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무기

‘지인무기(至人無己)’라는 말이 있습니다. 장자(壯者) 내편(內編)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말이지요.

「지인무기(至人無己) 신인무공(神人無功 성인무명(聖人無名)」

지인(至人)은 인간으로서 지극한 경지,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요, 신인(神人)은 신과 같이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이요, '성인(聖人)은 존재와 명예를 초월한 자 이니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무기(無己)’는 사심(私心)이 없는 것이요, 이기심(利己心)을 버린 것이요, 사리사욕(私利私慾)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요, 자기 욕심을 떠난 것입니다. 이렇게 무기(無己)는 사심과 사리사욕을 버림으로써 자유로워지는 의미입니다.

또한 ‘신인무공(神人無功)’은 신(神)과 같이 넓고 큰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아무리 훌륭한 일을 하더라도 자기를 내세우고 공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조그만 자아에 집착하지 않지요. 또 대수롭지도 않은 일을 자랑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무공(無功)이지요.

‘성인(聖人)은 무명(聖人無名)’이다 라는 말의 뜻은 성인(聖人)은 아무리 크고 뛰어난 공적을 쌓아도 그 공적에 따르는 명예를 구하지도 않고 자랑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자기의 명예와 이익에 집착하지 말라.’ 이것이 무명(無名)이지요.

우리나라가 2019~2021년 OECD 발표 행복도가 평균 5.9점으로, OECD 38개국 중 36위에 그쳤다고 합니다.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6.7점으로 우리보다 낮은 국가는 튀르키예(4.7점)와 콜롬비아(5.8점)뿐이라고 하네요.

히말라야의 산 자락에 있는 부탄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이 나라는 전체 인구가 80 여 만 명이고, 1인 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작은 나라가 요즘 각국의 ‘국민 행복도’ 조사에서 단골로 상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 연유를 찾아 보면, 이 나라에 아주 뛰어난 국왕이 있습니다. 바로 ‘왕추크’ 국왕입니다. 이 국왕은 국정의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 총 행복 지수(GNH)를 높이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헌법에 ‘숲은 최소한 국토의 60%로 유지해야 한다.’ 라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예산이지만, 그 예산을 자연과 교육과 의료에 쏟아부었습니다. 고등학교까지 무상 교육이고 의료 또한 무상입니다.

이 국왕은 으리으리한 궁전에 사는 것이 아닙니다. 숲 속에 있는 작은 나무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하들도 검소하게 사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요. 그 모습을 본 국민들은 남과 비교해서 내가 잘사니, 내가 못사니 초조해 할 일도 없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지그메 싱계 왕추크’ 국왕과 그 뒤를 이은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 국왕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행복 정치를 펼치면서, 혹여 후대를 이을 왕 중에 폭군이나 독재자가 나타날 것을 우려해, 자신들이 왕으로서 가지는 모든 권력을 포기하고, 전제 군주제에서 입헌 군주제로 바꾸었지요.

그리하여 왕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2008년 7월 18일 세계에 유례 없는 소위 하향식 민주주의가 실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왕의 혈통은 이어집니다. 그러나 왕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왕은 65 세가 되면 반드시 은퇴해야 합니다.

이러한 국왕의 과감한 개혁, 검소한 생활, 국토 구석구석까지 방문하여 국민과 소통하는 행보, 평민과의 결혼 등에 수많은 국민이 감동하여 왕가의 인기와 권위가 가히 절대적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들은 모두 자신에게는 냉혹할 정도로 엄격하고 남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국민을 진심으로 섬기는 살신성인의 길을 걸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제가 오래전에 티베트와 네팔 그리고 인도를 두루 여행할 때 이 부탄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비자 문제로 입국을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두고 두고 후회됩니다. 지금은 가려 해도 건강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어제가 3.1 절 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윤석열 대통령의 경축사가 온 나라의 지탄 받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 윤 대통령은 국민 행복은 염두에 없는 것 같아 국민 감정에 염장(炎瘴) 지르는 것 같아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하필 이면 3.1 절에 이런 말을 하다니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3.1 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무엇이 아쉬워 우리나라 대통령이 국민의 행복은 관심도 없이, 과거 철천지원수인 일본에 아부하는지 알 수 없네요!

단기 4356년, 불기 2567년, 서기 2023년, 원기 108년 3월 3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