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는 유보통합 선도 지역으로 적절치 않아
- 대전교육청은 타 교육청 대비 열악한 여건, 선도교육청으로 부적격
- 유보통합은 30년 동안 해결 못한 국가적 과제, 신중하게 접근해야

[대전=뉴스프리존] 이현식 기자= 대전교사노조는 대전시가 유보통합 선도 지역으로 적절치 않으며, 대전교육청은 타 교육청에 비해 열악한 여건, 선도교육청으로는 부적격하다는 입장의 성명을 24일 밝혔다.

대전교사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전교육청의 상황과 여건의 선도적 유보통합 추진에 부적격하다고 판단된다며,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선정과 관련해 시교육청은 현장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며 신중한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대전교사노조가 24일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대전 교육청의 신중한 결정을 요구한다"라는 성명을 밝혔다.(사진=대전교사노조)
대전교사노조가 24일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대전 교육청의 신중한 결정을 요구한다"라는 성명을 밝혔다.(사진=대전교사노조)

다음은 대전교사노조 성명 전문

1. 교육부는 올해 1월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와 함께 출생부터 국민 안심 책임교육·돌봄 실현을 위한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교육·돌봄 격차완화 과제를 수행하는 ‘2023년 유보통합 선도교육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유보통합 선도교육청은 오는 2025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관리체계 일원화에 앞서 지역 차원에서 시·도교육청과 시·도가 협업해 아이들의 격차 없는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과제를 선제적으로 발굴·지원하게 되는데 선정위원회 심사를 통해 추진 의지와 역량이 높은 시·도교육청을 선도교육청으로 오는 5월 선정한다.

2. 이와 관련 대전시교육청의 상황과 대전시 여건은 선도적 유보통합 추진에 매우 부적격하다고 판단됨에 따라 대전교사노조는 대전교육청에 현장의 의견 충실히 반영하고, 여건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3. 유치원 알리미 정보공시지표(2022년 2차)에 따르면 대전은 타시도에 비해 유아교육기관의 민간 의존 비율이 가장 높다. 대전시 공립 유치원은 105개, 사립 유치원은 150개로 비슷한 인구수를 가지고 있는 광주와 비교해봐도 (광주는 공립 유치원이 136개, 사립 유치원은 152개) 공립 유치원에 비해 사립유치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또한 전국 시도별 공립 유치원과 사립 유치원의 비율을 비교해 봐도 부산(1.87), 대구(1.82)에 이어 대전은 1.4로 전국 비율 0.79에 크게 웃돈다. 이는 공립 유치원에 비해 사립 유치원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여기에 대전시 어린이집 1101개까지 더해지면 공립과 사립 그리고 민간 기관 간의 불균형이 더 심각해진다.

따라서 대전은 공립과 사립, 민간의 균형 있는 통합 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선도적 유보통합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4. 유보통합은 학교시설 관련법에 맞지 않는 민간교육기관의 시설 개선, 교사 자격 차이에 따른 교육비 지원 등 상당한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런데 대전시와 교육청은 2023년부터 공·사립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만3~5세 유아 2만 3000여 명에게 1인당 평균 13만원씩, 총 269억 원의 유아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어린이집의 경우 전액 시비로 관내 어린이집 유아 8518명에게 원아 1인당 월 9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이에 따른 내년도 예산은 76억 7000만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유아교육비 외에 시와 교육청에서 추가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이미 상당한 예산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선도 교육청으로 선정이 되면 대전시와 교육청의 재정에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기존 예산을 삭감하여 유보통합 사업에 충당하는 부작용이 충분히 예상된다. 따라서 선도교육청으로 선정되었을 때 필요한 예산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5. 대전시 사립유치원 2급 정교사 비율은 6.6으로 전국 평균 5.7보다 높고, 1급 정교사 비율은 2.0으로 전국 평균 2.7보다 낮은 형편이다.(유치원 알리미 정보공시지표(2022년 2차)) 이는 2급 정교사를 교육하여 1급 정교사로 자격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과 비용이 타시도에 비해 이미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민간 기관의 보육 교사 교육 지원까지 더해지면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다. 현재 넘어야 할 산도 많은 형편에 유보통합까지 선도하게 된다면 이는 지나친 욕심일 뿐만 아니라 교육 예산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소지가 다분하다. 

6. 대전교육청이 유보통합 선도교육청으로 부적격한 가장 큰 이유는 교육청의 유아교육 지원 인력 부족에 있다. 전국 유치원 수와 초등 학교 수에 따른 교육청 행정조직 규모를 비교해보면 학교 수 대비 행정 인력 비율이 대전은 2.11로 광역시 중 꼴찌이며 전국 평균 비율 4.04의 절반을 살짝 넘는 수준이다.

이는 다른 타시도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한 형편임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준다. (출처: 유아교육 지원체계 강화를 위한 시도교육청 행정조직과 기능개선 방안 연구, 문무경 외, 2022) 이렇게 열악한 여건 속에서 유보통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선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또한 유치원 교원수와 초등 교원수에 따른 교육청 행정조직 규모를 따져봐도 부산은 0.98, 광주 0.93, 대전은 0.56으로 광역시 중 하위권이며 전국 평균 0.58 에도 못 미친다. 실제로 교육청의 유아교육 지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며 교사들 역시 업무 과중으로 지칠 대로 지쳐있다. 현 상황부터 해결해야 할 시점에 국가적 과제를 떠안는 것은 당치 않으며 유아 교육의 질도 보장할 수 없다. 

7. 유보통합은 시도별로 좋은 모델을 내놓는 경쟁사업이 아니다. 좀더 나은 여건과 환경이 갖추어진 곳에서 선도적으로 운행하고 개선 사항을 마련한 뒤 타지역이 모델링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파행적인 운영을 막을 수 있으며 유아 교육 환경이 무너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유보통합의 목적인 ‘모든 유아에게 교육의 공공성, 동등한 출발선을 보장’할 수 있다.

지역 형편과 여건을 먼저 살피고,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어본 후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에 교육부의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선정과 관련한 대전시교육청의 엄중한 판단을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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