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 시장 "명실상부 국제 행사로 육성할 것" 공약 '무색'
예산 줄였다 증액 오락가락···지역 정치인과 불협화 소문도
시장이 당연히 맡았는데 '조직위원장 부담감' 의사표명 미적
"초심으로 돌아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위상 드높여야"

[ 이슈진단=뉴스프리존]박종철 기획취재본부장=올해로 19회째를 맞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오는 8월 열린다.

개막이 불과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 아직도 조직위원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 있다. 선장도 없이 출항에 나서면서 뱃고동만 울리고 있는 형국이다.

김창규 제천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맡겠다는 의사표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18회째를 치르는 동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은 당연히 제천시장이 맡았지만, 이 번 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놓고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김창규 제천시장은 조직위원장 자리를 거부하고 있다.

김창규 제천시장은 지난 6.1 지방선거 선거 당시만 해도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명실상부 한 국제행사로 육성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국제적인 행사로 육성하겠다는 포부에서 갑자기 조직위원장을 거부할 정도로 애착을 잃은 까닭은 대체 뭘까?

# 엄태영의원과의 불화설

지난 18회 영화제에 대한 집행위원회 결산 결과 예산 대비 집행액이 무려 5억2000여만원이 초과되는 등 집행위의 부실운영 지적이 나오면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원점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후 급기야 영화제 존폐론까지 도마위에 오르면서 김창규 시장의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창규 시장은 '경제유발효과가 없는 영화제는 안 하는게 낫다'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전면 수술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고, 영화제 예산을 기존 영화제의 절반 수준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이런 김창규 시장의 영화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엄태영 의원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김창규 시장과 엄태영 의원과의 불화설'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엄태영 의원이 김창규 제천시장(당시 국민의 힘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는 모습(사진=자료사진)

실제 김창규 시장과 엄태영 의원이 만나 영화제 운영을 상의하는 과정에서 김창규 시장이 영화제를 축소하는 것에 엄태영 의원이 반대하는 입장을 표하며 의견충돌이 있었다는 얘기가 지역정가에서 공공연히 나돌았다.

즉, 김창규 시장은 "영화제 운영에 문제가 생겼으니 쉬어가는 영화제로 하면 좋을 듯 하다"며 영화제 축소 등의 수술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엄태영 의원은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영화제는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재선이 되면 내가 문체부에 지원을 더 받아서라도 제대로 만들어 주겠다"고 기존의 틀을 고수하는 입장을 표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창규 시장이 엄태영 의원에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다는 설이 나왔다. 이는 설이 아닌 사실로 드러났지만 엄태영 의원 측은 '사전 선거운동 저촉'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제안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부터 김창규 시장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 자리를 고사하고 있다. 심지어 김 시장은 제천시의회 의원에게까지 조직위원장을 맡아달라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규 시장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대한 부담과 불편한 속내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만약 김창규 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지 않고 외부인사가 조직위원장을 맡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제천시 직원들이 애착을 가지고 일사분란하게 영화제를 준비하고 성공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18회째를 이어온 제천의 대표적인 행사인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창규 시장이 언제까지 조직위원장 자리를 고사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논란만 키운 영화제 축소, 그 후 10억 증액 과정...무슨일이?

18회 영화제 예산 부실 집행 논란 후 제천시는 당초 18회 영화제의 절반 수준인 19억7000만원에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영화를 빼고 음악만 하자는 제안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을 반토막으로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국제음악영화제의 기본틀을 바꾸겠다는 발상까지 대두될 정도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혹독한 홍역을 앓았다. 아직도 그 홍역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영화제를 이끌어 갈 지휘자가 없기 때문이다.

김창규 시장과 엄태영 의원의 회동이 있은 후, 제천시는 19회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예산을 느닷없이 10억원을 증액해 의회에 상정했다. 이를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난무했다.

일각에선 10억원 예산 증액을 놓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설이 돌면서 엄태영 의원을 겨냥해 '시정간섭'이란 말까지 조심스레 나왔다.

당초 제천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는 지난 달 21일 열린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에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예산 10억원 증액안을 부결 처리했지만 25일 열린 제천시의회 32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는 영화제 예산 10억원이 포함된 제1회 추경예산안이 찬성 8, 반대 5로 가결했다.

하지만 예산안 증액을 놓고 제천시와 제천시의회 간의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제천시의회는 운영비 5억원만 상정할 것을 권고 했지만 제천시가 제천시의회의 권고안을 무시하고 의회와 상의도 없이 영수증콘서트 예산 5억원을 슬그머니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이 실제로 작용한 셈이다.

하지만 김창규 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예산 증액이 썩 달가울리는 없을 듯 하다.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김 시장의 정치철학에서 볼 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제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축소 결정이 자신의 의사 또는 의지와 달리 변질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짐작건대 조직위원장을 맡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일 듯 하다. 

이후 제천시는 영화제 사업비 10억원 증액을 결정한 데 이어 공석으로 두겠다던 집행위원장 자리에 이동준 음악감독을 선임했다. 폐쇄하겠다던 서울사무국도 부활시켰다.

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항로가 수시로 바뀌면서 급선회를 반복하는 모양새다.  

한편,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모토는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으로 청풍호반을 배경으로 하는 것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이에 따라 1회부터 15회까지는 주 무대를 청풍호반을 무대로 개막했지만 16회부터는 문화회관, 의림지 무대로 주무대를 옮겨 치러졌다. 청풍호반을 주무대로 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적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재천국제음악영화제의 기본 취지를 살려 다시 청풍호반에서 행사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나오고 있다.

청풍호반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 모습(사진=제천시) 

박영기 제천시의원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모토인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을 표방한 청풍호반으로 주무대를 옮기는 것이 먼저다"고 제안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어디에서 치르든 실질적 지역경제 기여 효과와 대외적 전시 효과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기억하는 외지인들은 수려한 청풍호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제의 향수를 잊지 못할 듯 하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일 듯 하다.

# 김창규 시장의 행보가 궁금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로 인해 불거진 엄태영 의원과 김창규 시장의 '불편한 동거?'는 제천시민의 입장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없다.

제천시는 10년만에 국회의원, 도지사, 도의원, 시장 모두가 같은 정당이 차지하는 호재를 맞았지만 이러한 호재를 활용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이 같은 정당인 점 만으로도 그 시너지 효과는 대단할 수 있다. 여기에 도지사, 도의원까지 가세하는 상황은 결코 쉽게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이지만 여전히 제천은 '북부권 홀대론'이란 울타리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 하다.

지난 번 김영환 도지사의 도정설명회를 위해 제천을 찾았을 때, 김영환 지사가 김창규 시장을 대놓고 깍아내리는 발언을 한 것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도지사가 도내 시장을 청중 앞에서 대놓고 무시하는 건 13만 제천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 지역 정당인은 "김영환 도지사가 김창규 시장의 정치력을 대놓고 폄훼하는 것을 볼 때, 이는 단지 시민들이 제천 방문을 달가와 하지 않는 데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라고만 볼 수 없다"면서 "그 이면에는 엄태영 의원과 김창규 시장의 불편한 관계를 다분히 의식해서 한 발언이라고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도 김창규 제천시장이 안팎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인 듯 한 정황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 시장은 다년간의 외교 경험을 살려 이 상황을 반전시킬 뚝심과 묘수가 필요해 보인다.

외교관의 경험을 살려 '제천 경제를 확 바꾸어 놓겠다'는 김 시장의 의지와 포부를 알량한 이해관계를 빌미로 자칫 내부 총질로 꺽어버리는 어리석음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좋든 싫든 김창규 제천시장은 제천시민이 선택했고, 향후 4년의 항해를 맡긴 선장이기 때문이다.

자칫 앞으로 제천의 4년이 '잃어버린 4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10년만에 맞은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규 제천시장은 선거과정에서 공표했듯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명실상부한 국제행사로 육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조직위원장을 맡아 힘차게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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