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관한 인터뷰

[서울=뉴스프리존] 김 석 기자= 5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학교폭력(학폭) 근절을 위해 가해 기록을 대입 정시 전형에 반영하도록 하고 취업 때까지 기록을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학폭으로 인하여 한국 사회에서 정재준교수과 '학교폭력'에 관한 심각성을 나누었다.

Q 1. 한국 사회에서 학교 폭력이 화두가 된지는 정말 오래되었는데,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과 마주하시는 입장에서 한국 사회가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A1.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교 폭력을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점차 개방되었고, 인터넷과 휴대폰이 보편화되면서 학교 폭력 현장의 정보 공개가 신속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학교 폭력 사건을 교사 혹은 학교(장)가 해결하는 과정은 외부에 금새 알려졌고 더이상 쉬쉬하고 넘어가거나 교사의 자체 해결로 신속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매우 폭력적이거나 역겨운 학교 폭력 내용은 쉽게 언론에 공개되었고, 학교(혹은 교사)의 불합리한 해결 과정은 사회 모든 계층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정부는 학교폭력 문제가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고 판단하여 2001년 민관 공동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를 발족하였습니다. 2004년 1월 29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이하 학폭법]이 제정되어 그해 7월부터 시행된 이후 약 20여 년 가까이 각종 학교폭력 문제의 준거법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이 학폭법이 사회의 관심과 요구에 따라 학교 폭력에 대응하도록 거의 매년 개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이지 다른 급우들(전문용어: 방관자) 혹은 그 학부모와는 무관한 일로 치부되었습니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가정 교육이 부족하거나 가정폭력에 시달린 학부모의 문제이기도 하고, 학생들을 입시 경쟁에 내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며, 공정하지 못한 교사의 학생 관리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단순히 가·피해 학생 개개의 성격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예방대책을 더 어렵게 하는 배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아직 학교 폭력 문제를 후자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학교 폭력의 원인이 [가정+사회+학교+성격]의 복합적 산물이라는 인식이 바로 서야 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더이상 가해 학생의 성격 부조화로 치부해 버리는 오류를 버리게 되고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학교 폭력 해결에 더욱 진지해 질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 이러한 접근법이 부족합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강의하는 교수
학교폭력 관련 강의하는 정재준교수

Q 2. 그렇다면 학교 폭력 예방법이 많은 개정과 수정을 거쳐왔는데,  개선이 되었다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느끼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A 2. 학폭법이 제정된 이후 약 20여 차례 이상 개정되었는데 2019년의 개정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2019년 개정 이전 학교폭력을 담당했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설치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였습니다. 전문가 위촉의 곤란, 심의과정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만, 별도의 재심절차 없이 초·중등교육법상 불복절차, 학교의 부담 증가 등이 그것이었습니다.

2020년 3월 1일 시행된 학폭법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교육지원청으로 옮겼으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명칭하였습니다. 이는 학교폭력 심의의 객관화와 전문화 그리고 공정성에 만전을 기하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결정 불복에 따른 재심구조도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으로 재심기관을 일원화하였습니다. 

Q 3. 현재 한국 사회가 학교 폭력을 대하는 방식이나 관련 법 중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3.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관한법률”이 긍정적으로 변화(개정)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여러 가지 개선될 사항이 있습니다. 동법의 예방 기능은 그저 “예방 정책을 수립”한다는 정도만 나와 있고 “지원, 협조, 요청, 노력” 등의 추상적 서술어로 채워져 있습니다. 즉, 구체적인 예방책의 수립과 관련된 예방 정책들의 개발 방법과 유형 그리고 개수, 예방 정책들의 상호 기능, 실험과 피드백 등의 구체성은 결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동법은 예방법이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학교 폭력 발생시의 사후 처리 과정에 대한 해결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행위에 대한 개념과 범위 설정, 행정절차인 학폭법과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사법절차(특히 소년법)와의 충돌·중복 문제, 학교폭력 사안 조사의 전문화와 지원 강화 필요, 학교폭력 발생 당시의 급우들(방관자)에 대한 행동 매뉴얼 부재, 빈약한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이 언급됩니다.

즉 학폭법은 그 법률의 집행 및 실현에 있어서 사후 결과처리에 집중된 측면이 강합니다.

그래서 학폭법이 사법절차와의 중복이나 충돌 문제를 일으키는 법률로 오해받을 소지가 큽니다. 학폭법의 명칭답게 ‘예방’ 기능을 크게 부각하여야 합니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단순히 가해자의 심성문제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가족관계, 교우관계, 교육(교사)관계, 대중매체, 지역사회 문제 등 복합적 성격의 원인이 결합되어 학교폭력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학교폭력을 다루고 예방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재구조화가 달성된다면 학교폭력의 해법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내에서 효과적으로 제재(制裁)될 것입니다.

Q 4. 소장님께서는 현재 민간영역에서 학폭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을 돕고 계신데,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지원책이 있으신가요?

A 4. 공적 영역은 행정 집행의 전국화·안정화 등의 장점이 있는가하면 경직된 행정집행으로 항상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마련입니다. 반대로 민간 영역에서도 단점(예산 부족, 소규모)이 있으나 공적 영역이 커버하지 못하는 점을 민간 영역에서 해결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지원이나 예산을 안 준다고 탓하지는 않습니다.

프랑스 범죄사회학자 뒤르껭(Durkheim)은 “일정한 사회에서는 일정한 범죄가 일어나기 마련이고 이는 지극히 정상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67.5㎡ 좁은 크기의 교실에 인격적으로도 미성숙한 학생들 수십 명이 1년 동안 함께 생활해보면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며 이는 어쩔 수 없다.”라며 학교 폭력을 이와 비유해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문제와 역경을 해결하도록 진화한 영장류입니다.

저에게는 학교 폭력을 지극히 낮출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와 계획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저만 소유하거나 유료로 팔 생각은 없습니다. 따라서 국가나 지자체가 “학교 폭력 예방 정책”을 좀 더 와이드하게 수집하여 국가적으로 지원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민간영역에서 실제 학교 폭력 해결을 조력하는 다양한 현장 전문가들이 구성되어 탁상공론 정책이 아닌 실질적 예방책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정재준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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