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삼조

호의삼조(好意三條)라는 말이 있습니다. 친절한 마음씨. 또는 좋게 생각하여 주는 마음이라는 말이지요. 그 좋게 주는 마음에도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누군가 에게 호의를 베풀 때는 세 가지 조건을 잘 지켜야 상대가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호의를 베푸는 사람 또한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을 호의 삼조라 부르고, 원조(願條)와 시조(時條) 그리고 은조(隱條)가 그것입니다.

첫째, 원조입니다.

상대가 절실히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으로, 목이 마른 사람에겐 물을 주고, 배고픈 사람에겐 밥을 줘야 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둘째, 시조입니다.

도움을 주는 때를 말합니다.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해 많이 도와줄 수 없어 좀 더 넉넉해지면 도와주려고 미루다 보면, 이미 상대는 죽고 없어, 내 도움이 필요 없는 상태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도움이란 시기를 놓치면 의미가 없으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때를 놓치지 않고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셋째. 은조입니다.

다른 사람이 모르게 은밀히 도와주는 것을 말합니다. 불가(佛家)에 삼무보시(三無報施), 또는 무상보시(無相報施)란 말이 있습니다. 남에게 무엇을 주는 보시를 할 때는, 준 사람도 없고, 받은 사람도 없으며, 주고받은 물건도 없다는 마음으로 도와주어야 올바른 보시라는 뜻이지요.

도움이 절실한 사람도 자존심 때문에 공개적인 도움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남에게 도움을 줄 때, 남이 모르게 은밀히 도와주는 ‘은조’야말로 호의 삼조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리 S. 트루먼(Harry S. Truman, 1884~1972)’은 미국 제 33대 · 34대 대통령으로 20세기의 미국 대통령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오지 않은 고졸 출신입니다. 학벌도 없고 집안 배경도 대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젊었을 때 그가 가졌던 직업 역시 변변찮았지요. 이러한 평범한 사람이 세계 최 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신기한 일입니다.

그는 지극히 평범했지만 몇 가지 장점이 있었지요. 그중의 하나가 용기였습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혔을 때 약한 자의 편을 드는 정의로운 용기가 ‘트루먼’에게 있었습니다.

이렇게 용감하고 서민 적이며 그리고 아주 평범하고 평범한 사람이 바로 ‘트루먼’입니다. 그런 그가 1944년의 정 · 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에 당선되었고, 1945년 4월, ‘얄타’ 회담 직후, ‘루스벨트’가 뇌일 혈로 별세하자, 이어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대단히 중요한 문제들을 결정하고 처리했습니다. 특히 제 2차 세계 대전 막바지에 ‘맨해튼 프로젝트’의 보고를 받고,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투하를 지시했지요.

생각해보면 ‘트루먼’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에서 마지막 사건을 장식한 유일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48년 재선에서 ‘트루먼’의 재선 가능성은 불투명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날 자신의 패배를 예상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아침에 일어나자 박빙의 차이로 당선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이런 ‘트루먼’이 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 한국전쟁 연합군 총 사령관으로 있던 사람이 '맥아더' 장군이었지요. 이 천재 장군이 얼마나 교만하게 굴었는지 ‘트루먼’ 대통령이 꽤 고생했다고 합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맥아더’ 장군과의 대립 관계 속에서도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내하지만, 결국 인천 상륙작전 이후 확전(擴戰)하려는 ‘맥아더’를 해임했지요. ‘트루먼’은 두 번에 걸쳐 한국을 도와주었습니다.

하나는 한국전쟁에 파병한 것입니다. 미국 시각으로 1950년 6월 24일 토요일 밤 아홉 시에 잠자리에 들려든 ‘트루먼’에게 북한군이 남침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트루먼’은 전쟁 발발 소식을 듣고, 단 10초 만에 한국전쟁에 미군 참전을 결정했습니다.

계산할 줄 모르는 농부처럼 ‘트루먼’의 생각은 한 가지였습니다. 나쁜 놈들이 쳐들어왔으니 물리쳐야 한다는 단순 논리였지요. 바로 그 용기 있는 결정이 한국을 살렸지요.

두 번째로 ‘트루먼’은 한국을 포기하라는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1950년 10월 중공군의 참전으로 전세가 불리해졌을 때, 영국 ‘에틀리’ 수상은 ‘트루먼’ 대통령에게, 한국에 배치된 병력을 유럽으로 철수 시키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시골 출신으로 의리를 중요시하는 ‘트루먼’은 단호하게 반대하고 한국을 도왔습니다.

그는 연합군의 철수를 거절하고 의리 있게 행동했습니다. ‘트루먼’은 한국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1차, 2차 대전 때에도 하지 않았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물가와 임금을 통제하고, 그걸 가지고 한국에 쏟아부었지요. 결국 엄청난 돈이 투입되고 5만 명이 넘는 미군이 목숨을 잃고, 10만 이상이 다친 후에야 전쟁이 멈췄습니다.

이렇게 ‘트루먼’은 호의 삼 조로 우리나라를 도왔던 것입니다. 어찌 우리가 그분을 기리고 감사의 념을, 지니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단기 4356년, 불기 2567년, 서기 2023년, 원기 108년 4월 21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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