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정은미기자] 경영난을 겪는 한국GM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보름 만에 다시 우리나라를 찾았다. 기존 부채는 GM이 전액 탕감하고 신차도 한국GM에 배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엥글 사장은 7일 오후 입국해 정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그간 브라질공장·디트로이트공장처럼 ‘철수’ 대신 ‘회생’을 선택한 방식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한국GM 회생을 위한 적극적 의지를 표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교착 상태인 한국GM 노사 임단협이나 한국 정부·산업은행의 한국GM 실사 등 구조조정 관련 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KDB산업은행에게 서신을 보내 7가지를 서면으로 약속했다.

엥글 사장은 앞서 지난해 말 입국해 산업은행, 정부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났고, 1월 초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지난달 7일 입국해 한국GM 노조와 유정복 인천시장을 면담했다. 중앙일보에 의하면, 한국GM은 일단 한국GM에 투입할 필요가 있는 비용에서 ‘기존 채권(27억달러·2조9000억)을 전액 출자한다’고 약속했다. GM 본사가 한국GM에 대출 형식으로 빌려준 차입금을 모두 GM 본사에서 감당하겠다는 뜻이다.

둘째, 제품 출시·생산에 필요한 신규 투자 금액(28억달러·3조원) 중 GM의 몫을 GM이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GM에 투자할 금액을 이른바 '올드머니'와 '뉴머니'로 분류해서, 뉴머니는 GM이 조달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출자비율만큼 나머지 비용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런 요구를 서면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대신 ‘(GM의 신규 투자는) 수년 동안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직접투자 중 최대 규모’라며 ‘수천명의 직·간접 고용과 중소기업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달라고 요청했다.

셋째, 지난달 21일 국회를 방문해서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이 구두로 약속했던 신차 배정을 명기했다. 서면은 ‘2개의 주요 글로벌 신차를 한국GM에 배정한다’며 ‘견고한 수출 수요가 있는 차종을 배정하면 한국GM이 보다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고 안정적으로 생산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적었다.

넷째, ‘앞으로도 한국GM을 미래 제품·기술용 디자인·엔지니어링·연구개발(R&D) 자원으로 꾸준히 활용하겠다’고 적시했다. 지원금만 받고 향후 또 다시 철수할 수 있다는 정부 우려를 의식한 대목으로 보인다.

다섯째, GM은 한국GM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할 경우 GM 몫을 GM이 조달하고 외국인임원을 감축하는 등 한국GM 비용 감축을 지원하며 ^삼일PWC가 벌이는 실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다만 GM은 이러한 내용에 ‘주요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한다는 조건에 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국GM 노동조합이 비용 절감에 빠르게 동의하고, 정부가 지원을 약속해야지 GM도 자금을 투입하고 신차를 배정한다는 의미다.

정부 지원의 조건으로 추진하기로 했던 경영실사가 지연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신 마지막에서 GM은 ‘아직 실사가 개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당혹스럽다’며 정부가 빠르게 실사를 추진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같은 달 중순 다시 입국해 더불어민주당 한국GM TF,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차례로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현재 GM은 브라질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 1위로 뛰어올랐다. GM은 지난달 20일 브라질법인에 3억6800만달러(약 3934억원)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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