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이란의 정체성과 사회상 고발한 스릴러 영화

* 본문에는 영화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어떤 영웅’은 이란의 거장 아쉬가르 감독이 각본을 쓰고 감독한 작품으로 제74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제93회 전미비평가위원회 2관왕(각본상, 외국어영화상), 제33회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3관왕(국제비평가협회 각본상, 국제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 Bridging the Borders상) 등 전 세계 영화제 13개 부문 수상 및 38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오른 한편의 스릴러 같은 영화다.

'어떤 영웅'의 한 장면, 라힘역의 아미르 자디디, 라힘의 연인 사하르 골드스트역 파르크 혼데
'어떤 영웅'의 한 장면, 라힘역의 아미르 자디디, 라힘의 연인 사하르 골드스트역 파르크 혼데

‘어떤 영웅’은 이란의 도시 쉬라즈를 배경으로 빚을 갚지 않아 감옥에 수감 중인 라힘(아미르 자디디)이 연인 사하르 골드스트(파르크 혼데)와 함께 이틀 간의 귀휴 중에 주운 가방 속 금화를 팔아 보석금을 내려다 주인에게 돌려준 후 영웅 대접을 받으나, 예상치 못한 파국을 맞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라힘의 금화를 돌려 준 행동을 교도소는 교도소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불미스런 사고를 덮는 효과로 언론을 이용하게 되고, 의도치 않게 라힘의 평판이 높아지고 영웅대접을 받게 된다.

영화 '어떤 영화'의 한 장면
영화 '어떤 영화'의 한 장면

영웅을 보석시키기 위해 지역 자선단체는 성금을 모으고 자심들의 단체를 홍보하는 효과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그의 평판이 높아질수록 그의 선행이 가짜고 거짓말이라는 주변의 의심은 깊어지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라힘의 사소한 거짓말은 연쇄적인 사건들을 불러일으켜 점차 커다란 파국을 몰고 온다.

영화는 하루 아침에 영웅이 된 주인공 라힘의 선행에 대한 의심이 불러온 일련의 사건을 따라가며, 영웅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단체들, SNS를 통해 불분명한 정보가 습득되고 퍼지는 사회상 등 선행이 몰고 온 겉잡을 수 없는 파국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영화 '어떤 영웅'의 한 장면
영화 '어떤 영웅'의 한 장면

‘어떤 영웅’은 주인공 라힘을 따라가며 라힘의 선행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시간 순으로 순차적으로 사실감 있게 보여주는데, 순진하고 명청한 라힘이 겪는 일들에 대해 관객은 웃음과 실소, 한탄, 분노 등을 통해 라힘의 현실에 깊이 공감하게 되고, 우리 모두에게 언제나 일어날 수도 있는 일임을 깨닫게 한다.

주인공 라힘을 연기한 이란 배우 아미르 자디디는 사리나 파라디 감독이 이란의 제36회 파즈르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를 전격 캐스팅했으며,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보통의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마른 몸을 만들고 자세와 걸음걸이 등을 바꾸는 등 각고의 노력을 거쳐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어떤 영웅'의 한 장면, 라힘역의 아미르 자디디
'어떤 영웅'의 한 장면, 라힘역의 아미르 자디디

아미르 자디디는 순진하고 남의 말을 고지식하게 믿는 멍청하기도 한 보통의 인물을 연기해 우연한 행동으로 예기치 않는 일에 휘말리고, 타인에 의해 휘둘리는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인물을 연기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동정심과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공감하게 한다.

아미르 자디디는 ‘어떤 영웅’으로 제33회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 수상, 이란 하페즈 어워드(Hafez Awards) 최우수연기상 수상, 제14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어떤 영웅'의 한 장면, 라힘의 연인 사하르 골드스트역 파르크 혼데
'어떤 영웅'의 한 장면, 라힘의 연인 사하르 골드스트역 파르크 혼데

라힘의 연인 사하르 골드스트 역으로는 파르크 혼데가 맡아 라힘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함께 겪으며, 라힘을 끝까지 믿고 사랑하며 떠나지 않고 라힘의 버팀목이 되는 역할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과 여운을 남기며,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라힘의 전처 나자닌 역으로는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전작이며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서 씨민과 나데르의 딸 테르메로 분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여자 연기자상)을 수상했던 사리나 파라디가 맡아 라힘을 증오하는 연기로 극중 긴장을 높인다.

영화 '어떤 영웅'의 한 장면
영화 '어떤 영웅'의 한 장면

‘어떤 영웅’은 선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한 한 남자의 딜레마를 펼쳐 보여 준 영화다. ‘어떤 영웅’에서는 금화를 찾아 준 라힘의 선행이 주변인들에 의해 그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상황이 악화되고,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적라나한 모습들을 보여 준다.

‘어떤 영웅’에서는 이어지는 사건 속에서 라힘의 추락뿐만 아니라 라힘을 이용해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교도소장과 직원, 라힘을 취재해 시청률을 확보하려는 언론, 라힘을 초대해 대형 모금행사를 여는 자선단체, 가족, 이웃 등 그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윤리적 난제가 계속 돼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할지를 묻게 한다.

영화 '어떤 영화'의 한 장면
영화 '어떤 영화'의 한 장면

'어떤 영웅’은 장면 곳곳마다 이란 사회를 바라보는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예리한 시선과 문제제기가 담겨있는데, 보석금을 내면 사형을 면제 받을 수 있는 사법 체계, 수감자가 자살하지만 이를 은폐하는 교도소, 많은 절차와 증거를 요구하는 행정 시스템 등 이란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병폐를 직시하고 드러내 이란의 정체성과 사회성을 오롯이 비추는 거울 같은 영화다.

제7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올리버 스톤 감독으로부터 수상하며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36년전이 떠 오른다. 나는 13살이었고 내가 가진 것으로 첫 번째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그 후로 어려움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쓰고 만들어 왔다. 나는 계속해서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직시하려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영화 '어떤 영웅'의 한 장면
영화 '어떤 영웅'의 한 장면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이란의 테헤란 대학교와 타르비아트모다레스 대학교를 거쳐 영화와 연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첫 장편 영화 ‘사막의 춤’으로 제25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과 제48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11년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해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어떤 영웅’에서 우연한 행동이 촉발한 연쇄적인 사건들이 불러일으킨 윤리적 딜레마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휘몰아치는 전개 속 개인,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통렬하게 고발한다.

영화 '어떤 영웅' 포스터
영화 '어떤 영웅' 포스터

아쉬파르 파라디 감독은 해외 매체인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내 모든 영화에서 드라마는 아주 작은 실수에서 나온다”고 밝힌 것처럼, 아쉬파르 파라디 감독은 ‘어떤 영웅’에서 일상 속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 빈틈과 균열을 포착하고, 그 틈새를 파고들며 압도적인 드라마를 창조해 일상 속 서스펜스라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일상속의 빈틈과 균열 다룬 영화 ‘어떤 영웅’은 3월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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