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계곡 덕동,옥전 축구장 100개 면적 싹쓸이..계곡이 위험하다 '경고'
1ha 당 벌채수입 280만원, 조림,육림비용 1733만원, 최소 1453만원 '손해'
제천시, 경제성 없는 벌채를 목조생산 세외수입 확보 사업으로 '포장'
목재친화도시선정...앞으로 계속 싹쓸이 벌채 하겠다는 것

[기획=뉴스프리존]박종철 기획취재본부장=제천시가 지난 2018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백운면 덕동리 덕동계곡과 봉양읍 옥전리 노목계곡을 둘러싼 시유림 65.3ha(=197,532평)의 면적에 대해 싹쓸이 벌채했다. 4년 동안 두 지역에서 이뤄진 벌채는 축구장 약 100개 면적에 달한다. 

상공에서 보면 마치 대형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참상의 흔적처럼 벌거벗은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싹쓸이 벌채 이후 조림을 했다고 하지만 온전한 숲의 모습을 갖추려면 앞으로 수십년은 걸려야 할 듯하다.

싹쓸이 벌채는 말 그대로 일정한 구역을 정해 그 구역내의 모든 수목을 다 베어버린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으로 공식명칭은 '모두베기'다. 숲가꾸기와는 기본 개념부터가 다른 산림행정이다. 

대체 이런 싹쓸이 벌채를 왜, 무엇때문에, 무엇을 위해 벌이고 있는 걸까?

제천시는 벌기령이 지난 입목수확으로 세외수입 확보 및 우량수목 조림, 수종갱신을 통한 산림기능 증진 등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운다.

또 앞으로도 이러한 시유림 싹쓸이 벌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관내목재산업을 안정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과연 제천시의 이러한 싹쓸이 벌채가 관내목재산업 안정과 세외수입확보라는 선진산림행정을 구현하는 제천시 효자사업인지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편집자 주]

싹쓸이 벌채로 울창한 숲은 민둥산이 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적자사업이 '세외수입확보'로 포장

제천시는 덕동리, 옥전리 일원 제천시유림 싹쓸이 벌채 목적의 첫번째로 벌기령이 지난 입목 수확으로 세외수입확보라는 명분을 제시한다.

제천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제천시는 2018년부터 2020년 4월까지 백운면 덕동리 산 40, 산 92-1, 산 120-1 및 봉양읍 옥전리 산 81-1 등 5개 구역에 모두 51.8ha(=156,695평)의 면적에 대해 입찰을 통해 걷어들인 수입은 모두 1억4524만8천원으로 1ha당 280만원꼴이다. 축구장 70개에 해당하는 산림을 초토화 시키고 벌어들인 수입이다. 

그렇다면 이 벌채지에 다시 나무를 심어 벌기령에 도달할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산림청 고시에 따르면, 1ha 조림비용은 2022년 기준 983만원, 조림 후 30년 동안 풀베기+어린나무 가꾸기+가지치기+속아 베기+산물 수집(베어낸 잔가지와 나무 정리) 등의 육림비용으로 약 750만원 등 1ha당 조림+육림비용으로 최소한 1733만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토사붕괴 방지 등의 부대비용까지 계산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산림청 고시 금액대로라면 제천시가 덕동, 옥전 일대 51.8ha를 벌채해 벌어들인 수입은 1억4524만8천 원인데 반해, 이 벌채지에 조림 및 육림에 투입해야하는 금액은 8억9769만4천 원으로 수치상 7억5244만6천 원이 손해이고 1ha 당 1453만원씩 적자사업인 셈이다. 

한편, 제천시가 본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ha당 조림비용+육림비용은 약 940만 원으로 산림청 고시 금액과는 무려 786만원이 적다. 제천시의 산림행정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제천시는 1ha당 조림비용 약 290만 원, 육림비용으로 약 650만 원을 책정하면서, 육림비용으로는 3년간 풀베기 매년 1~2회 실시하는 비용만을 계상하고 어린나무가꾸기, 가지치기, 속아베기, 산물수집 등의 비용은 육림비용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림청 고시 육림비용과 다른 이유다. 

그런데도 제천시는 앞으로도 계속 이와 같은 싹쓸이 벌채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세외수입을 확보하겠다고 선포하고 있다. 싹쓸이 벌채를 할수록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무려 5배에 달하는데도 싹쓸이 벌채로 산림을 초토화 시키는 짓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한 술 더떠 제천시는 풍부한 입목과 국내 최초 목재산업단지 등 시설 보유를 강점으로 내세워 목재친화도시 공모사업에 선정됐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국·도비 32억 원(국비 25억원, 도비 7.5억 원)을 확보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총 사업비 50억 중 국·도비 32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18억 원은 제천시가 부담해야 한다.

이 사업비는 제천시 시유림을 계속 싹쓸이 벌채하고 이를 통해 생산되는 목재로 벤치, 가로등, 버스정류장, 휴게공간 등의 편의시설을 조성하는데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벌채 후 소요되는 조림 및 육림비용에는 또다른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산림행정이 아닐 수 없다.   

제천시는 목조친화도시 선정을 기화로 2026년까지 목재친화도시를 만들겠다고 선포하고 있는 바, 이는 결국 앞으로 제천시의 산림을 더 싹쓸이 벌채를 하겠다고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천시는 목재친화도시선정을 기화로 제천시 산림을 벌채해 생산한 목재로 목조편의시설을 만들겠다고 한다. 산림을 초토화 하면서 얻은 목조가 친환경이라니..(사진=제천시 제공 조감도)

싹쓸이 벌채, 계곡이 위험하다.

싹쓸이 벌채가 이뤄진 지역은 제천의 대표적인 덕동계곡과 노목계곡이 굽어 흐르는 곳으로 여름철 전국에서 계곡피서인파가 몰려드는 제천의 대표적인 명소들이다. 울창한 숲에서 발현되는 풍부한 수량과 맑고 시원한 계곡수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두 계곡에서 싹쓸이 벌채 후 계곡수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산림관계자들 및 주민들은 계곡수가 줄어드는 이유로 싹쓸이벌채를 지적한다.

숲이 사라지면 빗물은 건천수가 되어 일시에 계곡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빗물을 머금을 수 있는 그릇이 없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즉, 숲이 울창해야 빗물을 담고 있다가 서서히 계곡으로 흘러내리게 되는데 일시에 빗물이 빠져버리기 때문에 장마가 지나면 계곡으로 흘려보낼 물이 없기 때문에 계곡물이 마른다는 논리다.

또 싹쓸이 벌채가 되면 그 일대는 민둥산이 되어 여름철 장마시 빗물이 직접 토사를 강타해 토사가 붕괴되면서 빗물이 토사와 함께 일시에 계곡으로 유입되어 홍수를 불러오는 재앙을 맞게될 것도 경고한다. 실제 덕동계곡과 노목계곡에서 싹쓸이 벌채 이후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산림관계자들은 "집중호우로 인한 토사붕괴와 홍수를 막기 위해선 벌채지 경사면에 사방댐을 건설하는 등의 부대공사가 필수적이다. 벌채 후 조림 및 육림비용 외에 사방공사에 투입되는 비용은 결국 정부 지원이든 제천시 자체 예산이든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면서 "싹쓸이 벌채는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경제성도 없는 백해무익한 것인데, 여기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붇는 것은 바보짓이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제천시는 왜 하필 이러한 천혜의 계곡을 형성하는 숲을 대상으로 싹쓸이 벌채를 벌이고 있는 걸까? 인근 단양군은 계곡보호 차원에서 계곡 인접 지역의 벌채는 대상지로 하지 않고 있다.

제천시는 '산림기능 증진을 위해 지속가능한 목재생산으로 관내목재산업을 안정적으로 육성하고 지속적인 벌채·조림·숲가꾸기 육림사업을 통해 산림자원의 순환경제체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싹쓸이 벌채목적과 이유를 설명하면서 싹쓸이 벌채로 인한 자연환경파괴, 관광자원소실, 마이너스 경제성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덕동계곡은 제천의 계곡명소다. 풍부한 물과 자연으로 여름철 전국의 많은 피서객들이 몰려드는 곳이다(사진=덕동계곡 자료사진)

싹쓸이 벌채 후 조림 수종..목재생산 목적과는 멀어 

2022년 말부터 올해 3월까지 벌채중인 옥전리 산 81-1 구역 13.5ha에 대한 입찰가는 1ha당 2100만 원이다. 이는 기존 덕동리, 옥전리 5 구역의  51.8ha의 입찰가를 다 합친금액과 맞먹는다.

제천시는 이 구역의 수종은 목재값이 비싼 낙옆송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대한민국 산림에서 가장 경제성 있는 나무는 낙엽송이다. 다른 나무들이 펄프와 합판, 펠릿용으로 값싸게 팔리는 것에 비해 낙옆송은 목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산림경영의 수익성분석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30년 키운 낙엽송 1ha의 값은 1848만 원이다. 옥전리 산 81-1 구역의 1ha당 입찰가가 2100만 원으로 높이 책정된 이유다.

그런데, 제천시는 2019년 벌채한 덕동리 산 120-1에는 자작나무, 마가목을, 옥전리 산 81-1에는 화박상수리나무, 우산고로쇠나무를, 2020년 벌채한 덕동리 산 40에는 소나무, 상수리나무, 헛개나무를 심었다. 올해 벌채 중인 옥전리 산 81-1 지역에는 자작나무를 조림할 예정이다.

목재생산을 통해 목재친화도시를 만들겠다는 제천시의 목표대로라면 벌채 지역에 낙옆송을 심어야 할 것인데 목재생산에 도움이 안되는 자작나무 등을 심은 것은 의외다. 특히 목재친화도시로 선정된 이후 조림예정 지역인 옥전리 산 81-1 지역에도 자작나무를 심을 예정인 점은 더 의외다. 

2019년 벌채지인 덕동리 산 120-1 지역 11ha에 자작나무·마가목의 조림비용은 3877만 원으로 2020년 벌채지인 덕동리 산 120-1 지역 11.4ha에 낙옆송을 조림한 비용은 2619만 원으로 오히려 낙옆송을 조림한 비용이 같은 면적 대비 1200만 원 가량 낮다.

목재친화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제천시의 산림행정이 철저한 분석과 계획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다.

목재친화도시로 선정, 환영할 일 아니다

제천시는 목재친화도시 선정 이유로 제천시 면적의 73%가 산림이고, 낙옆송이 주를 이루는 천혜의 목재생산도시라고 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제천시가 아닌 강원도의 시·군이 선정되야 했을 것이다.

내 지역의 산림을 싹쓸이 벌채를 통해 파괴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 '목재친화도시선정'이 환영하고 자랑할 일일까?

지난 2일 제천시는 남성현 산림청장이 제천을 방문해 “숲으로 잘 사는 산림르네상스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주제의 특강은 숲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보다 산림을 인간친화적으로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남성현 산림청장은 "숲은 우리의 미래생명자원으로서 기후변화 적응, 산림생물 다양성 보전과 이용 측면에서 산림경영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제천시가 선도적인 산림행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에 감사한다"고 했다.

결국 제천시가 지속적으로 산림을 싹쓸이 벌채해 목재를 생산하는 행정을 두고, 산림경영의 모범적인 도시라고 치켜세운 것이다. 산림보호와 육성을 진두지휘해야 하고 있는 산림수장으로서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제천시는 산림정책 및 산림행정에 대해 보다 진지한 고민을 해야할 듯 하다. 제천시의 미래 희망은 자연을 파괴하면서 생산을 도모하는 것에 있는게 아니라 자연을 보존하면서 그 가치를 높이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 덧붙이는 말 : 제천시가 추진하는 시유림 싹쓸이 벌목과 관련해 환경피해, 입찰, 조림, 육림 등의 문제점 제보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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