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재선’ 한국 대미투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2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출마 영상에서 “다시 한 번 미국의 영혼을 위해 싸우겠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할 시간을 더 달라”며,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 후 발언하는 매카시 의장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 후 발언하는 매카시 의장

대선 재출마 선언을 한 이날은 2019년 4월 25일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첫 대선 출사표를 던진 지 꼭 4주년이 되는 날이다. 동시에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날이다.

바로 다음 날 4월 26일 진행된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질문자인 미국 LA타임스 기자는 “중국에서의 반도체 제조를 제한하는 정책이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에 도움을 얻으려고 핵심 동맹에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정곡을 찔렀다.  

이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은 “미국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는 것만큼이나 한국 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한국의 기업들은 분명히 미국이 어떻게든 안 좋은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매우 추상적이고 무미건조한 답변을 내놓았다.

윤대통령이 방미에서 바이든에게 들기 힘들 정도의 과도한 선물을 퍼부었지만, 고작 가져온 선물은 허장성세에 불과한 의전적 예우와 우리 국민들이 과중하게 부담해야 할 안보부채만 잔뜩 짊어지고 왔다는 국내의 싸늘한 반응은 과연 가짜뉴스일까? 

美國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동맹국의 고혈을 쥐어짠 결과,  2022년 미국에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과 외국기업 직접투자(FDI) 덕에 일자리 35만개가 새로 늘어나는데, 국가별 기여도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8월 25일 미국의 비영리 로비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미국 내 신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나라 가운데 한국은 총 34개 기업이 미국 내 일자리 3만5403개를 창출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들 일자리는 차세대 미국 산업의 경제 활성화 핵심엔진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 신축을 위해 한국의 대기업들이 앞 다투어 투자에 기인한 것이다. 이 천문학적 금액을 국내에 돌렸다면 그만큼 우리의 일자리 창출은 상당히 늘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강요된 이런 매머드 투자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대상에서마저 제외되어 우리 한국은 안보동맹이라는 미명하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과실은 미국이 모두 차지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전락했다.   

지난 4월 17일,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2022년 8월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이후 마련한 세부 지침 등을 근거로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는 16개 전기차 차종과 하이브리드 차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최대 7500달러(990만원)를 주는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차종에 모두 미국 업체들만 독식한 것이다.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올해 3월부터 생산하는 GV70은 최종 생산지가 북미라는 조건을 충족했으나 배터리가 중국산이라는 이유로 선정되지 못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 지침은 북미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차들 중 올해의 경우 배터리가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3750달러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 핵심 광물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것을 40% 이상 되어야 3750달러의 보조금을 주도록 했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7500달러가 지급된다.

▶ 천문학적 투자 ‘美 일자리 창출 1위’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대(對)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를 상대로 본격적인 협력체계 구축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들도 매우 부산한 움직임이다.

사진: 국빈오찬 행사에 나란히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진: 국빈오찬 행사에 나란히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2022년 11월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이 최근 공식 발표한 대미 투자 규모는 560억 달러(약 75조7400억 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2021년 ‘삼성전자’는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 주에 4조원을 투자해 연 생산량 12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올해 1분기에 착공한다.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한 이 공장은 연간 고성능 순수 전기차 120만대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분량으로, 단일 공장으로는 미국 내 최대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105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2022년 10월 25일, 현대차의 경우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전기차 연간 30만대를 양산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신공장 기공식을 가진 바 있다.

북미 지역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힘입어 국내의 배터리 업계의 현지 투자 또한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 주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해 기존 공장 외에 별도의 배터리 공장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에 약 6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단일 국가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이중 절반은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등 친환경 분야에 투입된다.

▶ 우리 대미 투자액 ‘전세계 1위’ 

2022년 3월 28일 한국수출입 해외직접투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우리 기업들의 지난해 전체 해외 투자액(758억7400만달러) 중 미국(275억9000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를 기록하며, 전 세계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2021년 들어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과 관련해 미국 현지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대적 투자 덕분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2년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0년을 맞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2년 3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미 FTA 10년 평가와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 상품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FTA 발효 전인 2011년 9.3%에서 2021년 13.4%까지 상승하며 한국의 2대 무역상대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의 대미 누적 투자금액은 FTA 체결 전인 2011년 197억달러에서 2020년 624억달러로 3.2배 늘었다. 한국의 대미 투자는 2020년 기준 미국 내 9만명분의 고용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국은 한국의 제조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산업 역시 미국 완성차 업체는 경쟁국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는 협력 관계를 조기에 구축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정부가 중국을 노골적으로 경제적인 압박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들의  대중국 신규투자를 사실상 막았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은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신규 반도체 장비의 도입은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산 소재부품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자동차 업계의 타격은 막대하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업계는 중국의 의존도가 높은 망간, 코발트 등 중국산 원재료 비중을 낮추지 못하면 미국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경쟁력 상실은 불가피하다. 

여전히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정부차원에서 적정수준의 외교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음양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방안이 시급하다. 민관이 협력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교역액 1,2위인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생존하고 사업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은 절대적 신이 아닌 미국에 일체 순응하는 모습을 지양하고, 일정 부문 독자적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고착현상이 심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시점이 성큼 다가왔다. 미중 패권전쟁의 최대 희생국가가 한국인이라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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