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이루는 ‘현직 대통령 퇴진 운동’

“집회에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결합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한 목소리를 묶어내는 큰 줄기의 핵심내용이 그 집회의 성격을 규정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정치적 행동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직 대통령 퇴진 운동은 2022년 8월 6일 1차 집회를 시발로 거의 매주 촛불집회를 진행 중이다.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시청-숭례문 사이 세종대로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매달 셋째 주 토요일은 전국 단위의 ‘범국민대회’라는 이름의 대규모 집회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초기에는 1천 명 규모로 출발했던 집회가 점점 규모가 커진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를 성토하는 시국선언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학계와 대학 교수들도 나섰고, 천주교와 개신교에 이어 불교계도 시국선언에 동참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전북 전주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일제에 맞선 동학농민운동의 발상지인 전북을 윤 정부 퇴진 촉구 시국미사의 첫 장소로 택했다고 밝힌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양심을 지닌 시민이라면 진영을 막론하고 힘을 합치자. 지킬 것을 지키고, 고칠 것을 고쳐서 이룰 것을 이루는 역사의 현장에서 모두 만날 것을 촉구했다. 시국미사를 마친 정의구현사제단은 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주도할 전국 14개 교구별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바 있다. 

아울러 지난 4월 5일 개신교 감리교 목사들이 시국선언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이완용에 비유하며 대통령직 사임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불교계 단체들은 5월 20일 서울광장 촛불집회 무대 및 시청역, 숭례문대로에서 야단법석(野壇法席)을 연다고 예고하고 나섰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연이어지고 있다. 시국선언의 내용은 3·1절 기념사와 강제동원 해법의 구걸외교, 굴종외교 등에 대한 규탄과 검찰독재, 민생파탄, 노동탄압, 민주주의 후퇴 등에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고려대, 경희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동아대 등에서 이들 교수들은 “대한민국 법통과 역사까지 모호하게 만들었으며, 민주주의 원칙인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철저히 무시했다. 구걸외교이자 빈털터리 외교의 전형”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제3자 변제안 철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권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 

2004년 3월 12일, 국회는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의 주도하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여야의 격한 대치 속에 재적 의원 271명 가운데 야당인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 소속의원 195명이 투표에 참가해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가결됐다.

국회는 탄핵소추 사유에서 “노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특정 정당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계속해 왔고, 본인과 측근들의 권력형 부정부패로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래했으며, 국민경제를 파탄시켰다.”라고 밝힌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1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하였으며, 노무현은 탄핵 소추 64일 만에 다시 대통령 직무에 복귀하였다. 당시 헌재 9명의 재판관 가운데 6명은 탄핵 반대, 3명은 탄핵 찬성을 주장했다. 

많은 국민이 당시 탄핵에 반발한 이른바 탄핵 역풍에 힘입어, 2004년 4월 15일에 열린 제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이라는 국회 과반수를 획득했다. 제1당이던 한나라당은 121석 밖에 얻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화 이후,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최초로 원내 과반을 차지한 것이다. 탄핵을 주도했던 새천년민주당은 9석의 소수 정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노동당에게도 밀려 제4당으로 내려앉게 된다.

이어 박근혜 정권하에서 2016년 12월 3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이 헌법과 법률 위반을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발의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와 공직으로부터의 파면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을 훨씬 상회하는 ‘손상된 근본적 헌법질서의 회복’을 위한 것이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신임을 잃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며 주요 국가정책에 대하여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구하기 어려운 상태다.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의사와 신임을 배반하는 권한행사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준엄한 헌법원칙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에 국회는 2016년 12월 9일, 표결에 들어가 투표자 299명 중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7시 03분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 의결서를 받는 동시에 헌법상 대통령 권한 행사가 정지되었다. 

드디어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다. 2016년 12월 9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92일 만이다.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이 탄핵에 큰 구실을 하였기에 파면 이후 탄핵 인용을 ‘촛불혁명의 완성’ 또는 ‘21세기판 명예혁명의 완성’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 브라질과 파라과이 대통령 

2016년 8월 31일, 호세프(Rousseff)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브라질 상원 의회 최종 표결에서 전체 상원의원 81명 중 3분의 2 이상인 61명이 찬성해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대통령직을 상실했다. 브라질 호세프 전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연임까지 성공했지만 정부회계 부정 조작과 경제악화 등 여러 악재로 강제 퇴진당하는 불명예를 썼다.  

호세프(Rousseff) 대통령의 탄핵

앞서 2012년 6월 22일, 파라과이의 대통령들 중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던 ‘페르난도 루고(Fernando Lugo)가 의회에 의해 탄핵되기에 이르렀다. 2008년에 당선된 루고는 61년만의 정권교체이며, 파라과이 최초의 문민 좌파 정권이라는 의미에서 파라과이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다. 또한 정치사적 의미를 떠나 사제 출신의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하나의 이슈가 되었다. 

루고는 ‘빈자의 어버지’ 답게 농지개혁과 의료 및 빈민 복지에 치중했으며, 파라과이 입장에서는 민족주의를 강화하면서 주변의 강국과 대등한 외교를 펼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루고의 개혁정책은 기득정당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루고의 허약한 정치적 기반은 의회나 행정부 권력 장악을 위해 불가항력적으로 연립정부의 구성원인 자유당의 힘을 빌려야 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목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미국의 경우 탄핵으로 물러난 대통령은 없지만 지금까지 3명의 대통령이 탄핵소추의 대상이 됐다.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8년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불륜설에 연루되어 탄핵소추를 받았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대통령 측이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도청을 했다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4년 탄핵소추를 받았다가 표결 직전 하야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암살 사건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미국의 제17대 대통령(1865년~1869년)  앤드류 존슨은 1868년 ‘공무원 임기법’ 위반 혐의로 미국 역사상 최초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이 됐다. 미국 하원에서 급진파들은 1868년 그를 탄핵하였지만,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 국가의 이익 ‘최우선 대통령’ 

탄핵제도는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로부터 비롯하여 14세기 말 영국의 에드워드 3세 때에 확립된 제도인데, 우리나라도 제1공화국 ‘헌법’이 이를 규정했다. 

탄핵소추와 심판이 분리된 사법재판형을 띄는 대한민국의 경우 대통령에 대해서 파면이 가능하며, 직무수행 상 헌법 또는 법률상 위배를 탄핵사유로 삼고 있다. 현행 ‘헌법’ 대한민국헌법 제65조 2항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헌법은 탄핵사유로 ‘공직자의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라고 명기하고 있다. 

‘직무집행’이란 소관 직무로 인한 의사결정·집행·통제행위를 포괄 직무행위의 외형을 갖춘 행위까지도 포함한다. 또 헌법 66조 2항에서는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라고 적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윤석열 정부는 이를 포기하고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국가의 사회갈등과 분열을 조정·관리해야 할 정치권이 권력쟁취에 매몰돼 적대적 대립관계를 고착화하면서 오히려 사회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최종 책임은 최고 통수권자에게 귀결된다.”는 국민의 고양된 지엄한 주권명령의 의무를 회피한다면 대한민국의 흑역사를 반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가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새로운 사회 모델을 탐색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것이 퇴진운동을 초월하는 가장 큰 핵심적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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