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레고랜드 빚보증 이행 거부사태'를 일으키며 금융위기설까지 불거지게 한 김진태 강원지사가 "전임 도정(최문순 전 지사) 때 이루어진 일 가지고 제가 정말 안 먹어도 될 욕을 먹게 됐다", "대국민 사과할 사안 아니다"라고 책임회피에 나섰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아직도 욕 더 먹고 싶은 거냐"라고 일갈했다.
황명선 민주당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판박이인 언행을 보면서 ‘어쩌면 그리 윤석열 대통령과 생각, 뻔뻔함이 똑같을 수 있을지’ 국민은 그저 아연실색"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황명선 대변인은 "김진태 지사 때문에 50조 원 이상의 국민 혈세를 날렸다. 그런데도 '안 먹어도 될 욕'이란 말이 나오는지 되묻고 싶다"며 "안 해도 될 쓸데없는 말 한마디로 국민의 피 같은 혈세가 흔적 없이 허비된 사안"이라고 직격했다.
황명선 대변인은 "출장을 핑계로 도망쳤다 돌아오며 '좀 미안하게 됐다'라고 마지못한 사과를 하더니, 이제 와서 은근슬쩍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인가"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도 채권시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책임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라고 거듭 직격했다.
황명선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는 한결같이 ‘반성’과 ‘책임’이라는 말은 없고, 오직 ‘남 탓’이라는 말만 하고 있으니 이보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가 또 있을까"라고 일갈했다.
앞서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 21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레고랜드 사태를 일으킨 것과 관련, "‘투사’ 김진태가 도지사가 되니까 지난 정부, 지난 도정에서 했던 것을 싹 다 부인하고 ‘빚 안 갚아, 못 갚아’ 이렇게 투쟁하면서 나오는구나, 이렇게 프레임으로 됐는데. 그거는 전혀 아니었다"라고 항변했다.
김진태 지사는 "제가 돈을 안 갚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우리 도민들의 혈세를 어떻게든 지켜보겠다고 그거를 그냥 했던 것 뿐"이라며 "이게 마치 지자체가 보증을 서놓고 배째라 나오는 것처럼 오해가 돼서 그게 좀 일파만파로 커졌다"라며 '오해'라고 거듭 항변했다.

김진태 지사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 연쇄부도나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여파가 여전한 데 대해서도 "그렇게 따지면 다리가 무너지려고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거기서 재채기했다고 저 나쁜 놈이다, 그 정도 아니냐"라고 강변하며 "우리 강원도 입장에서는 좀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많이 있다"고 답했다.
김진태 지사는 '대국민 사과'를 묻는 질의에도 "강원도 전체를 대표하기 때문에 그런 어떤 금융 혼란에 대한 것을 강원도가 이게 책임질 일이 사실은 아니었다"라며 "그거를 그렇게 정식으로 대국민 사과할 사안은 저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사태 초기엔 '좀 미안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이젠 이마저도 부인한 것이다.
앞서 김진태 지사는 지난해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빌린 2050억원을 (강원도가)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겠다”며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회생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채권단은 레고랜드를 부도처리했다.
이는 국가가 완전 부도나지 않는 이상 지급이 보장되는 안전한 채권인 지방채를 부도처리하면서 거의 부도날 가능성이 없는 거대 공기업의 채권마저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꼴이라 시장에 큰 파장을 끼쳤다.
즉 금융시장의 신뢰 자체를 한 번에 붕괴시키며 우량채권들마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최악의 사태를 낳은 셈으로 중소형 건설사와 증권사들의 연쇄 부도사태 우려를 낳았다.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채권 금리는 줄줄이 상승했다.

이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총 95조 원을, 정부는 50조 원을, 한국은행도 35조 원을 시장에 퍼붓는 등 총 180조 원 가량을 시장에 부었다. 또 강원도는 지난해 12월 뒤늦게 2050억 원을 전액상환했으나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미분양 주택이 속출하는 등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서 김진태 지사가 당긴 '레고랜드 사태'는 대형건설사마저 후폭풍에 휩싸이게 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우건설은 울산 동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사업에 440억의 손해를 감수하고 손을 뗐다.
대형건설사들마저 이같은 상황에서 중소형 건설사들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은 것이며, 만약 중소형건설사들이 자금난에 부도를 겪을 경우 그들에게 돈을 빌려준 증권사 역시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즉 위험한 상황에서 한 공안검사 출신 정치인의 정치적 판단이 더 큰 파장을 불러온 것임에도, 그 당사자는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