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당대 경선은 과연 깨끗했을까

“윤석열 보고 놀란 가슴 송영길 보고 놀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속하고 공식적인 사과 성명 발표 광경을 보고서 필자가 직관적으로 받은 느낌이다.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무수한 녹음파일들로 촉발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이례적으로 지체 없는 대국민 사과에 나선 까닭에서이다.

‘야당탄압’과 ‘기획수사’는 한국의 거대 기득권 양당이 정권을 잃고서 야당으로 내려앉는 즉시 마치 후크송 가사처럼 반복적으로 입에 달고 사는 논리이고 구호이다. 이재명은 정권 규탄에 앞서서 국민에게 사죄부터 먼저 하는 전략을 택했다. 평균 수준의 대응만 했어도 며칠 지나면 조용히 끝났을 일들을 졸렬한 대응을 일삼다 번번이 초대형 악재로 키우곤 하는 현재의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배운 일종의 학습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필두로 각종 당내 선거가 치러질 적마다 돈다발이 오가는 일은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관행처럼 통용돼왔다. 조직책 역할을 맡기로 약속한 현역 의원이나 지역위원장에게 특정 경선 캠프로부터 전달되는 문제의 자금은 대가성 뇌물로 여기기에는 액수가 너무나 적고, 단순한 격려금으로 생각하기에는 봉투가 지나치게 두툼하기 마련이었다. 돈의 사용처가 뻔했던 탓이다. 유권자인 대의원과 당원들 한 끼 배불리 먹일 회식비 용도였다.

여러 언론보도에 근거하면 이 전 부총장이 봉투에 넣어서 수십 명의 동료 정치인들을 상대로 뿌린 금액은 1인당 300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얼추 계산해보니 통틀어 3차례 가량의 회식비에 해당한다. 경선 시작하는 출범식 때 한번, 경선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의 단합식 때 한번, 경선 종료되고 해단식 때 한번.

필자는 윤석열 정권을 더는 지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마음을 돌리지도 않았다. 전형적인 중도층으로 분류될 수가 있다. 따라서 공정하지는 않을지언정 중립적 관점을 취할 수는 있다. 나는 이번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 사건에서 세 가지 대목에 특별히 주목하고 싶다.

첫째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났다는 점이다. 송영길 본인이 인지했든 또는 인지하지 못했든 간에 그는 이정근이 여기저기 찔러준 회식비 덕분에 간발의 차이로나마 당시의 집권당 당수로 뽑힐 수 있었다.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하자면 이정근이 유죄면, 송영길도 유죄다.

둘째는, 이재명이 의외의 재빠른 사과를 감행함으로써 윤석열 정권을 때 이른 몰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밀리면 끝장’이라는 악수를 민주당이 최소한 요번 돈봉투 사건에 관련해서만은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밀리면 끝장이라는 비뚤어진 오기와 잘못된 고집을 부리느라 10ㆍ29 핼로윈 참사의 책임선상에 위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하고 않았고, 확장성 빵점의 영남구태 정치인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무리하게 만들었고, 여론의 평판과 인식이 좋지 않은 김건희 여사의 노골적인 국정개입 행각을 방조했다. 그 결과는 윤석열 정권이 급격한 민심 이반으로 말미암아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참담한 사태였다.

셋째는, 더불어민주당을 원자폭탄급 충격으로 직격한 돈봉투 파문이 수소폭탄급 위력으로 국민의힘을 머잖아 강타하게 되리란 점이다.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 홍기빈은 참여정부 초기의 대선자금 수사 국면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의 차이는 도덕성의 차이가 아닌 수금 능력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신랄하게 비꼬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금 능력에서는 자칭 보수정당 국민의힘이 타칭 진보정당 더불어민주당을 월등히 압도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당내 선거에서의 부정하고 불법적인 금품 수수 풍토에서 최근 전당대회를 치른 국민의힘은 과연 완벽히 자유로운 청정지대로 무사히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검찰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에 착수한 데에서 필자가 이재명보다는 오히려 윤석열로부터 더 큰 초조함과 불안감을 읽는 이유이다.

사람이 다급한 궁지에 몰리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상대방을 겨냥해 던지는 법이다. 그 와중에 결코 던져서는 안 된 물건인 부메랑까지 던지기 일쑤다. 집권세력 입장에서는 그 부메랑이 내년 총선 전까지는 자기를 향하여 돌아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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