG 경영은 단기적으론 비용의 증가와 재무적 수익의 감소를 불러올 수 있지만, 결국 이는 비재무 성과로 상쇄된다. 투자 유치와 사업기회로 활용돼 장기적으론 재무성과로 직결된다. ESG 경영은 기업의 평판과 가치를 제고해 자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자본비용을 감소시켜 매출과 수익 등 재무성과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파생시키기 때문이다.

ESG 투자를 주도하는 것은 기관투자자들이다. 거대 자산운용사, 각국 연기금, 보험사 등이 대표적인데, 최근 총운용자산이 8.7조 달러(2020년 기준)에 달하는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움직임에 전 세계 주요 기업, 금융사들이 주목하고 있다.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0년 1월 투자자들과 기업 CEO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앞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투자 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2019년 8월 19일, 미국의 주요 기업 CEO를 회원으로 둔 Business Roundtable(BRT)이 앞으로는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이끌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견지해 온 ‘주주우선 원칙’을 변경하여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애플의 팀 쿡,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GM의 메리 바라,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블랙록의 래리 핑크 등 쟁쟁한 CEO 181명이 서명하였다.

해외 금융회사는 짧은 기간 내 ESG 경영의 견고한 체계를 구비하여 나가고 있다. ESG 이슈를 다루는 조직구조의 구축과 더불어 ESG 경영이 사업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게 명확한 원칙과 프로세스를 두고 있다. 또한 ESG 경영 담당자에게는 전문성과 더불어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는 ESG 평가 기준에 따라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기업, 부패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기금도 ESG 요소를 투자 결정에 반영하고, 2022년 올해까지 ESG 관련 투자를 운용하는 기금의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이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받을 때 중요한 평가 기준인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와 같은 신용평가 기관은 이미 2019년부터 기업의 신용을 평가할 때 ESG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이런 경영 패러다임의 혁신적 전환에 따라 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16년 22조8000억 달러(약 2경9731조원)에서 2020년 35조3000억 달러(약 4경6031억 원)로 급상승했다. 지역별론 유럽과 미국이 ESG투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이 나머지 시장을 나누고 있다.

또한 녹색채권(green bonds), 사회적채권(social bonds) 및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s)을 포함한 세계 ESG채권 누적발행규모는 2015년 659억달러에서 2020년 1.7조달러로 늘어났다. 또한 관련 ESG대출 시장 규모도 2015년 30억달러에서 2020년 2,000억달러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ESG 금융시장 선진화 ‘서둘러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ESG 공시를 의무화한 국가는 세계 20개국 안팎이다. 노르웨이 등과 같이 지속가능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하는 국가도 있고, 사업보고서나 별도 서식 내부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국가도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스닥기업 ESG 경영 지원 업무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 다섯 번째부터 최흥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한화진 환경부 장관, 장경호 코스닥협회장.
사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스닥기업 ESG 경영 지원 업무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 다섯 번째부터 최흥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한화진 환경부 장관, 장경호 코스닥협회장.

우리나라 정부는 우선 2024년까지는 자율적으로 공시할 계획이다. 2025년경에는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KOSPI) 상장사는 환경 및 사회적 활동을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이 뜻하지 않게 ESG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측면이 크다는 점 역시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장기간 코로나19의 지속성에 안전 이슈가 부각되면서 ESG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MZ 세대가 ESG의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로 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소비자의 64%를 차지하는 MZ 세대는 기존 세대와 달리 환경‧사회의 영향에 관심이 매우 높다.

이젠 ESG 경영이 대세인 만큼, ESG 데이터의 질적 수준 제고와 공시 체계의 표준화 등 ESG 금융시장이 고도화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상당하다. 현재 기업의 ESG정보가 비체계적으로 공시되는 것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평가대상 기업의 ESG정보는 연간보고서, 지속가능보고서, 회사 홈페이지 등 여러 곳에 분산돼 산만하게 공시되고 있다. 또한 공시의 위치, 형식, 내용 등이 여러 보고서에 중복돼 일관성을 상실하기도 한다.

이에 연기금 등 투자회사와 ESG평가회사는 모든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수집됐는지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금융회사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ESG 경영 체계를 정비하고, 고객 수요에 부합한 다양한 금융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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