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올 때 앞이 안보일 정도...출고시부터 전조등 불량 등 호소 잇따라
송풍구로 수산화알미늄 가루 분출...폐섬유증, 기흉 유발 등 위험 노출 지적도
경찰청 구매문제인가, 제조사의 납품문제인가 '시비' 논란 일듯

[이슈초점=뉴스프리존]= 박종철 기획취재본부장

"나라의 온 갓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깡통차량을 타고 다니라니..., 돈이 없어서 깡통등급을 요구한 건지, 제조사에서 깡통으로 보급한건지..,. 순찰차가 오토바이 만도 못하다니..., 야간 비올 때는 앞이 안보일 정도로 위험하다..., 송풍구에서 독성 '에바가루'분출 이게 무슨일..."

경찰청 내부망 직원전용 게시판에는 19년식 신형 순찰차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문제를 호소하는 내용들이다.  전국의 일선 경찰관들은 새로 보급된 순찰차를 일명 '깡통차'라고 부른다.

현대자동차가 풀체인지로 신규개발하여 2019년 출시한 소나타를 경찰청이 2019년부터 중형순찰차로 보급한 후부터 일선 경찰관들로부터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신형순찰차에 대한 불만사례다.

내용도 전조등 밝기, 상향등 점등 불능, 기어전환 불량, 인체유해물질 배출 등 다양할 뿐더러 불편과 위험성을 지적하는 양태도 다양하다.

경찰청(사진=연합뉴스)

일반 대중 보급차량에 비해 순찰차로 보급된 차량이 기능과 성능 모든면에서 형편없다는 내용이 끊임없이 경찰청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2019년 이후 새로 보급된 순찰차가 이전 구형 순찰차에 비해 성능과 편의성 등이 떨어진다는 혹평 일색이다.

한 게시글에서는 송풍구로 수산화알루미늄의 가루가 분출돼 이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폐섬유증, 기흉 등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례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제조사에 자체조사를 의뢰해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했다. 경찰 자체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정밀 감식을 통해 밝혀내야 할 중대한 사안을 제조사 측 자체조사에 맡겨 놓았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다.

또 경찰청은 전조등 등의 기능문제에 대해서도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나 블루핸즈에 방문해 해당 차량의 점검 및 보증수리를 받으라는 답변 외에 현상을 파악, 점검해 신속한 A/S 조치하겠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서비스나 A/S를 받는 것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순찰차로 보급하는 차량은 일반차량에 비해 기능, 성능이 높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일반 보급차량 보다도 기능, 성능이 떨어지는 깡통차량을 공급한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한다.

경찰청이 '깡통등급'으로 요구한 것인지, 아니면 제조사가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위반해 '깡통등급' 차량을 보급한 것인지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이 순찰차의 성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순찰기능을 강화하고자 보급했던 신형 순찰차가 오히려 순찰기능의 저하를 가져오고 있다는 얘기다.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실력있고 당당한 경찰, 국민이 신뢰하는 안심공동체'라는 표어가 있다.
그런데 정작 일선 경찰관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안심할 수 없는 임무에 임하고 있다.

# 전조등 품질과 기능 등의 문제

먼저 경찰청 내부망 게시판에 게재된 조도(라이트밝기)에 대한 문제점을 보면 순찰차의 순기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순찰차의 생명은 야간 순찰인데, 기본적으로 조도가 너무 약하고(기존 아반떼 차량보다 조도가 낮음) 상향등까지 불가하여 순찰에 어려움이 많다"

"새로 교체된 차량의 라이트가 일반차량의 라이트보다 조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상향등은 아예 작동이 되지않는다. 정비소에서는 처음부터 밝기가 떨어지는 것 같고 상향등은 아예 부품이 빠져서 장착된 상태로 출고된 것 같다고 한다"

"거의 미등 수준의 전조등이다. 조도(밝기)가 너무 낮아서 가로등 없는 골목길에서는 거의 기어다닌다. 야간 비올 때 주행해 보면 앞이 안보일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전조등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의 경찰순찰차에 보급된 소나타 DN만 그런것 같다"

"국민들은 경찰장비를 최첨단 장비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순찰차 하나만 봐도 최저급 깡통모델로 지급해 주는 것을 국민들이 알런지..."

2019년 출시된 소나타DN, 그런데 일반에 보급된 차량의 전조등 조도와 순찰차로 보급된 전조등의 조도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왜 같은 년식 같은 모델인데 차이가 나는걸까? (사진 좌측이 일반차량이고, 우측이 순찰차량)

경찰청 내부망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들 중 전조등의 조도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일부다. 2019년부터 새로 보급된 순찰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신형 순찰차의 전도등 조도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전조등의 설치 및 광도기준을 자가인증한 제품이다'고 해명했다. 말하자면 법률상 조도 기준 인증을 받은 정상적인 제품으로 차량 출고기준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순찰차 출고 시 검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현장경찰관들의 안전한 운행을 위한 경찰차량 전조등 옵션 상향 관련 예산을 증액해 나가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경찰청 해당 부서 관계자는 "많은 경찰관들이 제기하고 있는 전조등의 조도 불량문제는 전수조사 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조만간 LED전조등으로 교체할 방침이다"고 전조등의 조도 문제를 사실상 시인했다.

결국 경찰청은 2019년 신형 순찰차를 보급하면서 대상차량에 대한 기능과 성능을 철저히 검사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듯' 뒤늦게 문제해결에 나섰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 참고로 2019년 보급된 중형순찰차(소나타DN)의 프로젝션 헤드렘프 보증수리기간은 2년/8만km로 이미 보증수리 기간이 경과됐다.

일선 경찰관들은 지난 3년 동안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순찰차로 힘든 순찰활동을 해 왔고, 지금 이 시간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전조등 차량을 몰고 순찰과 범인 검거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보다 신속한 조치가 요구된다.

또 신형 순찰차의 전조등은 출고 당시 부터 상향등이 작동 되지 않아 순찰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내부망 게시판에는 "신형 순찰차는 LED전조등 대신 저등급의 프로젝션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상향등이 점등되지 않는다. 계기판에는 점등표시가 들어오지만 실제로는 점등되지 않는다. 블루핸즈에서 전류확인을 해 보니 상향등 자체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프로젝션등이 상향등을 지원하는 부품이 아니거나 오류일 가능성이 있다. 블루핸즈 측에 A/S를 의뢰하니 소모품이라 무상교환이 안된다고 한다"는 등의 내용이 즐비하다. 

주로 2019년 11월 보급된 직후인 2020년 초부터 올라온 문제점을 호소하는 내용들이다. 내용을 취합해 보면 순찰차 전조등의 상향등이 출고 당시부터 아예 작동 불능 상태로 보급됐다는 얘기다. 

만약 제조사측의 실수나 오류로 상향등 점등 불량이 확인되면 당연히 설치되어야 할 의무장착품을 누락한 것이므로 이는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위반한 것이 된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제조사에 관련부품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제조사 측이 스스로 문제를 인정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경찰관은 "만약 납품단계부터 상향등(주행빔)지원불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납품되었다면, 당연히 제조사에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아직도 근본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또한 2019년 보급 직후부터 지적됐던 내용이지만 이후 전수조사 등의 조사가 및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독성의 수산화알루미늄 분출 문제

신형 순찰차로 보급된 소나타DN은 전조등 등의 기능성 문제뿐 아니라 에어컨 및 히터가 나오는 송풍구로 '에바가루'가 분출됐다는 내용도 보고 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에바가루'의 공식명칭은 수산화알루미늄으로 장기 노출시에는 기종, 기흉, 뇌병증, 폐병변, 뇌기능 저하, 심혈관 질환, 치매유발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유독한 물질로 일본 도요타자동차에서 같은 문제가 불거져 전 차종을 즉시 리콜시키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을 정도로 심각한 독성물질이다.

먼지의 형태로 수산화 알루미늄 분진을 매일 1~2g 이상 흡입한 가공 공장 노동자에게서 심각한 폐질환이 일어났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의 심각한 유해물질이다.

과거 현대, 기아차 차종에서 모 회사의 공조기가 장착된 차량에서 정체불명의 흰 가루가 에어컨으로부터 날리는 사건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지만, 현대자동차는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었다.

그런데 2019년 새로 보급된 신형순찰차에서 '에바가루'가 나왔다는 것은 그 동안 문제가 되었던 공조기를 규제없이 그대로 사용했다는 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 특히 하루종일 순찰차를 운행하는 경찰관들이 독성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 제기 당시 경찰청은 "제조사에 시료분석을 통해 에바가루로 확정될 경우 대상차량을 전량 A/S조치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특히 그동안 '에바가루'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는 제조사 측에 시료분석을 하도록 해 그 결과를 보고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애초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일선에서 책임지는 경찰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상습적인 위험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편, 경찰청은 2019년 11월 기존 순찰차의 연한이 다하자 조달청 경쟁입찰로 선정된 현대자동차 신형 소나타(DN8) 908대를 전국에 보급했다.

경찰청은 뉴스프리존 보도 이후 '에바가루'와 관련, 문제가 나온 후 즉시 전수조사를 실시하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검사를 의뢰한 결과 알루미늄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알려왔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