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여권과 검찰, 그리고 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는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KT의 차기 회장 선출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앞선 22일, 윤경림 후보는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사진에게 "더는 버티기 힘들다.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지만, 이사진은 윤 후보에게 "회사를 생각해야 한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KT 이사회는 23과 24일 연이어 간담회를 열어 사의 철회를 설득했으나 윤 후보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사퇴가 결정되면 주총에서는 윤 후보 대표이사 선임의 건은 의안에서 제외되며,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자동으로 폐기된다.

윤 후보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대표 선출 문제로 5개월째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KT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구현모 현 대표가 외풍으로 연임을 포기하고 이후 이사회에서 새로 낙점받은 윤 후보까지 끝내 사퇴하면 대표 대행 체제가 불가피하다.

당초 대표이사 선임 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던 오는 31일 정기 주주 총회 전까지 새 후보를 찾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내부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다수 노조인 KT 노조는 30일로 예정됐던 대의원 대회 일정을 29일로 하루 앞당겨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소수 노조인 KT 새노조는 주총 당일 경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T 본사 (사진=연합뉴스)
KT 본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파행의 원인은 정치권, 특히 여권의 관여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일 전·현직 임원으로만 채워진 차기 대표 후보 면접 대상자 4명의 명단이 공개되자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 등의 거친 말로 맹비난했다.

검찰과 경찰을 향해서는 "KT 구 대표와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특히 구 대표와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윤 후보에 대해서는 구 대표의 '아바타'라고 지목하며 논란을 키웠다.

민간 기업의 대표 선임 문제와 관련해 소관 상임위의 여당 의원들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공개 비판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그리고 정치권의 움직임을 그대로 받아들여 움직이는 국민연금과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KT의 2대 주주 현대자동차그룹 등도 부정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윤 후보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KT의 지분구조는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10.35%로 가장 많고, 현대차그룹 7.79%, 신한은행 5.58%, 기타 18.58%, 소액주주 57.36% 우리사주조합 0.34% 등으로 이뤄져 있다.

사실 윤 후보의 선임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국ESG평가원은 앞선 22일, "KT는 CEO 후보군 선정부터 최종 후보 확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후보 선출 절차의 공정을 기했다"며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ESG평가원 손종원 대표는 "이번 대표이사 선정 과정의 여러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선례를 만들길 기대한다"며 "KT 이해관계자 중에는 이번 CEO 후보 선정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경영의 안정성을 위해 KT 이사회가 고심 끝에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 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연구소도 윤 후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이 같은 상황이기에 정치권의 압박으로 대기업이 흔들리는 모습을 두고 업계에서는 불안한 눈초리로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소위 주인 없는 기업들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위해 여권이 전방위로 움직이는 모습"이라며 "투명해야 할 회사 경영에 정부의 움직임이 반영되는 것은 KT 주주들, 그리고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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