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서울서 열린 일왕 생일파티서 기미가요 첫 연주…"윤석열 정권 지향점"
군국주의 일본 상징 기미가요 연주는 한국 국민의 반일 정서를 또다시 건드릴 것

[ 정현숙 기자]=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생일(이달 23일) 기념 축하연에서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가 처음으로 연주됐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윤석열 정권의 지향점이 이번 기미가요 연주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2016년 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린 그랜드 하얏트 서울 앞에서 한 단체 회원들이 행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2016년 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린 그랜드 하얏트 서울 앞에서 한 단체 회원들이 행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주한 일본대사관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국내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나루히토 일왕 생일(2월 23일) 기념 리셉션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한국 국가인 애국가와 함께 기미가요가 처음으로 흘렀다.

일본이 서울 한복판에서 군국주의 일본 상징 노래 기미가요를 연주한 것은 한국 국민의 반일 정서를 또다시 건드릴 것이다.

이번 소식을 ‘특보’라 보도한 산케이는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반일 감정 때문에 예년에 국가를 트는 것을 미뤘으나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권이 대일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도 삐걱대는 양국 관계를 벗어날 호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행사를 주최한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 역시 그동안 기미가요 연주를 자제했다며 “한국 참석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사관이 (주재국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 자기 국가를 연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흐름 속에서 이번에는 ‘(일본) 본연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한국의 애국가와 함께 기미가요를 연주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일왕 생일 축하연이 열린 것은 2018년 12월 이후 약 4년 만이며, 나루히토 일왕이 2019년 5월 즉위한 이후 처음이다. 한국 정부에선 외교부 이도훈 제2차관이 대표로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일본은 매년 각국 재외공관 주최로 일왕의 생일잔치를 한다. 한국 여론은 매번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8년 12월 열린 축하연에선 당시 조현 외교부 1차관이 축사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13년 한국무역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 지난해 4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산케이는 지난달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56만5천 명으로 방일 외국인의 37.7%를 차지하는 등 한국에서 일본 여행이 인기를 끌자, 행사장에 일본 지방자치단체를 소개하는 부스도 다수 마련됐다고 현장을 전했다.

산케이 신문 갈무리
산케이 신문 갈무리

기미가요는 군국주의 일본 상징 노래

메이지(明治·1868∼1912) 시대부터 일본의 국가로 사용된 기미가요는 태평양전쟁 후 폐지됐다가 1999년 국가로 법제화됐으며 학교 입학식·졸업식 등에서 의무 제창하는 노래다. 가사에 ‘임의 치세는 천 대(代)에, 팔천 대에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구절이 있다.

기미가요 가사 중 ‘임’이 ‘일왕’을 의미하며 기미가요는 일왕의 치세가 영원히 이어지길 기원한다는 점에서 '군국주의 일본'을 상징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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