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대웅제약의 500억 원 대 R&D(연구개발) 자금 용도가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8일, 자사주 약 42만 7000주를 모회사 대웅에 처분해 R&D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거래로 대웅은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게 됐고, 대웅제약은 500억 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대웅 윤재춘 대표는 "이번 결정은 최근 2년 연속 국산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등 대웅제약의 미래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보호를 위한 미래성장 가능성 증명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 본사 전경.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 본사 전경. (사진=대웅제약)

일단 대웅제약에서 밝힌 이유는 '3+1', 즉 3개 신약과 자가면역질환치료제 'DWP213388' 임상 1상 등 글로벌 혁신 신약개발과 오픈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투자, 그리고 나보타 신공장 건설이다.

대웅제약이 언급한 3개 신약은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차단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SGLT-2(Sodium-Glucose Cotransporter 2, 나트륨-포도당 수송체 2) 저해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이다.

이들 신약 중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펙스클루와 엔블로다. 이미 시장성을 인정받은 계열의 신약이어서 성과가 보장돼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우선 국산 34호 신약 P-CAB 제제 펙수클루는 월 매출 40억 원을 달성해 연간 약 500억 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고 연 매출 1000억 원 달성을 향해 순항 중이다.

P-CAB 제제는 위식도역류염, 위염 등의 치료제로 사용되던 PPI(Proton Pump Inhibitor, 양성자펌프억제제) 시장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발매 예정인 국산 36호 SGLT-2 저해제 신약 엔블로도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SGLT-2 저해제는 DPP-4(Dipeptidyl peptidase-4, 효소의 일종)와의 병용요법이 주목받으면서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블로의 경우 국내 제약사가 처음으로 개발한 SGLT-2 저해제인데다, 대웅제약이 2018년부터 '포시가'의 종합병원 이하 병·의원의 판매를 전담해왔기 때문에 개발만 하면 빠르게 처방량을 늘려나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포시가는 글로벌 제약사인 BMS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했으며,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출시된 SGLT-2 저해제다.

또, 현재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LG화학의 DPP-4 억제제 '제미글로'는 대웅제약이 판매를 맡아 왔기 때문에 대웅제약과 LG화학이 손을 잡으면 시장에서 빠르게 DPP-4 억제제와 SGLT-2 저해제의 복합제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대웅제약과 LG화학의 제미글로 시리즈' 공동 프로모션은 2030년까지 계약돼 있다.

참고로 엘지화학은 이미 제미글로과 다파글리플로진의 복합제인 '제미다파'의 국내 품목허가를 지난해 6월 획득한 바 있다.

이밖에 세계 최초 신약(First-in-class)으로 개발 중인 베르시포로신은 지난해 미국 FDA(식품의약국) 패스트트랙에 지정됐으며, 글로벌 임상 2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나보타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FDA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이 약 80% 성장하며 글로벌 수요를 맞추기 위한 생산 증대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웅 입장에서는 거금을 집행하는데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결정 이유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해 온데다, 이미 상당액의 R&D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만큼 굳이 더 많은 R&D 투자가 급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대웅제약의 연결 기준 R&D 투자비용은 매년 약 15% 정도로 2019년 1405억 원, 2020년 1445억 원, 2021년 1758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만 1000억 원 이상 올린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더 많은 R&D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대웅제약은 2021년 이후로 2년 연속 신약 개발 성공이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0.1% 증가한 1조 1613억 원, 영업이익은 11% 상승한 1060억 원, 당기순이익은 123.9% 오른 801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같은 영업이익은 R&D 비용을 집행하고도 남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대웅이 굳이 R&D 비용 지분을 매입하면서까지 대웅제약의 R&D 비용을 확보한 이유는 투자한 비용 이상으로 추후 더 많은 매출을 일궈낼 수 있다는 자신감, 즉, '승산이 확실한 도박'에 대한 '딜'(deal)로 해석 가능하다. 매출이 늘어날 수록 대웅제약 주가는 오를 것이고, 배당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 측은 이번 R&D 비용 확보로 더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투자를 통해 확보한 노하우를 활용, 투자한 만큼의 결과물을 뽑아낼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최근 국산 신약인 펙수클루와 엔블로 개발을 연이어 성공하며, R&D 역량을 속속 증명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을 통해 후속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뿐 아니라 나보타의 글로벌 시장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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