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앞두고 다녀온 서대문형무소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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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나는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글쓰기와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3.1절을 앞두고 아이들과 공부를 하던 중, 내가 삼일절 노래를 부르며 “이 노래 알지?”라고 물으니, 아이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그 노래가 뭐예요?”라고 되묻는다. 삼일절 노래를 모르다니! 나야말로 의아해 검색해보니 초등 교과서가 개정되면서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삼일절 노래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단다. 게다가 아이들의 새 학년은 3월 2일! 아이들에게 3월 1일은 그저 긴 겨울방학을 끝내는 마지막 날, 학부모에게는 지겨운 육아 해방의 날, 어른들에게는 공휴일 정도로만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휴대전화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앱을 설치하면 추천 코스는 물론 설명도 들을 수 있다.(출처=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앱)
휴대전화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앱을 설치하면 추천 코스는 물론 설명도 들을 수 있다.(출처=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앱)

나는 3.1절을 앞둔 주말, 5학년을 앞둔 아이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향했다. 재작년 여름 쯤에 방문했을 때는 두서 없이 여기저기 다녀 아이가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휴대폰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추천 관람 코스와 해설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식민지 시대, 공포의 상징! 서대문형무소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나는 첫 코스인 전시관에서 서대문형무소의 역사를 따라가며 탐방을 시작했다.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 일제에 의해 ‘경성감옥’으로 개소되어 1923년에 서대문형무소로 바뀐다. 해방 후에는 서울형무소, 서울교도소, 서울구치소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1987년 서울구치소가 이전하면서 1998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개관했다고 한다. 

해설을 들으며 가장 소름이 끼쳤던 점은 일제가 당시 우리 민족에게 독립운동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물류와 사람의 이동이 많은 서대문을 계획적으로 형무소 위치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 당시 이곳에서 모진 고문을 받았던 애국지사들이 무려 6만5000명을 넘겼다는 것이다.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에 수감되었던 유관순 열사는 1920년 3월 1일에 옥중 만세운동을 벌여 모진 고문을 당했고 그 해 9월 옥중에서 순국했다.(출처=국사편찬위원회)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에 수감되었던 유관순 열사는 1920년 3월 1일에 옥중 만세운동을 벌여 모진 고문을 당했고 그 해 9월 옥중에서 순국했다.(출처=국사편찬위원회)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옥사에서 하루 종일 무릎을 꿇은 채 고통을 견디다’

다음은 중앙사를 지나 옥사로 가본다. 늘 수감 인원보다 많은 수감자들로 제대로 눕지도 못하는 곳에서 무릎을 꿇고 지내야 했던 이들. 독방은 외부와의 철저한 격리로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다. 

1962년 국립영화제작소에서 제작된 삼일절 노래 갈무리.(출처=국가기록원)
1962년 국립영화제작소에서 제작된 삼일절 노래 갈무리.(출처=국가기록원)

이어 여옥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중 8호 감방은 1919년 3.1운동으로 수감된 독립운동가들이 있던 곳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관순 열사가 옥중 투쟁을 벌였던 곳이다.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짖었던 우리 선조들은 모진 고문을 받았다. 밀랍인형으로 재현해놓은 고문실은 어두컴컴하고 으스스하다. 특히 ‘벽관 고문실’에 들어가 보니 극한의 공포마저 느껴진다. 

2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던 아이가 사형장을 나오며 한마디 한다. “엄마, 나는 일제강점기에 살았으면 독립운동은 못했을 거 같아요.” 부끄럽지만 사실 어른인 나도 마찬가지다. 모진 고문은 물론, 목숨까지 내놓을 용기가 과연 나에겐 있을까. 독립운동커녕 그 모진 세월을 견디고 버텨내는 것조차 버거웠을지 모른다. 그저 나라의 독립을 위해 만세를 부르짖었던 분들의 숭고한 희생에 가슴 깊이 존경의 기도를 올릴 뿐이다. 

오는 3월 1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또 독립운동기념관에선 체험 부스도 운영되니, 관심을 갖고 직접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의치 않다면 집에서도 VR을 통해 생생하게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만날 수 있다. 

104주년 독립기념관 3.1절 기념행사.(출처=독립기념관)
104주년 독립기념관 3.1절 기념행사.(출처=독립기념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뿐 아니라 독립기념관에서도 ‘제104주년 3.1절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명예 독립운동가 1919명이 참여하는 ‘3.1만세운동 재현행사’는 물론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원들이 광복 후 귀국 시 탔던 ‘C-47 수송비행기’ 탑승 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도 마련된다. 

또, 국가보훈처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쉽고 재미있게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독립운동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는 게임형 콘텐츠 ‘숨은 독립 찾기’를 3월 10일까지 운영한다. 참여 1건당 1920원의 장학금을 적립해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전달한다고 하니, 남녀노소 의미 있는 3.1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가 365일 매 순간 독립에 힘쓴 분들을 생각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기념일만이라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분들을 떠올리고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 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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