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이전과 달리 현대의 대중들은 텍스트보다 이 미지를 주로 접하고, 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 달하는 매체를 통해 세상과 만난다. 사람들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SNS(Social Network Service) 열기는 정치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시는 본질적으로 쉽게 씌어지는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면서 ‘20세기 최고의 시인’으로도 일컬어지는 파블로 네루다(1904∼1973)가 1964년 발표한 대표작 ‘시’도 시 창작이 쉬운 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숙명적 사실을 보여주는 예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고 시작해 ‘그리고 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정현종 번역) 하고 끝난다. 그렇기에 짧은 시간 안에 눈길을 사로잡는 즉각적인 느 낌과 반응은 더욱 중요시된다. 짧지만 강렬하고 전달력이 확실한 이른바 ‘SNS 시’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SNS 시’를 과연 문학의 한 갈래로서 인정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그러나 이젠 SNS가 정치인들의 메시지를 직접 국민에게 전달하는 또 하나의 통로로 자리 잡으며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게 됐다. ‘시’의 사전적 의미는 ‘자연적이거나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압축적이고 운율이 있는 언어 로 표현한 글’이다. 따라서 사전적 의미로 본다 면 어느 광고의 카피라이트도 충분히 시적인 의 미로 와 닿을 수 있고, 친구들끼리의 말장난도 시로 정의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시라고 하지 않는다. 시는 그 안에 심오 한 뜻을 함축하고 있어야 하는데, ‘SNS 시’들은 너무 가볍고 일상적인 언어라서? 아니다. 일상 의 언어로 서술된 시는 이전부터 많았고, 그 일 상의 언어가 참신한 의미를 가지는 시 또한 무 수히 많다. 그렇다면 지금의 ‘SNS 시’와 기존의 작품은 무엇을 통해 구분될까.

사실 우리가 읽고 있는 ‘SNS 시’의 새로움은 미디어 부분에 있다. 어떻게 소비되느냐, 혹은 무엇에 의해 소비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SNS 라는 ‘새로운 매체’에 담긴 시라는 것이 핵심이 다. 그런데 매체의 새로움에 부응하는 형식적, 내용적 새로움이 ‘SNS 시’에서는 아직 발견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SNS 시’와 마찬가지로 짧 게 시를 쓰는 ‘단시’도 원래 있었다. 언어유희나 문장의 기교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형태 자체는 이전부터 있어왔던 것이다. 다른 종류의 새로움 없이 단순히 종이에서 스마트폰 화면으로 옮겨 간 것을 두고 ‘새로움’이라 표현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포장지만 새로 바뀐 상품을 두고 새로운 상품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글의 독립성과 희소성에서도 차이가 있 다. 기존의 작품들은 독립성과 희소성을 인정받 아 글을 보호받는다. 그러나 ‘SNS 시’는 그 특성 상 저작권의 경계가 모호하여 상업성을 띠기 더 욱 쉬워진다. 기존 시인들의 문장을 교묘히 바꿔 본인의 글인 냥 자신의 SNS에 게재하고 출판까 지 하는 일은 이미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훤 시인은 이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서 ‘어렵게 견딘 한 시절의 팔과 다리와 불면과 기후를 전부 잘라내서 훔쳐가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 시는 숭고하고 절대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쓰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시 속에는 기발하고 재치 있는 글재주의 매력과 더불어 오랜 성찰의 아름다움도 있다는 것 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문학은 시대의 등불이라는 말이 있듯, 여태까지 우리가 오래도록 읽어온 문 학은 단지 뛰어난 언어적인 감각과 문장의 기교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간 수많은 작가와 시인들이 글로써 외치고, 싸우고, 지켜낸 것. 혹은 새롭게 일궈낸 것. 이러한 문학의 역사와 가치는 지금의 ‘SNS 시’에서 느끼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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