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독도에 있을 때, 언젠가 이무라(井村)상한테 이런 편지를 써야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날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온 것 같습니다.

지난달 말 일본은 고교학습지도요령에 영토와 안보를 교육하는 ‘공공(公共)’과목을 신설하고 독도를 ‘일본 땅’으로 가르치겠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뉴스를 접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런 날조한 내용으로 자국민들을 호도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유포해도 되는가하는 생각에 이 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무라상, 평범한 대부분 일본 사람들은 ‘독도문제는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평화선을 선언하여 독도를 불법 점거하므로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말한 적이 있지요. 때문에 독도는 한일간 분쟁지역이 되었으며, 이런 맥락에서 센카쿠, 쿠릴과 함께 일본이 지켜야 할 땅으로 알고 있다고 했지요.

과연 그것이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독도는 센카쿠, 쿠릴과 전혀 다른 상황이며 독도는 분쟁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 독도 전경/사진제공 전충진

먼저 센카쿠와 비교하여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센카쿠는 일본 오키나와로부터 170km, 대만으로부터 170km 떨어져 있는, 댜오위다오 등 5개 무인도와 3개 암초로 이루어진 열도를 말하지요. 이들 섬은 애초 대만에 부속된 중국 영토지만 1895년 청일전쟁 이후 일본이 대만 점유와 함께 오키나와에 편입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1945년 종전 후 미국이 위임통치하다가 1972년 미국이 오키나와와 함께 일본에 반환했지요. 이에 중국과 대만은 센카쿠가 청일전쟁 이후 무력에 의해 점령된 영토이므로 반환하라는 것이고,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은 땅이니 내줄 수 없다고 해서 분쟁을 겪고 있는 것이지요.

또 하나, 쿠릴도 그렇습니다. 지금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러시아 캄차카반도와 일본 홋카이도 사이에 있는 에토로후, 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4개 섬이지요. 이 섬은 최초 아이누족이 살던 곳으로 러시아와 일본이 18세기 이후 탐사를 시작했다지요. 이후 이 섬들에 대한 영유권이 문제가 되자 두 나라는 1875년 사할린은 제정 러시아가 갖기로 하고 쿠릴열도 섬은 일본이 지배하기로 합의하지요. 1945년 일본이 패전하자 러시아는 쿠릴열도 4개 섬에서 일본인을 추방하고 점령하기에 이르렀죠. 일본은 1951년 홋카이도 쪽에 있는 시코탄과 하보마이 2개 섬에 영유권 주장하고, 1956년에는 일소 공동선언을 통해 2개 섬을 돌려받기로 합의한 적이 있지요. 그러다가 냉전시대로 접어들어 1960년 일본이 미국과 안보조약을 맺자 이에 반발한 러시아가 반환을 취소해버립니다. 이에 일본은 지금까지 4개 섬 모두를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지요.

이무라상, 대략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만 센카쿠와 쿠릴은, 설령 침략에 의한 것이지만, 중국․대만 또 러시아와 각각 소유권을 주거니 받거니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독도의 경우는 이들과 전혀 다릅니다. 일본은 유사 이래 독도에 대해 소유권을 가진 적이 없으며 우리나라 역시 독도에 대한 일본의 권리를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일본은 1693년 안용복의 도일로 ‘울릉도쟁계’가 발생하자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영토임을 확인하고, 서쪽 해안의 어민들로 하여금 건너가지 못하도록 도해금지령을 내렸습니다. 1870년에는 부산 동래에 외교사절을 보낼 때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영토가 된 시말을 알아오도록 지시하고 그 문서를 남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1877년 일본이 지적조사를 할 당시 국정최고기관 태정관은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과 상관없음을 마음 깊이 새길 것’이라는 지령을 내렸습니다.

일부 일본 정치인들이 1905년 시마네현의 ‘독도 편입’을 운운합니다만 조선은 이미 1900년 고종황제의 재가를 받아 울릉군수가 울릉도 전역과 독도를 관할하여 다스리도록 칙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니 독도는 우산국 시절부터 우리나라의 고유영토로 센카쿠, 쿠릴과 같은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독도가 우여곡절을 겪는 것은 일본 정치인들이 센카쿠, 쿠릴과 더불어 분쟁지역화 하여 대한민국의 영유권을 교묘히 훼손하고자 하는 술수라는 것입니다. 제가 왜 충격을 받았는지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이무라상, 한일관계에서 ‘일의대수(一衣帶水)’라는 말은 이미 관용구로 굳었습니다. 옷의 한 줄기 띠와 같은 물을 사이에 둔 그런 이웃이 등을 맞댈 일만 해서야 어찌 도리이겠습니까? 모쪼록 이성을 가진 이무라상과 같은 일본 지성인들이 정치인들의 망상을 일깨워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기고: 전충진(경북도 독도홍보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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